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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복원·복제 기술을 영화에서 본다!

국내 최초, 그림 복원·복제 주제로 한 영화 <인사동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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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4호 이우인⁄ 2009.04.20 22:48:30

소더비 경매장·오르세 미술관·인사동 거리…. 박수근의 <시장의 여인들> 25억, 피카소의 <초상> 1,300억, 다빈치의 <모나리자> 4조…. 매일같이 신문을 장식하는 세계의 미술 시장에서는 연간 조 단위가 넘는 미술품 경매가 이뤄지고, 수많은 화가들과 기술자들이 몰려든다. 해외뿐 아니라, 최근 국내에도 미술품 경매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 말기 화가 장승업의 서책을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던 궁중화원 안견이 그린 <벽안도>가 400년 만에 세상에 나타났다? 하지만 파손 상태가 심각해 당장 복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복원만 되면 최소가격 400억 원, 국제 경매시장이라면 수천 억도 문제없다. 복제·도굴·밀수입 등 미술계를 쥐고 흔드는 갤러리 <비문>(秘門)의 악녀 배태진 회장(엄정화 분)은 <벽안도>를 더러운 방법으로 손에 넣는다. 그리고 <벽안도>로 부와 명예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천재 복원가 이강준(김래원 분)을 스카우트한다. 파트너가 된 두 사람, 하지만 실상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서로를 속고 속이며 숨 막히는 그림 싸움을 펼치는 적이다. 4월 30일 개봉되는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국내 최초로 그림을 복원·복제하는 전문기술, 특히 고미술 복원과 복제의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신인감독 박희곤의 첫 장편영화이다. 영화 <어린 신부> <미스터 소크라테스> <해바라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식객> 등을 통해 신세대 청춘 스타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배우 김래원과 가수·연기 등 다방면에서 넘치는 끼를 발휘하고 있는 엄정화가 고미술·갤러리의 천국 인사동에서 만났다. ■8개월 작업한 미술 작품 훼손하면서도 오로지 영화 생각 <인사동 스캔들>은 미술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럭셔리한 분위기의 갤러리와 고가의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300점의 그림들과 실제 화가가 그린 그림 값만 5억 원이 들었으며, 미술계의 큰손 배태진 역의 엄정화 의상은 2억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가인 만큼 손실도 크다. 미술품 외에도 고가의 외제차도 단번에 박살 나니 내 것이 아닌데도 아깝다. 제작진의 마음은 오죽하랴! 4월 15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인사동 스캔들>의 언론시사회에서 박희곤 감독은 “8개월 동안 작업한 작품도 있었다. 이 작품들을 훼손하거나 불로 태울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태로 놓이고 찍느냐가 화두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몽유도원도>가 가짜이고 진품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가짜를 만들어 보낸 사람들이 일본인이란 사실도 알았다”며 “이 작품을 가져오게 된 배경을 들으면서, 우리 영화에 꼭 이런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사동 스캔들>은 시각적으로도 신선하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이 복원가의 손을 거쳐 그 본 모습을 찾는 장면 장면이 하나같이 예술이다. 떼젱이·원접과 배접·상박·회음수·세초·색잡기·덧씌우기 등 복원·복제 관련 용어도 영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지식 축적에 유익하다.

■완벽한 캐릭터로 거듭나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 김래원이 맡은 천재 복원가 ‘이강준’은 파리 제3대학의 최초 동양인 복원가이자, 신의 손을 가진 복제 기술자이다. 20대의 마지막 작품으로 <인사동 스캔들>을 택한 김래원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2개월 간 국립현대미술관의 복원 전문가에게 사사받았다. “드라마 <식객>을 마치고 바로 합류해야 하는 일정이어서 시간이 한 달 정도밖에 없었어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보름 간 복원 기술 연습을 병행했죠. 과천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가서 국내 최고라는 복원 전문 차병갑 선생님께 특별 개인지도를 받았습니다. 복원 과정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마치 미술 같은 작업이라 마냥 신기했기 때문에 흥미롭고 즐거웠던 작업으로 기억합니다.” 김래원의 어머니가 미술학원 원장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김래원은 평소 미술품을 자주 구입하고 선물하는 보기 드문 20대이다. 극중 이강준과 대립하는 인물 ‘배태진’ 역을 맡은 엄정화는 이번 영화가 첫 악역 도전이어서 눈길을 끈다. <인사동 스캔들>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엄정화는 고사했다. 영화 <타짜>의 김혜수를 상상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인데다, 내뱉는 말투나 눈빛들이 엄정화 스스로 생각하기에 표현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악역 연기는 처음에 시작하기 전까지는 좀 힘들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연기를 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그런데 악역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장르인 것 같아요. ‘배태진’을 연기하면서 오히려 재미있었던 것도 같구요. 역할 자체를 즐기게 되고, 또 눈빛이나 강함이나 이런 것들을 즐기게 된 것 같아 오히려 촬영이 즐거워졌어요. 좀 더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릴까, 어떻게 더 표현을 해볼까, 배태진이란 캐릭터한테는 진정성보다는 카리스마 있고 강한 모습이 좀 더 많이 표현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시키는 짙은 눈 화장과 극도로 차가운 표정, 몸매를 부각시키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의상 등 영화 속의 배태진은 비주얼부터 튄다. 포스터의 배태진은 다른 캐릭터를 압도하는 기운이 있다. 이렇게 변신하기까지 엄정화의 고민 역시 많았다. “감독님과 함께 배태진이라는 캐릭터가 외모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무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어요. 신정아 씨처럼 모든 게 밖으로 보이지 않는 여자인지, 아니면 모든 게 다 세팅되어 있는 여자인지 말이죠. <인사동 스캔들>은 미술계의 이야기이고,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여자는 문밖을 나오기 전에도 모든 것이 완전하게 무장된 여자, 감정이 밖으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차갑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메이크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래원·엄정화 외에도 임하룡·홍수현·김정태·김병옥·마동석·오정세·최송현·송지은 등 <인사동 스캔들>의 주·조연배우만 15명. 여기에 하쿠류·손병호·고창석·지대한·이얼·정진 등 우정출연도 6명이나 된다. 특히, KBS 전 아나운서 최송현은 이번 작품이 첫 연기 데뷔작이다. 더욱이 <인사동 스캔들>은 시인 원태연의 입봉작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출연을 번복하고 선택한 작품이어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게다가 선배 배우이자 현 소속사 대표이기도 한 김래원과의 스캔들은 아직까지도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인사동 스캔들>로 실제 스캔들이 난 두 사람을 한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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