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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폭염 속 코스 풍경과 스코어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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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1호 김맹녕⁄ 2009.08.18 14:52:54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 한국의집 관장 연일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로 숨이 턱턱 막히고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폭염 속에서 골프 라운드를 한다는 것은 시작은 즐거우나 고통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말복이 지나니, 온 골프장을 시끄럽게 하며 그 쨍쨍하던 매미의 울음소리도 점점 쇠해져 힘이 없게 들린다. 그늘집 앞의 해바라기와 코스모스의 꽃망울이 점점 커지고 일부는 망울을 터뜨려 가을의 문턱에 와 있음을 예고해준다. 연못 속의 잠자리도 짝짓기가 한창이고, 그린 위를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늘집 지붕 위에는 길쭉한 수세미와 흰 박들이 뒹굴고 있고, 덩굴 위로는 노란 수세미꽃, 흰 박꽃, 연보라 나팔꽃이 서로 엉겨 피어 있어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골프 코스 한편에 심어놓은 노란 참외와 수박·토마토·오이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잎새가 누렇게 변색되어 앙상한 가지에 덩그라니 매달려 있는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골퍼들의 계절감각을 풍성하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텃밭에는 고추·가지·호박이 탐스럽게 열려 있고, 구석진 꽃밭에는 백일홍·채송화·분꽃·봉숭아 그리고 노란 국화 등등의 우리나라 전통 꽃들이 피어 있어 한여름의 청취를 더욱 느끼게 해준다. 워터 해저드 한구석에서 자태를 뽐내고 돌아다니던 수탉과 시끄럽게 꽥꽥거리던 집오리들도 더위 앞에 무릎을 끓고 그냥 조용히 눈만 껌뻑거리고 있다. 해가 조금씩 기울어지면 코스의 골퍼들은 힘이 솟아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면서도 열심히 퍼트를 해낸다. 그늘집에 들러 연방 물을 마셔대도 갈증은 가시지를 않아, 막걸리에 메밀묵을 먹고 코스에 나가면 정신이 아른거려 아이언 샷은 생크만 난다. 우리 고향 골프장 그늘집에서는 막걸리와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에 누런 강낭콩을 얹어 쪄낸 빵이 나오기도 하고, 김치빈대떡이 나올 때도 있고, 감자떡이 소쿠리에 얹혀 나올 때도 있어, 더운 날씨에 골프보다는 음식 먹는 재미로 라운드를 즐긴다. 코스에 연해 있는 작은 소로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얼굴이 시커먼 촌로가 경운기에 칡 넝클과 소 먹일 풀을 가득히 싣고 지나가는데, 뒤따라오는 흰 개가 영감님을 에스코트한다. 폭염 속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잘 치는 요령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첫째, 스코어보다는 더위를 안 먹고 탈수증에 안 걸리는 일이다. 둘째, 러프가 자랄대로 자라 일단 빠지면 로스트될 확률이 많고 쉽게 빠져나오기도 어려우니, 가능하면 러프를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다. 셋째, 뜨거운 태양이 비쳐 원근감의 판단이 어려워지니, 그린의 방향을 잘 보고 거리 측정을 할 것. 넷째, 공이 뜨거워지면 거리가 5야드 이상 더 나아간다는 통계가 있으니, 거리 조절을 잘 할 것. 다섯째, 날씨가 무덥다고 정성을 들이지 않고 대충대충 치면 골프에 나쁜 습성이 붙어 골프를 망치게 되니, 샷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코스에서 정말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목욕탕 찬물에 들어가 머리를 담그니 속까지 시원하다. 밖에 나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하늘은 별바다이다. 멀리 북두칠성·곰자리 사이로 유성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올 여름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추석이 다가오면서 밤 풀벌레 소리가 더욱 크고 또렷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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