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호 편집팀⁄ 2009.04.20 22:45:33
박종철 (화가·미술 평론 칼럼니스트) 페루 북부의 까따까오생(1928)인 세계적인 작가 Maestro Antonio Maro는 부르셀의 아카데미보자르에서 수학하고 쿤스트아카데미의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구상미술, 구상과 추상, 서정추상으로 이어지는 그의 미학은 풍성하고 절묘한 북부미술의 이미지를 엿보이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 구도는 황금분할(Golden Section)의 전형을 이루고 있으며, 간혹 장방형의 색면 위에 의표를 찌르는 사선으로 긴장성(Spannung)을 유발시킨다. 장엄하고 지성적인 구도와 색채는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함이 없으며, 하드 에지(Hard edge)를 멀리함으로써 비정함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색면은 지적이고 따뜻하며, 저·고채도의 양극단을 피함으로써 시각적인 안정감을 가져온다. 그가 처음 시도한 메탈 칼라(Matal Color:금속색상)의 사용은 세계미술사에 신기원을 남겼으며, 염료의 물성을 물씬하게 표상화함으로써 그가 휴머니스트임을 인지할 수 있게도 해준다. 이러한 인간성을 내포하고 있는 매력적인 그의 공간구성에서 세계적인 노대가의 족적이 느껴지며, 그의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감득할 수 있다. 또, 그의 작품에서 무한하게 지속되는 문명의 질주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유추할 수 있다. 평면, 판화 그리고 입체를 넘나들되 장르별 이미지를 유리시키지 않으며, 로맨티시즘(Romanticism)을 수반하는 그의 색상구조는 이방인으로 하여금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매끈하고 단단한 화면 분위기를 피하고 시선의 흡수를 연출하기 위한 흘리고 뿌리는 기법(Dripping)은 자동기술(Automatism)적인 것과 내밀한 서정성 그리고 동양의 노자사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동서를 막론하고 어떠한 편견을 가진 미술 애호가라도 그의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각종 아트페어에 참가해 최대의 찬사를 받으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페루는 물론, 상파울로·독일·미국·프랑스 카라카스 등의 유명 뮤지엄에서의 초대전을 가졌으며,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의 미학은 범속하지 않으며, 범세계적이고 완숙한 경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의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 구미의 미술에 치우쳐 왔고, 그것도 어느 한 작가의 작품전과 특정시대의 작품전이 정기적으로 열려 뜻 있는 미술인들과 애호가들에게 권태로움을 안겨주고 있는 작금의 이 시점에, 한국에서 처음가진 바 있는 거장 안토니오 마로 초대전은 전자매체의 미술(Digital arts)에 식상해 있는 동시대의 우리들에게도 오아시스(Oasis)가 되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