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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사 코미디 연극 <삼도봉 美 스토리>

구수한 사투리 포복절도! 농민 현실 풍자 공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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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5호 이우인⁄ 2009.04.27 14:09:27

경상도와 전라도·충청도가 만나는 접점인 삼도봉의 한 미국산 양곡창고에서 머리가 없는 토막 난 시체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양곡창고에 침입한 농부 4명. 전라도·경상도·충청도·강원도 출신 농부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코믹 상황재연이 시작된다. 전라도 출신 갈필용(손종학 분)은 미국산 쌀 수입을 반대하는 대열의 선두에서 시위하다 전경인 아들을 잃고, 아내는 아들이 남편 때문에 죽었다고 원망하다 아들이 먼저 간 저 세상으로 앞장섰다. 경상도 출신 배일천(조덕제 분)은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시골 노총각. 어머니는 허구헌날 색시를 데려오라고 노래하지만, 요즘 이런 강촌에 시집올 처녀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는 수 없이 국제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꽃뱀한테 사기만 당한다. 오늘도 어머니는 아들의 등에 업혀 며느리 타령을 부르면서 잠이 든다. 충청도 출신 노상술(서현철 분)은 이름처럼 노상 술만 퍼마신다. 술을 마시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법을 잘 모르는 노상술은 30년 살던 집이 무허가란 이유로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나게 되자, 아내는 자식도 나 몰라라 짐을 싸서 떠났다. 지붕도 없는 집에서 아들은 “엄마는 어디 갔느냐”며 노상 상술에게 투덜댄다. 노상 술인 상술은 점점 노상 술만 마신다. 해마다 반복되는 태풍 피해의 희생양 김창출(박명훈 분)은 태풍 피해의 책임자를 찾기 위해 강원도에서 삼도봉까지 왔다. 삼도봉에 들이닥친 대한민국 경찰청 산하 특별수사반 소속 장대식 경위(김왕근 분)는 이 네 명의 사연이 담긴 진술을 들으며 상황재연에서 함께 연기하다 보니, 범인의 정체를 파헤쳐야 하는 경찰의 본분도 망각한다. 그 이유는 이들 네 명의 기구한 사연에 있다. 듣다 보면 토막 살인범의 정체보다 풀리지 않는 이들의 세상살이가 더 궁금해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농촌의 현실이기도 하다. <삼도봉 美 스토리>는 최근 불거진 FTA, 쌀 수입 반대, 농어민 융자, 농촌 총각 국제결혼 사기사건, 태풍 피해 등 우리네 농촌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 시사 코미디 연극이다. “대가리끼리 거래하고 노나 묵고, 대가리끼리 장단 맞춰서 등떼기 팬히 디비 자더래요. 대가리는 몬 만내요. 얼마나 어려운지 아오? 김 사장 찾으면 박 군수한테 가보래요. 박 군수 찾으면 김 사장한테 가보래요. 대가리는 절대 없더래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은 뒷전, 책임회피에 급급한 대한민국의 수뇌부를 가리켜 대가리가 없는 토막 난 시체에 빗대 풍자하는 김창출의 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는 무능력한 공직사회를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웃음과 공감·감동이 한꺼번에 전해지는 공연이다. 특히, 갈필용과 아들 갈재구(김재구 역)의 끈끈한 부자지간의 정은 웃다가 울게 만드는 장본인. 지방에 따라 다른 사투리의 차이점도 느낄 수 있어 유익하다. 하지만 초연이다 보니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장면이 등장해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가 몇 차례 있다. <삼도봉 美 스토리>는 2007년 파파창작희곡공모전 가작 수상작 김신후의 <아! 삼도봉 컨피덴셜>을 고선웅의 각색과 연출로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 지난해 10월 워크숍 공연의 폭발적인 반응에 이어, 지난 2월 10일 본격적으로 공연을 오픈했다. 서울 혜화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문의)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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