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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지우개? 머릿속 상상력 표출

인간의 모순된 삶,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구현…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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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김대희⁄ 2009.04.13 14:42:16

“작가가 고생이 많네~, 작가가 고생이 많아~.” 이번 전시를 직접 본다면 성동훈 작가의 무지막지한 무대뽀적인 노력이 스며든 작품에 이 같은 유행어가 절로 나온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준비한 특별한 전시는 모순된 논리의 인간사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성동훈 개인전-‘머릿속의 유목’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특유의 기발하고 재치 있는 상상력과 조형감각을 토대로 안과 밖,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 인공과 자연,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공존하는 인간사의 모습을 인터렉티브 입체 설치, 공간 설치, 키네틱 조각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열 번째 개인전이다. 특히, 작가의 작품성과 완성도가 정점에 오른 작품들은 유압기술과 센서 등 산업기술의 과감한 도입으로 보다 더 풍부해진 내용과 형식, 그리고 적극적인 관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로, 큰 스케일에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에는 조각작품 6점, 공간설치작품 5점이 전시돼 세상 밖으로의 일탈을 기다리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우선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20년 총결산의 전시여서 그 의미가 크다”며 “작품들을 통해 금속조각의 손맛과 작가의 장인정신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폐형식의 작품들이 있는 만큼 직접 참여하면서 감상하는 적극적인 관람방식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특수 시멘트로 만든 2.3m 높이의 거대한 두상이 단연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서 작품 앞에 서면 500㎏에 달하는 얼굴이 ‘윙’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지는데, 그 안에는 첨단 스텔스기·열차·돼지 저금통·뱀·사과 등이 유압제어장치에 의해 계속 회전하며 동시대의 온갖 사건들을 가로지르듯 돌아간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질문과도 같다. “당신이 머릿속으로 바라는 건 무엇인가?”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거대한 두상이 관객의 참여로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은 상호 작용성을 실현한 것”이라며 “이 거대한 두상은 그대로 작가의 자화상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며,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돈키호테가 저돌적인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색색의 꽃으로 꾸며진 황소를 타고 있는 돈키호테는 추락한 비행기와 폐기된 헬기 등 잔해에서 떼어낸 부품과 플라스틱 조화를 조합해 만들었다. 철과 조화는 부조화를 이룰 것처럼 보이지만, 90년대 이후 9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돈키호테는 원래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스런 모습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익숙한 잔디 냄새가 풍기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이 조성돼 있다. ‘비밀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은 특유의 철사 용접 조각으로 만든 4m 높이의 나무와 커다란 곤충들이 잔디 위에 어우러져 있다. 또한, 작가가 성적 욕망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한 작품으로 여성의 자궁을 암시하는 모양인 동시에 꽃봉오리의 모습을 닮은 의자 작품 ‘애인’이 있다. 이 밖에도, 철사로 1만2,000개의 투명유리구슬을 일일이 연결시켜 산양 모양으로 만들고 조명을 달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신화 속 동물처럼 꾸민 ‘자연의 신’ 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일련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성동훈의 노동집약적인 작업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들어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성동훈의 모든 작품은 굵은 철사를 일일이 용접해 연삭기로 표면을 갈무리하는, 무서울 정도로 무식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작업으로 만든 진짜 손맛을 직접 눈과 손으로 경험한다면 그의 무지막지한 노력과 정성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된다. 그렇기에 작업 시간도 몇 달이 걸려야 한 작품이 완성되기도 할 정도다. 마티에르가 강한 정통 조각을 구현하는 성동훈은 20여 년에 걸친 조각 작업을 결산하는 자리로 작품성과 완성도가 가장 정점에 오른 작품을 선보이며, 금속 특유의 재질감과 용접기법을 사용한 노동집약적인 작품을 통해 조각의 본질을 일깨주는 전시를 펼친다. 3월 25일부터 5월 10일까지. 문의 : 02) 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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