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호 김대희⁄ 2009.04.20 22:45:09
어떠한 사물과 특별한 행동을 볼 때 특이함을 느끼는 개개인의 차이는 크지 않다. 특이하다는 것은 정해진 기준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일상생활과 다른, 늘상 보던 것과 차이가 난다면 일단 특이함으로 치부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는데서 더욱 느낄 수 있다. 그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바라보는 눈은 그림의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면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여기 보는 이로 하여금 내적인 감동에 앞서 외적인 특이함으로 눈길을 끄는 전시가 있다. 빛갤러리의 ‘이종근 소품展’과 표갤러리의 ‘수유시엔展’이다. 이들 전시의 특징은 무엇보다 직접 전시장에 감으로써 눈으로 느끼고 경험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빛갤러리, ‘이종근 소품展’ 보면 볼수록 자신도 모르게 화면 속에 빠져들며 샘솟는 기운과 감동을 느끼게 되는 이종근 소품전이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다. 이종근은 수국·복숭아·나팔꽃 등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자연물 중 복이나 행운을 상징하는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화폭 가득 담는 작가이다. 최근에는 활기차게 날갯짓하며 비상하는 새들을 붉은빛 또는 형광빛의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들 사이로는 항상 머리에서 꽃이 피어나는 어린아이의 얼굴이 숨바꼭질 하듯 숨어 있는데, 아이 또한 꿈·긍정·희망·빛의 존재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연과 사람이 동화된 유토피아를 꿈꾼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종근은 물감으로 여러 색을 층층이 칠한 후 적당히 말랐을 때 날카로운 칼로 표면을 긁어서 채도와 음영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칼로 파인 부분들로 인해 굴곡이 생기면서 빛이 반사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빛이 가득한 느낌이 든다. 많은 팬들이 이종근의 작품을 찾는 이유도 이 같은 작가의 숨겨진 노력과 정성이 깃든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화면은 표현기법과 색감이 강렬하지만, 순수한 표정의 아이가 함께 담김으로써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이종근의 이야기는 현실 속 소소한 대상의 소중함을 일깨움과 동시에, 꿈을 위해 비상하기 위한 강렬한 의지를 함께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에서의 행복감과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는 감성을 충족시켜본다. 빛갤러리 신정아 큐레이터는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인해 작품에 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소량만 만들어지기에 희소가치가 있다”며 “성실하고 치열한 작업과정을 안다면 그 결과물인 작품의 감동이 볼수록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4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문의 : 02) 72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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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갤러리, 수유시엔 개인展 누가 봐도 특이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타이완 출신 작가 수유시엔의 개인전이 이태원 표갤러리 서울 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 그래픽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타이완 국립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고, 한국과 중국에서 다양한 전시를 통해 주목을 받아 온 작가는 2008년 광주시립미술관의 단기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예술의 전당의 ‘Blue Dot Asia’ 전에 참여해 이미 국내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시 작품 중 ‘Donghe Hardware Series’에서 작가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완벽한 인간상을 추구하며 재현하고 있다.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신체를 지닌 캐릭터는 오직 자신 스스로만을 반사해내며 나무와 어우러져 함께 자라난다. 작가에 의해 탄생된 이러한 인간상은 주위 환경에 동요되지 않고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관계로서 조화를 이루는 이상화된 미래적인 인간형의 상징이다. 또한, 피부 위에 반사되는 우거진 나무의 곡선과 신체의 부드러운 질감을 통해 고결하고 숭고한 인간의 장엄함과 아울러 성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해 내고 있다. 전시에는 ‘Donghe Hardware Series’ 외에도 아이들의 치아교정을 통한 치아교정기에서 영감을 얻은 ‘Identify a type, fine to touch, to press, to feel Series’와 신작 ’Ice Mountain’도 선보인다. 아울러, 작가는 작품당 6장씩만 만들어 희소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따스하지만 나른해지는 봄에 새롭고 왠지 모를 강렬함을 느끼고자 하는 이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표갤러리 신소영 큐레이터는 “작품마다 얼굴이 없는 이유는 감정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치아교정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포함해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간과 성의 외적인 아름다움 위에 내적인 고통을 참아내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10일 ~ 5월 10일까지. 문의 : 02) 543~7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