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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2009 늘근도둑 이야기>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대사에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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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이우인⁄ 2009.04.13 14:52:01

늙은 건 ‘일보백보’(一步百步)지만, 편의상 더 늙은 도둑(김원해 분)과 덜 늙은 도둑(전배수 분)이란 이름으로 구분된 두 늙은 도둑. 사회보다 형무소에서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은 2009년 초에 새 대통령의 취임 특사로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풀려 나오지만, 갈 곳도 먹을 것도 없이 거리를 헤매는 딱한 신세이다. 배운 건 도둑질뿐, 몰래 숨어든 미술관의 금고를 털기로 결의한 두 사람. 하지만 개들도 잠자는 새벽 2시에 작전을 개시하기로 하고, 두 노인은 그 짬을 이용하여 마른 멸치를 안주 삼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더불어 지난 세월도 주고받는다. 결국 금고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경비견에게 사정없이 할퀴고 뜯긴 채 붙잡힌 두 노인은 경찰서 조사실에서 말보다 폭력이 앞서는 수사관(이상홍 분)에게 조사를 받는다. 수사관은 두 노인이 미술관에 들어간 이유를 알지도 못하는 범행 배후와 사상적 배경을 갖다 붙이며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몸뚱아린 늙어도 주둥이만큼은 팔팔 살아 날뛰는 두 늙은 노인은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수사관을 농락한다. 두 노인은 주인공다운 당당하고 멋진 등장이 아니라, 실제 빈집털이 도둑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객석에서 무대로 슬금슬금 내려가는 방식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무대에 등장한 두 노인에게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관객은 값어치 없는 인물화에 지나지 않는다. 관객은 두 노인의 입담에 의해, 때론 못생긴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때론 사상이 불순한 인물들이 가득 들어찬 군상화(群像畵)로 둔갑한다. 무대는 심플함을 지향하는 미술관처럼 단조롭다. 회색으로 칠한 벽면·금고·벤치, 움직이는 마네킹이 들어 있는 미술품 등이 전부다. 누더기 옷을 나름 멋을 내 입은 두 노인은 만담 전문꾼처럼 한 명이 얼굴 마담, 한 명은 촐싹대는 역이다. 두 노인의 입에선 과거의 추억과 고독, 요즘의 세태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특히, 명사들의 실명과 비난을 받는 정부 정책,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 등이 적절한 예시와 함께 등장할 때면 관객은 이들에게 공감의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수사관의 폭력 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는 두 노인의 능청스러움은 폭소를 자아낸다. 지난해 1월 4일 <연극열전2>의 두 번째 작품으로 첫 선을 보인 시사 코미디 연극의 고전 <늘근도둑 이야기>의 2009년 첫 앙코르 공연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무려 8만여 명의 관객을 맞이한 성공작이다. <늘근도둑 이야기>는 연극 <칠수와 만수>로 1986년에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한국 희극연극의 대가 이상우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 개관 기념으로 초연한 이래 2009년 공연 오픈 20주년을 맞았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의 첫 연극 연출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연극열전2-늘근도둑 이야기>는 시대를 관통하는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 탄탄한 연기력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월 8일부터 오픈런으로 서울 대학로의 상명아트홀 1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앙코르 연극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형관·박철민·박길수·김원해·전배수·최덕문·정경호·이상홍·민성욱이 열연을 보이며, 연일 매진행렬 중이다. (문의)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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