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우리는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서 현대미술문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미술가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행동, 즉 전통과 아방가르드가 늘 혼재하면서 새로운 것을 실현해볼 수 있는 자율성과 특권의 문화가 그것이다. 두 번째는 모방의 문화이다. 시각문화의 다양한 현상과 현실들을 두려움 없이 사냥하면서 학습된 것과 진정한 창작이 무엇인가 되풀이되는 고민을 유감 없이 수용해 보이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서 각급 대학의 미술학습이 현대문화와 연관된 테크닉과 장르별 실험을 계속하는 데는 늘 지나간 것과 새로운 것들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젊은 세대 작가들의 자세는 늘 진취적인 것이 많으나, 이들 진취적인 태도와 행동이 역사적인 것, 전통적인 것들의 배경에서 변화된 것이란 사실도 함께 한다. 일반 기성작가들 보다 배가된 창작의 고통을 감수하게 되는 것은 전통과 현대적인 것이 일으키는 가치의 충돌에서 어떻게 예술을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입지의 정리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큰 관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방의 문제는 창작의 첫 단계에서 매우 신선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필연적인 과정에 속한다.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창작예술의 수단은 대개가 학습되었거나 교수나 기성작가·해외정보·저널리즘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모방의 단계는 거의 누구나 거치게 되는 과정으로, 유치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형을 딛고 나서 젊은 감수성으로 발견하게 되는 진정한 예술성·상상력·사회적 인식이 젊은 세대 미술의 아이덴티티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2009 NEO-PAX 현대미술전은 이형아트센터·한국공공문화연구원에서 마련한 전시로, 최근 미술 관련 대학의 우수졸업 작가들 중 자문위에서 선정하여 준비한 2009년도를 대표하는 차세대 현대미술 주역들의 전시이다. 이러한 전시는 전국대학미전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공모전과는 달리, 이미 기성작가의 눈으로 와 있는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선별하였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때문에 대학문을 나서는 미술학도들에게는 그들의 짧은 작가학습에 대한 평가의 계기와 매우 부족한 신예작가의 등용문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서 출품된 작가들은 평면회화에서 입체까지 다양한 텍스트가 전시되며, 앞으로 사진·디자인, 기타 복합매체에도 수용할 계획이다. 출품 작가들은 현대문화의 복합성이 그대로 닮아 나오게 되면서 문자 그대로 전형적 패턴은 없다. 한국의 문양·색동·자연의 상징·숭고미 등 이른바 우리 것을 소재로 한 소재주의로부터 젊은이들의 현시대적 자화상을 그린 개념작업들, 그리고 추상회화와 사회적 주제를 다룬 것으로 집약된다. 과거 우리는 20세기 문화의 정체성이나 지역주의적 패턴에 힘입어 불기 시작한 전통소재주의에 빠지게 되고, 감성보다는 잠언적이고 서술형이 됨으로써 예술성에 의문이 가는 작업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작금에 와서 특이한 것은 젊은 세대들의 작업내용에서 순수추상이나 기하학적 패턴 등 이른바 서구형식의 전형이 거의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며, 한국 현대미술 장르에서도 색다른 개념화로 기호적 도상들의 모습은 우리의 독자성으로 자립해 나아가고 있음이 확인된다. 작금의 한국 현대미술의 여러 가지 위기설을 극복하는 발전적 대안은 학교에서 학습된 작가 개인의 노력을 화랑이나 미술관의 기획자(큐레이터)에 의해 조망함과 동시에 컬렉터와 연계 시장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입증해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생산과 공급의 관계에서 미술가들은 생산자의 입장에서 우수한 작품을 제작하고 이것이 문화의 소비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획자와 함께 가꾸어 나갈 때 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2009 NEO-PAX 현대미술전이 한국 현대미술문화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동안 국내의 우수작가 발굴 또는 등용문으로서 정평이 나 있는 이형아트센터·한국공공문화연구원에서 나름대로 내실이 강한 작가들 작품만을 선정하여 전국 일환의 90여 명이라는 제한된 숫자만을 선정해서 전시하게 됨은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화단의 여러 가지 형태의 미술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적절한 잣대로 평가해주는 이번 전시는 젊은 미술가들에게 큰 자극제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행동과 장이 전문 기획가들에 의해 기획되어 조망된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계기가 다양한 장르까지 접근된다면 우리 문화의 허리도 그만큼 튼튼해지고 건강해질 것이 사실이며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