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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괴물시대. 6.24 - 8.30. 서울시립미술관

괴물, 나의 분신 나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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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3호 편집팀⁄ 2009.08.31 18:33:07

고충환(미술평론) ‘괴물은 추, 악, 광기, 마녀, 악마, 악령, 비이성, 무분별, 위반, 탈선, 일탈, 마술, 주술, 요술, 점성술, 무당, 샤머니즘, 토테미즘, 사디즘, 마조히즘, 혼란, 혼돈, 암흑, 어둠, 죽음, 강간, 윤간, 수간, 폭력, 린치, 야성, 야만, 두려움, 불안, 공포, 자연, 본성, 리비도, 욕망, 무의식 등등 금기와 터부의 족쇄로 채워진 타자들의 이름이다. 랭보는 내가 곧 신이며 악마며 타자라고 했다. 괴물이 곧 나의 분신(오치균)이며 샴쌍둥이(호야)라는 말이다. 나는 이중삼중으로 분열돼 있고, 그렇게 분열된 자아 간에는 어떠한 일관성도 연관성도 없다. 나는 정신분열증자며 편집증자이다. 내가 정신분열증자일 때 세계는 어떠한 차이도 없고(류승환), 내가 편집증자일 때 세계는 내가 구축한 인위적인 질서체계 속에 재편된다(김남표). 프로이드는 친근한 일상이 낯설어지는 순간으로부터 공포와 두려움이 생겨난다고 한다. 언캐니(uncanny)는 진작부터 캐니(canny) 속에 내장돼 있었고, 캐니는 잠재적인 언캐니에 지나지 않는다. 캐니와 언캐니는 다만 똑같은 사태의 표면과 이면의 문제(동일성의 비동일성)일 따름이다. 이렇게 친근했던 구름이 어느 날 문득 괴물처럼 꾸물거리고(송명진), 붉은 꽃이 피가 뚝뚝 듣는 탐욕스런 아가리를 벌려 나를 공격한다(김혜숙). 랭보가 인간의 존재론적 결여의식에 연동된 실존적인 괴물에 대해, 그리고 프로이드가 억압된 욕망에 연동된 무의식적이고 잠재의식적인 괴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면, 미셀 푸코는 제도와 권력에 연동된 역사적 괴물에 대해 적고 있다. 즉 푸코는 괴물이 제도와 권력의 부산물이며 일종의 희생양임을 강조한다(푸코의 이런 발상은 르네 지라르와도 통한다). 모든 시대는 민중의 폭력욕망을 투사할 희생양(괴물)을 요구하며, 그 희생양(괴물)을 적절하게 제공하지 못할 때 제도는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감옥, 정신병원, 군대, 그리고 공창제도가 잠재적인 괴물들을 잠재우기 위해 운영된다. 신학철(한국근대사), 박불똥(어르신의 용두질), 안창홍(불사조), 임영선(박제된 히틀러)이 이런 역사적 광기가 낳은 괴물에 주목한다. 특히 신학철과 박불똥의 몽타주와 콜라주는 이질적인 것들의 무분별한 결합으로 나타난 괴물의 속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준다. 총 21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이외에도 이종과 변종에 대한 관심(인간의 공공연한 공격성과 자기방어를 투사한 지용호의 뮤턴트, 이승애의 표본실의 미라, 그리고 하위문화 모드와 외계인을 대비시킨 이한수), 성 관념에 대한 위반(전민수의 꽃, 장지아의 오줌), 제물과 정화의식(한효석), 욕망에 대한 단죄(김준의 지옥도와 반야심경), 죽음(이완의 죽은 고양이를 갈아 만든 축구공), 인터넷 속에 살고 있는 현대판 괴물(이재헌의 뷰어), 그리고 심승욱의 검은 중력과 데비한의 스포츠비너스 등 괴물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예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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