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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제21대 이사장

미술인 위상정립에 정진…‘미술인의 날’ 제정으로 미술문화 널리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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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2호 김대희⁄ 2009.06.17 08:59:27

“임기 동안 미술인들의 실추된 위상을 끌어올리고, 능력 있는 젊은 작가들의 발굴 및 양성에 힘써 왔습니다. 임기 후엔 그림만 생각하고 그리는 작가 노재순으로 살고 싶습니다.” 한국미술협회 노재순 이사장은 어찌 보면 최악의 상황에서 미술계를 짊어지는 역할을 맡았다. 그가 21대 이사장이 되던 2007년의 국내 미술계는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금품수수 및 비리 혐의로 몸살을 앓았고, 신정아 사건까지 터지면서 국내 미술시장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는 미술협회 및 작가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이러한 역경을 몸소 겪으며 헤쳐 온 그는 이제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기고 있다. 임기 동안 ‘미술인의 날’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를 제정하고, 행사 비용은 직접 발품을 팔아 후원을 받아내 진행하는 등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헤쳐왔다. 이렇듯 작가들의 위상 정립과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그를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미술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미술협회란 어떤 곳이며, 어떠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까? 한국미술협회는 전국의 미술 전공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곳입니다. 이와 함께,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해외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죠. 협회를 통해서 미술문화를 널리 알리고 활성화 시키고 있습니다. 21대 이사장을 맡으신 지 2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의 성과 및 소감은 무엇인지요? 가장 먼저 미술인들의 실추된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취임하던 2007년의 국내 미술계는 정말 사상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술대전의 비리 문제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미술계와 협회의 실추된 위상을 올려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미술대전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도 도입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개심사, 운영위원 제도 등 평론가도 위원에 참여시켰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억 원 정도를 지원받을 만큼 위상이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미술인들을 위한 ‘미술인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문학·연극·무용·뮤지컬·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각종 시상식으로 예술혼을 북돋우며 대중성을 이끌어 내고 있는데, 미술 분야는 이러한 사례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술인들도 멋진 옷을 입고, 멋진 무대에서 서로 박수치고 축하해주며 상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술인들의 행사에 유명 인사들도 많이 참여하는 등 의미 있게 진행되는데, 국내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예술가들도 대접받는 시대가 돼야 하며, 시대가 변한 만큼 미술인들도 변해야 합니다. 매년 12월 5일을 ‘미술인의 날’로 제정하고 시상식도 함께 진행하는데, 올해로 3회째를 맞게 됩니다. 지난해에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도 참석해 축사를 했는데, 당시 유인촌 장관이 왜 2회밖에 안 됐느냐고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시상에는 금상·명예공로상·해외미술상·미술문화공로상 등이 있는데, 가장 의미 있는 상은 원로작가에게 주는 상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림 작업에 정진해 온 그분들은 상을 받고갈채를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제 임기 동안 있어 ‘미술인의 날’을 만든 보람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좀 더 풍성하게 꾸며 특별한 상도 더 만들고, 대통령상도 추진 중입니다. 최근 열린 부산비엔날레·서울오픈아트페어 등 국내 미술박람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비엔날레나 서울오픈아트페어 등의 행사 내용은 예년에 비해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미술계도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부 미술품 가격이 부풀려지기도 했죠. 미술 애호가들이 정말로 좋은 작품을 생각하고 골라서 장만하는 게 아니라, 투자가치로 작품을 사지 않을까도 걱정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갑작스런 가격 상승 요인이 있는 작품들 때문에 오히려 다른 작가들이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최근 경기불황과 함께 미술시장이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자리를 잡기 위한 위치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로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잘 팔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사장님도 화가이신데, 미술계의 발전을 위한 충언과 함께, 미술을 배워 나가는 젊은 작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작가는 그림만 그려야 합니다. 여기에는 국가나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및 후원도 필요합니다. 미술인들은 모두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렵다는 말은 어려운 예술가를 돕자는 뜻도 됩니다. 먼저, 작가들의 전시공간 및 무료 대여공간이 많아야 하는데, 서울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따라서 작가들의 창작공간 지원이 절실합니다. 경기도에서 백남준아트센터를 지을 때 너무도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백남준의 아트센터를 짓기보다는 미래 100인의 백남준을 양성하는데 힘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60대 이상의 작가들 중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은 너무 어렵게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들을 위한 연금 등 정부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작가들의 작품가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게 책정돼야 국가로서도 이익이 됩니다. 한국 미술은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저평가받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작가들을 지원해서 해외로 보내고 키워야 국가도 도움이 되고 수준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대학시절에 교수님으로부터 “남과는 다른 작품을 하라”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남과 다른 작품세계를 가지라는 것, 그리고 작품에만 몰두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빛을 본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작품만 좋다면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자기 PR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자신을 알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이 부분도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하고자 하는 일과 임기 후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남은 임기에는 역시 미술인들과 협회의 위상 정립에 노력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미술인의 날’ 행사를 올해는 더욱 크고 알차게 열 계획입니다. 기업과 시민이 함께 하는 행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작가와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기업들의 문화 마케팅 등 문화 활동이 활발한데,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많은 후원이 이루어졌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지난해까지의 행사는 직접 발품을 팔아 다니며, 얻은 후원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느끼는 아쉬움이지만,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한데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 행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미술문화를 알릴 행사가 없습니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아시아미술의 중심이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현대 미술에서는 한국이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보다 늦은 발걸음을 보입니다. 이유는 북경아트페어 등처럼 서울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시 행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중심이 서울이라는 취지를 알릴 큰 전시 행사가 절실합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한마디로 노재순을 표현한다면 ‘미술가 노재순’, ‘작가 노재순’입니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연임도 가능하지만, 취임당시부터 딱 한 번만 하려고 다짐했습니다. 임기가 끝나면 ‘작가 노재순’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작가는 24시간 그림 생각만 하고 그림만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림만 그리고 싶습니다. 오는 7월 8일에는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화가로서의 노재순을 지켜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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