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준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 본지 97호(2008년 12월 23일자)부터 연재되던 ‘신체 디자인 운동’은 필자의 사정으로 4회에서 일시 멈추고 후일을 기약한 바 있습니다. 이번 호부터 ‘신체 디자인 운동’의 내용을 한층 충실하게 보완하여 처음부터 다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신체 디자인이란 말은 해부학을 전공한 의학자가 쓴 책의 이름이었다. 즉, 우리 몸의 모든 기관에서부터 근육·뼈에 이르기까지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육체를 가질 수 있다는 서두와 함께 단지 우리 몸의 각 기관에 대하여 기능과 해부를 설명한 내용이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미국의 스포츠 의학자들이 “우리 몸은 좌우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한 좌우균형기계(Bilateral machine)와 같다”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신체 디자인을 간단히 정의하면, “모든 주관절이 우리 몸의 중심선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정렬되고, 좌우 근육의 배열·강도·기능이 균형을 이루며, 신체 상하가 조화를 이루는 상태”이다. 미국에서 일반인들을 조사한 결과, 거의 90% 이상이 이 신체 디자인에 이상이 있었고, 이것이 신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같이 ‘디자인’이란 말은 의류나 건축물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움직이는 수많은 미세 조직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만드는 인간의 디자인이 더 어렵고 소중하다 하겠다. 인체는 디자인이다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즉, 형태도 모든 인간이 각각 다르며, 같은 질환을 갖고 있어도 사람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치료성과·예후 등도 다 다르다. 우리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전 과정에 걸쳐 우리 몸의 외관, 내부, 그리고 그 기능이 현저히 변하는데, 이 변화도 본인의 직업이나 습관에 따라 다 다르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고, 이와 같은 차이는 생활 활동, 정신건강과도 직결된다. 철근 콘크리트로 짓는 건물을 보자. 이 건물은 움직이지도 않고, 천재지변이 아니면 기울어지거나 허물어지는 경우도 없다. 그러나 이 건물을 지을 때 기본 디자인이 정확히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이상 징후가 발생한다. 인간의 신체는 거의 끊임없이 움직인다. 또 우리 능력에 웃도는 운동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는 급속도로 모든 기관이 변해 간다.
미국우주항공연구소(NASA)는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생체 변화를 연구하면서 미세중력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즉, 우주 공간에서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주 공간과 비슷한 미세중력 상태에서 3개월이 지나면 원래 있던 근육의 3분의 1이 소실되며 기능도 그만큼 감소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큰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 우리의 머리 무게가 약 4~6kg인 볼링공의 무게와 같다고 하면, 아마 여러분은 놀라서 그 무거운 머리를 잘 이고 다니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큰 중력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간다. NASA의 미세중력 실험에서 보듯이,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은 소실되고 몸의 디자인이 나빠진다. 또한 운동을 하더라도 올바른 신체 디자인 기준으로 하지 않는 경우 우리의 신체는 오히려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과 이해 속에서 우리 신체의 디자인을 올바르게 유지하고 견고하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모든 일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운동의 기본은 신체 디자인 운동이다. 이 디자인 운동을 먼저 시행하고 나서 더 향상된 유산소·무산소 운동을 하고, 더 나아가 스포츠 관계 운동을 해 나가야 부상이 없이 능률적인 기술과 건강한 몸을 갖추게 되며, 연령의 한계를 극복하고 여생을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가 있다. 성인 10명 중 9명 신체 디자인 ‘비정상’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성인 중 90% 이상에서 신체 디자인에 크고 작은 이상이 있었다. 심지어는 프로 운동 선수들도 상당수가 자신도 모르는 신체 디자인 이상을 갖고 있었다. 운동을 포함하여 신체 활동 중에 당하는 부상도 신체 디자인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욱 빈발했다. 50세인 어느 프로 운동 감독은 매일 체육관에서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해서 체력에 관한 한 자신이 있었는데, 누워서 잠을 잘 때 가끔 한쪽 등에 아픈 느낌이 들고, 골프를 치고 나면 어깨에 다소 통증이 있었다. 검사 결과, 이 사람은 결국 어깨 등쪽에 문제가 있었다. 근육은 잘 발달되어 있었으나, 좌우 근육의 힘과 유연성이 달라 강한 쪽으로 근육이 당겨지면서 근육 배열의 이상 즉 상체 등쪽의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계속 근육강화 훈련을 하여 좌우 불균형이 더욱 악화되면서 증세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 디자인에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며, 실제로 증세가 나타날 때까지 그 심각성을 모르게 된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질환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 희소식이 있으니까. 우리가 노력만 계속하면 일그러진 우리 몸의 디자인을 다시 찾을 수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노력하면 신체연령을 젊게 가져가는 것은 물론,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근육의 특징 1. 체육관에 있는 기구로 운동을 하면 목표로 하는 하나 또는 2개의 근육이 빠르게 발달하기는 하나, 근육들은 하나나 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며 주위의 다른 근육들과 공동으로 조화를 이루며 작용한다. 2. 약한 근육을 강하게 해준다고 해서 근육의 균형 즉 몸의 근육 디자인이 맞는 것은 아니다. 3. 따라서 좌우 근육의 강도나 능률을 조화 있게 하려면 그 주위의 근육이 함께 작용하는 디자인 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4. 근육은 작은 자극에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 능력을 발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