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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산안개 이미지로 사유의 세계를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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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4호 편집팀⁄ 2009.09.08 11:11:58

신항섭 (미술평론가) 사실주의 또는 자연주의 회화에서 독자적인 형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독자적인 형식은 그만두고라도, 다른 이들의 그림과 확연히 구별되는 정도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는 사실을 재현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이란 어차피 물감으로 표현되는 조형세계이기에, 아무리 현실에 근거하는 표현양식일지라도 독자적인 색채감각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음영일은 자연주의 미학에 충실하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회화적인 이상미에 일치시키고자 한다. 자연에 대한 찬미는 자연주의 화가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도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양으로 재현된다. 특히 색채를 통해 표현되는 재현적인 그림의 경우 색채 이미지에 따라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풍경조차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이는 역시 그림만이 가질 수 있는 묘미이다. 그의 그림은 풍경화의 대다수가 그렇듯이 자연을 찬미하는 일반적인 시각에 동조한다. 산과 물과 거기에 어우러지는 농촌·어촌·산촌의 가옥들이 아름답게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어딘지 다르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묘한 공기의 존재가 감지되는 것이다. 보이는 사실, 즉 형태를 가진 자연의 물상과 그 자신의 눈 사이에 떠 있는 공기를 표현한다. 공기, 즉 대기는 우리의 시지각으로 분별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존재를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는 바로 대기를 그림 속에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기에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이처람 신선한 대기의 이미지는 산안개를 의식하며 작업하는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맑은 날일지라도 산에 들어가면 희뿌연한 산안개가 산자락을 휘감아 돌고 있는 일이 적지 않다. 마치 아주 얇은 망사가 가려져 있는 듯이 보이는 산안개는 산의 깊이를 더해준다. 나무와 숲의 존재를 살짝 가리고 있는 산안개를 통해 보는 산의 정취는 색다르다. 그의 그림이 다르게 보이는 원인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산안개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있다. 그런데다 빛과 음영의 대비를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산이 높고 깊으면 음영이 짙다. 그러기에 상대적으로 빛은 한층 강렬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이렇듯이 빛과 음영의 대비를 강조함으로써 산의 깊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 위에 쏟아지는 햇살에 의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음영은 숲을 깊게 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해가 기울면서 산을 자르듯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산 그림자는 시각적인 인상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림 속에 나타나는 산촌 가옥들은 아주 낮게 위치한다. 산봉우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산자락 끝에 낮게 자리하는 가옥들은 바로 이와 같은 산에 대한 그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다. 낮은 자리에서 아득히 올려다보이는 장중한 산의 이미지는 인간의 존재를 낮은 곳으로 끌어내린다. 드높은 산과 인위적인 구조물인 낮은 가옥들의 대비는 극적인 효과를 얻는다. 왜소한 인간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대자연에 대한 그의 시각은 이처럼 겸허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은 정적인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사유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아마도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색채 이미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산안개의 이미지도 색채 혼합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색채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이란 작가의 인생관의 표출이다. 달리 말하면, 삶에 대한 그 자신의 입장 표명인 것이다. 그의 그림은 연륜과 더불어 산의 존재만큼 무겁고 깊은 심연의 세계로 가고 있다. 산행을 통해 그는 삶에 대한 그 자신의 입장을 이와 같이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음영일 1944 서울생 1968 홍익대학 미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12회(서울·대구·LA) 아시아 현대미술전(일본, 도쿄) 서양화 구상작가전(뉴욕, 시카고) 한일 양화가교류전(오사카, 요코하마) 아시아 평화미술전(일본, 도쿄) 현대미술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미술대전 초대출품(서울시립미술관) 구상미술대전 출품(예술의 전당)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심사위원 역임 경기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현)신미술회 이사 서울아카데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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