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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상처로 치유해야 낫는다(?)

장혁·성유리 주연 영화 <토끼와 리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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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0호 이우인⁄ 2009.10.20 13:19:08

성유리, 스크린 도전…“나와 메이 많이 닮았다” 영화 <토끼와 리저드>는 가수 겸 배우 성유리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극중 성유리는 3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후 23년 만에 친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 ‘메이’로 분했다. <천년지애> <황태자의 첫사랑> <쾌도 홍길동> 등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명랑하고 밝은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그가 이번엔 상처 많은 여인이자 대사보다 표정과 행동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조용한 캐릭터로 나온다. 실제 성유리의 성격은 어떨까? 이에 대해,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메이와 많이 닮았다. 혼자 있을 때는 정말 메이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낯설지만 드라마에서는 나와 다른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당시의 연기들이 관객들에게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을 본 소감에 대해서는 “스크린에서 내 모습을 보니 아직은 낯설지만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성유리 본인도 자신의 첫 스크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메이의 의상 협찬까지 직접 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첫 영화이다 보니 의욕이 앞서 감독님께 여러 벌의 의상을 준비해 보여드렸다”는 성유리는 자신의 의상이 영화에 나와 흡족하다며 미소 지었다. 또, 그는 극중 메이가 3살 때 입양됐음에도 한국어가 유창하여 이상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 역시 설정이라고 밝히며, “나 역시 메이가 한국말을 잘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메이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의문이 있어 꼭 한 번은 한국에 와서 기억을 찾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남들보다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지 않았을까”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한편, 상대 배우 장혁이 보는 영화배우 성유리는 어떤 느낌일까? 이에 대해 장혁은 “자기 주장보다는 많이 듣는 편인데, 들은 부분을 잘 실행하고, 감성적 부분에서는 집중력도 뛰어난 배우이다”라고 평가했다. 장혁이 다작(多作) 하는 이유 영화 <오감도> <토끼와 리저드> <펜트하우스 코끼리>, 드라마 <타짜> 등 올해 장혁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그러나 아직 두각을 보인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그러나, 왜 하필 올해라는 말에 장혁도 할 말은 있다. 촬영 수순이랑 배급·개봉 시기가 틀려 어쩌다 보니 연말에 몰아서 인사하게 됐다는 것.

장혁은 “다작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이유도 있으나, 내년이면 30대 중반이 되는데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남자색이 나는 배우로서 다양하게 표현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였다”며, “내년부터는 좀 더 깊이 있는 형체가 날 수 있도록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극중 장혁은 치료약도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남자 ‘은설’로 나온다. 그러나, 소주를 빨대로 마시고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 모습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과는 어딘가 다르다. 물론, 때때로 세상을 관조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과 닮았다. 장혁은 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밟고 있다. 아주 비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픔을 즐기지는 않은 모습을 표현하는데 어떤 비결이 있을까? “일상적인 모습은 평범하게 가자고 감독님과 의논했다”는 장혁은 “병이 발발할 때만 즉흥적인 느낌을 표현했기 때문에 (기존의 불치병 환자와) 조금은 다르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 장혁에 대한 성유리의 생각은 어떨까? “작업하기 전에는 마초같이 강인한 남자의 이미지가 컸다”고 밝힌 성유리는 “그러나 이번 영화에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부드러운 남자,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꽃미남 같은 장혁 씨의 매력이 발산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리뷰] 상처 치유하려다 곪아 터질라(?) “영화 <토끼와 리저드>는 아픈 두 인생이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의 감정을 만들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이다. 두 캐릭터의 아픔들을 신파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 작품을 통하여 감성에 새로운 해석을 주고 싶어 좀 더 내면적으로 표현했다.” 주지홍 감독은 자신의 국내 첫 장편영화인 <토끼와 리저드>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주 감독은 최근 프랑스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프랑소와 오종·에밀리 들뢰즈·래티시아 마송 감독 등을 배출해낸 프랑스의 저명한 국립영화학교 페미스(FEMIS) 출신이다. 2003년에는 18세 고아와 40대 중년 여인의 만남을 그린 영화 <치통>의 시나리오만으로 CNC 프랑스 영화진흥공사 장편 시나리오상을 수상하고, 프랑스의 미래 감독을 발굴하여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콩쿠르 ‘에메르장스 프로그램’이 뽑은 올해 10인의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실력파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프랑스가 주목한 감독이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화로는 국내 관객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가진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난 후 우연히 계속 겹치면서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새롭게 거듭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나름대로 신선하다. 그러나 심장이 자주 멈추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남자의 직업이 택시 운전기사라는 점과 3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전적으로 미국인의 손에 키워진 메이가 한국어를 한국인만큼이나 유창하게 한다는 점은 아무리 의도적이라지만 마뜩하게 와 닿지 않는다. 또, 비슷한 연배의 손님에게 “아가씨~”라고 호칭하면서 반말로 무례를 서슴지 않는 택시 운전기사, 상대의 말을 무시하기 일쑤인 무례한 여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성유리의 시니컬한 표정은 화보에서나 봤으면 하는 아쉬움도 준다. 남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빨간 토끼’와 ‘리저드’라고 부르는 여자의 어깨 위 상처 등 판타지적 요소도 가미됐지만, 판타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춤추는 느낌이다. 이 모든 단점들을 무시하고 상업영화가 재밌기만 하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토끼와 리저드>의 가장 큰 단점은 답답하다는 점. 졸음과 하품을 몇차례 하고 나서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라는 느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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