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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민간 어린이집 No! 서울형 어린이집 Yes!

가정형 어린이집 통해 살펴본 ‘서울형 어린이집’ 운영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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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2호 박성훈⁄ 2009.06.17 08:56:24

최근 육아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저조한 국내 출산율은 미흡한 육아정책에 일부분 기인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보육체계가 부실해 부모들이 아이 낳기를 꺼려한다는 지적이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시설이 지난해 말 현재 1826개로 전체(3만3499개)의 5.5%에 불과한데다, 민간 시설에 맡기자니 국·공립에 비해 보육료가 비싸고 보육 환경 및 서비스가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하다는 부모들이 많다. 그래서 아기를 갖기 무섭게 국·공립 시설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이미 입소 전 대기 기간이 평균 2년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 3월부터 민간 시설을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서울형 어린이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5532곳의 시설 중 위생관리·투명회계 등 92개의 기준을 충족한 시내 어린이집 1125곳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증했다. 4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시설 개선비와 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민간시설의 질을 끌어 올려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시행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은 국·공립 서울형 어린이집의 인기가 더 높아 대기자가 빠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일선에서는 사업 홍보가 부족해 대기자 이동 현상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 한 서울형 어린이집의 일상과 특징을 관찰해봄으로써 사업의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서울형 어린이집, 국공립 못지 않아요” 6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엔젤 어린이집’(시설장 이은숙). 북한산 인근의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은 한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가정형 어린이집이다.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위치해 주변에 탁아비용이 저렴하면서도 공인된 시설을 갖춘 기관을 찾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평가인증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서울형 어린이집에 선정됐다. 원장과 5명의 교사(시 지원 보육도우미 1명, 조리교사 1명 포함)가 19명의 영유아를 관리한다. 일반 가정집을 활용한 기관이지만 시설은 국·공립 보육시설 못지 않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콘센트, 피아노 덮개, 문틈, 모서리 등 구석구석마다 안전보호 처리를 해 놓았다. 이는 평가인증에 포함된 항목으로, 서울형 어린이집들이 유아 안전을 위해 구비해야 할 시설이다. .

보육교사 출근 시간 30분씩 당겨져 오전 7시 30분에는 보육이 시작된다. 한두 명의 어린이들이 아침 일찍 어린이집을 찾아온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부모들이 데려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은숙 원장과 보육교사들은 보다 일찍 준비해 아이들을 맞는다. ‘서울형’에 선정된 이후로는 보육교사들의 출근시간이 30분 이상 당겨졌다고 한다. 이 원장은 “오전에 일찍 등원하는 친구들이 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아침시간이 바쁘기 때문에 기저귀 갈 시간도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오면 기저귀부터 갈아주고 열은 없는지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말을 걸고 자유놀이를 하면서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선생님 한두 명이 출근하면 이 원장은 노란색 승합차를 몰고 아이들을 데리러 나간다. 이렇게 9시까지는 아이들을 맞이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1시간쯤 회차를 하면 늦어도 10시 반까지는 아이들이 전부 등원한다. 아이들은 오자마자 교사의 지도 아래 손을 씻는다. 이 원장은 “수족구병 등은 시설이 미흡해서라기보다 교사의 미흡한 관심으로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1830(하루에 8번 30초씩) 손 씻기 운동만 잘 지켜도 웬만한 질병은 다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에서 나온 시설 지원비로 얼마 전에 낡은 화장실을 개보수해서 시설이 향상됐다며 교사들은 만족해했다. 야채죽 한 컵도 ‘뚝딱’ 먼저 온 아이들은 자유놀이를 즐기고, 늦은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니 시간은 10시 30분 정도가 됐다. 그러자 아이들은 놀던 장난감을 정돈하고 간식을 먹으러 나온다. 위미옥 조리교사가 아침밥을 주었다. 이날에는 참치야채죽이 한 컵씩 나왔다. 부득이 식단에 맞는 식재료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같은 식품군의 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위 조리교사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들도 선생님과 놀이를 하면서 먹이면 잘 먹는다. 아이들이 그릇을 비우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는 입안이 헐었나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 컵의 죽을 싹 비웠다.

서울시 지원으로 가스렌지 등 교체 주방은 밖에서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었다. 식기를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는 식기건조대를 마련하면서 싱크대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됐다. 냉장고도 큰 것으로 장만해 아이들에게 줄 우유와 상하기 쉬운 음식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불이 약했던 낡은 가스렌지도 새것으로 바꿔 취사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주방이 바뀐 것은 서울시로부터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증받아 시설 개선비를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은숙 원장은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선정되고 나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시설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더 좋은 시설과 음식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만간 전기오븐도 들여와 아이들에게 쿠키나 고구마·감자 등을 구워줄 수 있고, 그 동안 해 먹기가 불편했던 닭튀김도 직접 요리해줄 계획이다. 식사 후에는 선생님의 도움에 따라 아이들은 양치를 하거나 칫솔 사용법을 배웠다. 밥을 먹은 뒤에 양치질도 필수다. 교육은 일일~연간 계획표에 따라 식사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이들은 수업을 받으러 각자 교실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에는 노래·동화 교육이 이루어졌다. 모든 놀이교육은 각 교사가 준비한 일일/주간/월간 계획표에 따라서 진행된다. 이 계획표들은 미리 마련된 연간 계획에 따라 정해진다. 이 원장은 “연령별로 배우는 수준이 다르고 영역별로 구분돼 있다”며 “이날 짜여진 일과와 계획안 등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진다. 상황에 따라 일정을 유연하게 운용하지만 정해진 대로 실현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수업태도와 발달상황을 때때로 수첩에 적기도 했다. 이 원장은 “11시 정도가 아이들의 두뇌활동이 가장 왕성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골뱅이 소면도 잘 먹어요”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자 주방에선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방에서는 조리교사가 점심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재잘대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 메뉴는 양송이볶음밥에 미역국·호두감자조림·김치·방울토마토가 나왔다. 아이들은 김치까지 맛있게 먹는다. 이 원장은 “가려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이려면 여러 가지 맛에 익숙하도록 골고루 먹이는 게 중요하다”며 “간혹 음식 투정을 하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식습관이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골뱅이 소면무침도 맵지 않게 만들면 아이들이 잘 먹는다”며 “편식하던 아이들도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돼 부모님들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낮잠-교육 병행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오후 2시까지는 졸린 아이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재운다. 영아들은 대부분 낮잠을 자지만, 2~3세가 되면 활동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깨어 있는 아이들은 연령별로 모아 소그룹 활동을 진행한다. 유아에 대한 놀이교육은 ‘표준보육과제에 기초한 영유아 교수활동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그 동안 사고 싶어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 살 수 없었던 120만 원에 이르는 이 자료를 최근 시에서 나온 지원금으로 구입하게 됐다. 이 원장은 “0세~만2세를 위한 교수활동 자료로 아이들에게 설명부터 시연까지 할 수 있도록 장난감도 들어 있는 교육 기자재이다. 수업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그 동안 쓰고 싶어도 엄두도 못 냈는데 구입하게 돼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박윤숙 교사는 “어린이집 이전 형태인 놀이방에서는 아이들과 하는 놀이 위주의 시간표로 짜여져 탁아 기능만 담당했지만, 지금은 놀이와 함께 교육 기능도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간식에 우유 등 첨가하기도 낮잠과 소그룹 활동 시간이 지나면 간식을 먹는다. 이날 간식은 꿀떡과 옥수수차가 나왔다. 식단과 별도로 우유가 나오기도 했다. 위미옥 조리교사는 “먹는 것은 훨씬 실해졌다. 이전에는 인스턴트 음식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최근에는 친환경음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우유를 추가하거나 화채·미숫가루 등도 먹인다. 꼭 메뉴에 맞춘다기보다 더 좋은 음식이 있을 때에는 같은 식품군에 한해 맞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포크나 수저 등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를 계속했다. 이젠 부모들이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간식을 먹고 나면 업무가 분담된다. 이 원장은 일찍 귀가하는 아이들을 모아 승합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고, 보육교사들은 오전에 했던 놀이교육 활동 등 오후 일과를 진행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책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부모들은 어린이집 내 교실과 식당 등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자녀의 모습을 IPTV의 전용 채널을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TV는 물론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도 시청이 가능하다. 보육교사들의 인권침해 논란을 우려해 IPTV 운영을 꺼리는 곳이 많지만, 이 어린이집은 진작부터 부모가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거실 천정에 CCTV를 설치해 두었다. 이 원장은 “놀이상황을 항상 공개할 수는 없지만, 부모들과 인사를 나눌 정도의 형편은 갖춰 놓고 있던 상황”이라며 “부모들이 IPTV를 통해 공개수업을 보면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함께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사와 부모 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소지는 경계했다. 이를테면, 야외에서 아이가 잠시 웅크려 무언가 관찰하는 모습이 영상에는 따돌림을 받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 퇴근시간 늦춰지고 인건비 향상 해가 지고 부모들이 하원할 때가 되면 자연스레 어린이집의 일과도 끝이 난다. 교사들은 부모가 올 때까지 원생들과 놀이를 한다.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교사들의 귀가시간이 7시 30분으로 늦춰졌다. 부모들의 귀가가 늦어질 수 있어, 유아를 하원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대신 시에서 교사 인건비를 80% 지원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급여가 이전보다 향상됐다. 이 원장은 아이들을 승합차에 태워 집으로 바래다준다. 이 과정에서 유아의 상태와 그날의 활동 등에 대한 특이사항을 부모와 상담하기도 한다. 원생인 정서현(2) 어린이의 어머니 김은자 씨(31)는 “아이가 영아였을 때부터 이 어린이집에 맡겼다”며 “오랜 시간 맡겼던 터라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아직 서울형 어린이집을 신청하지 않은 기관들 중에는 시설장 급여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요인이 없지 않다”며 “앞으로 향상되리라 보고 더 많은 시설이 서울형 신청을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시설장의 연령이 많다”며 “다년간의 경험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서울형 어린이집에 지원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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