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는 일을 생명처럼, 매월 25일’이라는 현판을 소유한 구두쇠 ‘지도산’(고인배 분)이 운영하는 하숙집에는 장기 월세로 사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젊어서 남편을 잃은 포장마차 주인 ‘우봉자’(유지연 분), 인생은 한 방이라면서 도박에 빠져 사는 청년 ‘이성기’(김명 분), 연기자가 꿈인 내레이터 모델 ‘김세나’(김성희 분), 무당인 조지나(홍예성 분), 공중부양에 목숨 거는 철학인 ‘나철학’(유용범 분) 이렇게 다섯 명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하나뿐인 화장실 쟁탈전으로 체력을 소비하고, 매일매일 의미 없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나간다. 가족 하나 없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봉자, 도박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성기, 스타가 되기에는 좀 떨어지는 외모와 몸매인 세나, 천기누설로 사망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지나, 아내와 자식 모두 도망가 혼자가 된 철학인 철학. 이들은 도산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동네가 떠나갈 듯 싸우는가 하면, 괴로울 때면 봉자의 포장마차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통과 슬픔을 나누는 끈끈한 가족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월세 내!” “방 빼!”밖에 없을 줄 알았던 구두쇠 집 주인 도산의 행동이 수상해지기 시작한다. 먹지도 못 하는 술을 마시는가 하면, 만취해 먼저 저 세상에 간 가족들을 애타게 부르짖는 것. 결국 봉자는 도산이 암 말기임을 알아차리지만, 이미 때는 늦어 도산은 사망한다. 그리고, 월셋방 다섯 명은 도산의 유품에서, 그가 자신들을 미워한 것이 아니라,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지난달 19일부터 대학로 스타시티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패밀리! 빼밀리?>의 ‘풀 네임’은 <패밀리! 방 빼는 거야! 집세 밀리면?>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패밀리! 빼밀리?>는 코믹적인 요소가 다분한 뮤지컬에 가까운 연극이다. 주인 아저씨를 비롯하여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피붙이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일까, 다섯 명 모두가 자기 자신이 귀중한 줄 모르고 대충 사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세나가 연기자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감독님이과) 자면 캐스팅해 줄 건가요?”라는 대사에서 확 와 닿는다. 자존심과 몸을 버리고서라도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이들에겐 특히나 강하다. 남자 주인공 성기는 인생 한 방을 노리다 장기까지 팔아야 하는 빚쟁이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공연은 작은 소극장에서 이들의 유쾌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픔이 있는 사연을 따뜻하면서도 코믹적인 터치로 그려낸다. 연극이지만, 도입부부터 전개되는 동안 노래와 춤이 곁들여지니 뮤지컬에 가깝다. 멀티맨 ‘두종팔’(강왕수 분)과 ‘원사장’(김춘기 분)의 약간은 어설픈 연기와 노래는 폭소를 자아낸다. 관객들을 등한시하지 않고 함께 호흡하려는 부분은 장점이다. 반면, 중간 중간 끊기는 부분이 있어 도산의 변화로 인한 감동은 생각보다 적어 아쉽다. 지금보다 도산의 분량이 더 많고, 극을 전체적으로 도산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관객이 알도록 연출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감동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드는 시간 뒤에 오는 반전의 눈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19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2관. (문의) 02 742 76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