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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포도주의 역사

포도주의 기원은 중동, 종주국은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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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28,129호 편집팀⁄ 2009.07.28 23:47:34

이종구(이종구심장내과 원장·예술의전당 후원회장) 역사를 모르고도 포도주를 즐길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의 만리장성,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방문할 때 그 역사를 미리 알아봄으로써 더 많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듯이, 포도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포도주를 즐기는데도움이 된다. 프랑스의 포도주 제조업자들은 프랑스가 포도주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지금의 중동 지역에서는 프랑스라는 국가가 생기기 이전부터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이집트에는 이미 3000년 전에 포도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고, 메소포타미아 왕궁에서도 왕과 후궁들이 와인을 즐겼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다. 포도주의 기원은 3천 년 전 중동 지역 포도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구약성서에도 나온다. 성서에는 노아가 대홍수가 끝나고 육지를 발견한 후 처음으로 포도를 재배하여 포도주를 마셨으며 너무 과음한 나머지 알몸으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약성서에는 포도주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를 잃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Lot)이라는 노인에게 딸만 둘이 있었는데, 소돔이 부족의 모든 여인들을 살해했다고 믿고 대가 끊길 것을 염려하여 두 딸들이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노부에게 포도주를 마시게 하고 이틀 동안이나 동굴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포도주가 최음제로 사용된 최초의 기록인 듯하다. 나체의 두 딸이 반나체의 아버지를 양쪽에서 껴안은 내용을 담은 17세기의 거장 루벤스(Rubens:1577~1640)의 그림은 세계적인 명화로 꼽힌다. 폼페이(Pompeii) 유적을 방문하면 벽화에서 로마인들이 자국산뿐만 아니라 수입된 와인도 즐겨 마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시 현대 사회의 포도주 종주국은 프랑스라 하겠으며, 그 중에서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ourgogne) 두 지방이 포도주의 왕과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서기 500년 전에 이미 포도나무가 자생하고 있었으며, 그 나무에서 딴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은 포도나무가 잘 자라는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페니키아 사람들과 그리스 상인들이 이곳에서 와인을 교류했다는 증거가 남아 있다.

로마인들이 서기 1세기 전에 프랑스의 북부를 점령했을 때는 이미 프랑스의 여러 지방에서 포도주가 새산되고 있었으며, 이 포도주가 로마로 수출되었다. 프랑스의 전설에 의하면, 이미 9세기에 신성로마 제국의 샤를마뉴(Charlemagne:재위 768~814) 황제는 와인에 각별한 취미가 있어 지금의 부르고뉴 지방의 황금의 언덕(Cote d'Or)을 포도 재배지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와인의 제조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0~13세기이며, 대규모로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배경은 교회와 수도원 때문이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독신자들이어서 가족을 돌보는 대신 여가 시간을 포도 재배와 포도주 제조에 보낸 듯하다. 코르크 병마개 발명으로 장기 보관 가능해져 포도주 병의 코르크 병마개가 개발될 때까지는 포도주를 오래 보관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650년에 병마개가 발명되면서 포도주 생산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780년대의 프랑스 혁명은 교회와 수도원을 폐쇄시키고 교회가 소유했던 포도밭을 일반인들에게 강제로 분양하였다. 1804년에는 유명한 나폴레옹 법전(Code Napoleon)이 선포되면서 부모의 유산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자손들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었다. 그 결과 포도 농장은 소규모 포도밭이 되었고, 포도 상인들은 작은 밭에서 포도를 구입하여 포도주를 제조 판매하는 산업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 100년 후에는 포도나무의 병충해로 포도주 산업이 멸망의 위기를 맞게 된다. 흰가루병(Mildew:흰곰팡이, 백분병)과 포도나무 뿌리진디(Phylloxera) 등은 프랑스의 거의 모든 포도나무를 병들게 하였다. 그 결과 포도 재배 산업은 대혼란기에 빠졌으며, 그 후 포도나무들을 뿌리진디에 저항성이 있는 종류와 접목시키는 등 대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포도나무의 생산지와 포도의 종류가 왜곡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혼돈기에 새로운 질서를 잡기 시작한 것이 원산지 통제 명칭(apellation controlee법)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프랑스 포도주 산업은 또 하나의 위기를 맞는다. 캘리포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신대륙으로부터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포도 재배에 좋은 기후 조건을 가진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포도주가 정상의 위치를 독차지해온 프랑스 포도주의 위치를 위협하자, 프랑스는 저가의 포도주 생산을 줄이고 우수한 품질의 고가 포도주 생산에 집중하면서 그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위협은 자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점차 포도주의 소비를 줄이고 대신 다른 종류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으며, 내수 시장 감소에 위협을 느낀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포도주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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