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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지휘대에서 쓰러진 마에스트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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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편집팀⁄ 2009.04.13 14:58:39

이종구(이종구심장내과 원장·예술의전당 후원회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지휘자들은 80에서 90대까지 지휘자 생활을 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은 지휘자들이 장수한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26년 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스토코프스키(Stokowski)는 95세까지 지휘하였으며, 뉴욕 필의 번스타인(Bernstein)의 전임자였던 몽퇴(Monteux)는 89세까지 지휘를 하였고, 토스카니니(Toscanini)도 80대 후반까지 NBC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가 은퇴하였다. 지휘자들은 하루에 5시간 이상 땀을 줄줄 흘리면서 상체운동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만한 지휘자들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여기 지휘자들이 지휘대에서 심장사로 이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2001년 4월에 이태리의 유명 지휘자 시노폴리(Sinopoli)가 베를린의 도이치 오페라와 아이다를 지휘하는 도중 사망하였다. 그가 쓰러지자 객석에 있던 의사들이 심장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물거품이었다. ■연주 도중 심장마비로 급사한 지휘자들 영국의 음악평론가 레브레히트(Lebrecht)에 의하면, 시노폴리 외에도 이미 8명의 유명 지휘자들이 연주 도중 심장마비로 급사하였으며, 뮌헨에서만 3명의 지휘자들이 연주 도중 사망하였다. 그 중 2명은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 중 사망하였는데, 이에 쇼크를 받은 카라얀은 죽음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잘츠버그 대학에 지휘와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치하였다. 극도의 감정에다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지휘하는 번스타인이나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의 지휘 모습을 보면, 지휘는 극도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리스 얀손스(Jansons)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1943년에 구 소련의 한 공화국이었던 라트비아 출신이다. 그가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면서 지휘를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는 1996년 오슬로에서 지휘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그러나 다행히 얀손스는 교통 혼잡이 없는 작은 도시로 2~3분 이내에 응급실에 실려가 전기충격으로 심장소생술을 받아 살아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심장마비가 재발했을 때 심장을 재생시킬 수 있는 심실세동 제거기를 가슴 안에 달았다. 그의 부친도 맨체스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도중 사망하였다. 이 부자(父子)는 가족력 고지혈증(콜레스테롤이 높은 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마리스 얀손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휘자 중의 하나이다. 그는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하였으며, 비엔나에서 스와로브스키와 카라얀에게 지휘를 시사받았다. 그는 1979년부터 2002년까지 오슬로 필하모니아를 지휘하였으며, 피츠버그와 바바리아 라디오 심포니를 거쳐, 2004년부터는 리카르도 카이리를 이어 암스테르담의 콘체르토 게보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하였다. 시노폴리는 베니스 출신으로,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다. 그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산타체치리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으며,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리카르도 무티(Muti)를 이어 런던의 필하모니아(philharmonia)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하였고, 1992년부터 2001년 사망시까지 드레스텐의 오페라를 지휘하였다. 그는 음악계에서 논쟁의 인물이었으며, 단원들과 마찰도 잦은 모난 성격의 소유자여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급사의 원인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는 이태리 오페라의 지휘자로 유명했으며, 심포니에서는 잘 볼 수 없고 오페라에서 발생하는 극한 심리상태를 잘 분석하고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많은 음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권위와 카리스마 통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오늘의 많은 국제적 지휘자들은 보통 2~3개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를 맞고 있으며, 전 세계를 날아다니면서 지휘를 하는 그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한, 요사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강한 노조에 속하고 있으며, 옛날처럼 권위와 카리스마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사망한 9명의 지휘자들은 2명을 제외하고 모두 50대와 6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시노폴리처럼 줄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시노폴리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였다. 많은 의사들이 그렇듯이 그는 자기의 ‘설교’를 스스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지휘자라도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 그들도 장수하기 위해서는 금연을 하고 , 고혈압·당뇨·콜레스테롤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토스카니니와 카라얀 같은 황제적 마에스트로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국제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들은 영광과 부를 같이 누리고 있으며, 이것이 피눈물 나는 노력의 대가이다. 그만큼 희생을 요하는 직업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할 일은 많다. 더 많은 젊은이들을 콘서트로 끌어들이기 위해 더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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