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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뮤지컬에서 예쁜 황진이 만나 보세요!”

11월 26~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는 소리극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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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4호 이우인⁄ 2009.11.17 11:10:08

“국악 뮤지컬을 시작하기 위해 작업한 소리극이 <황진이>입니다.” 박일훈 국립국악원 원장은 9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소리극 <황진이>를 선보이는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26~2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는 소리극 <황진이>는 국립국악원이 2009년 하반기에 첫선을 보이는 대표 브랜드다. 소리극은 민요를 바탕으로 연출한 극으로, 아직 창극(판소리를 바탕으로 판소리의 등장인물들을 배역으로 분창(分昌)하여 연출하는 극)과 같이 별도의 공연양식으로 정립되지 못했다. 국립국악원은 <황진이>로 소리극의 발전을 꾀한다. 해원-입문-시회-지족선사의 파계-벽계수의 낙마-화담과의 사랑 등 모두 6개의 극으로 구성된 소리극 <황진이>는 황진이가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사랑’(가지려는 사랑이 아닌 받쳐주는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황진이와 화담(花潭) 서경덕 역은 각각 소리꾼 최수정 씨와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인 이정규 씨가 맡았다. 최수정 씨는 “시(詩)·화(畵)·무(舞)에 능통한 황진이가 가진 내면의 진지함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공연을 하는 동안만큼은 진정한 황진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무용단·정악단·객원 등 60여 명이 참여하는 이번 공연은 <박씨전> <심청전> <수궁가> <효녀 심청> <쑥대머리> 같은 창극과 뮤지컬·오페라·연극의 연출을 맡아 1994년 올해의 좋은 연출가상을 받은 서울예술대학 김효경 교수가 총지휘를 맡았다. 김효경 연출은 “어떻게 하면 가장 한국적인 양식의 뮤지컬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면서 “<라 보엠>처럼 갈라쇼도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소리극 <황진이>에서 처음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특히 <황진이>는 국립국악원에서 작사·스토리텔링·스크립트 등을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공동 작업을 시도한 첫 작품이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김용범 교수 총괄로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스토리텔링랩(작사 김용범·김삼환, 구성 이지은, 스크립트 윤혜영·정진이)에서 황진이와 선인들의 모든 원시를 쉬운 우리말로 번역해 노랫말로 바꿨고 이를 작곡가 김대성 씨가 선택하여 작곡할 수 있도록 했다. <황진이>는 문학적으로도 인정받은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상사몽> 등 시조 8편과 서경덕의 <동지음> <마음이 어린 후니> 등 시 4편, 백호 임제의 시조 <청초 우거진 골에>의 총 13개 한시가 34개의 곡조 있는 노랫말로 구성됐다. 또한 경기민요와 서도민요를 중심으로 판소리와 정가·교방무·입춤·장구춤·태평무·검무 등의 민속무용에다 승무·바라·나비 등의 불교무용 같은 다채롭고 아름다운 춤사위와 조선시대 선비들의 다양한 놀이문화, 선인들의 시·서예·동양화 등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가미했다. 박일훈 원장은 “<황진이>는 국악 뮤지컬을 시작하기 위해 작업한 소리극”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공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쁜 황진이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02-580-3042 왜 또 황진이인가 황진이의 글과 행적들은 여러 문집과 야사(野史)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기록들에 따르면, 황진이는 대학자 화담 서경덕, 박연폭포(朴淵瀑布)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릴 정도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그녀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한시들은 독창적인 이미지와 형식미·언어미로 지금도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생의 신분을 초월해 당대 일류 문사(文士)와 시로 마음을 주고받을 만큼 능력이 탁월했던 문인(文人)으로, 한편으로는 여성들에게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칠거지악(七去之惡)을 강조했던 조선조 가부장제 사회에서 시대를 초월해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를 구가한 인물로 조명되고 있다. 황진이는 이미 소설과 연극·뮤지컬·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조명됐다. 국립국악원에서도 2004년에 <정가극>으로 황진이를 다룬 바 있다. 황진이를 소리극의 주인공으로 낙점한 이유에 대해 국립국악원은 “다재다능한 예인이었던 황진이는 뛰어난 문학성과 남다른 삶을 산 인생 여정 등이 매력적인 캐릭터”라며 “그녀의 인생에 나오는 다양한 전통문화는 대한민국의 대표성을 띤 작품으로 만들 만하다는 중론이 모였다”고 밝혔다. 소리극 <황진이> 이야기 -해원(解寃)-자신을 남몰래 짝사랑하던 청년의 죽음 때문에 인생의 부질없음을 깨달은 황진이는 모든 굴레와 멍에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입문(入門)-모든 속박을 뒤로한 채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난 황진이는 이사종을 찾아가 시·서·화·악·가·무에 능한 해어화(解語花)로 다시 태어난다. -시회(詩會)-반가 선비들의 고고한 놀이 시회(詩會)에서 황진이는 소세양(蘇世讓)과 선비들 앞에 당당히 선다. 그녀가 풀어내는 시심(詩心) 한 자락에 선비들이 무너지고 만다. 남자의 자존심을 건 소세양과의 일생일대 내기가 시작된다. -지족선사(知足禪師)의 파계(破戒)-송도의 선승인 지족선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랜 수행을 지켰으나, 관음보살의 화신인 양 나타난 황진이의 유혹 앞에 고고한 불심(佛心)조차 무너지고 만다. -벽계수(碧溪水)의 낙마(落馬)-명예와 권위의 상징이던 종친부 벽계수는 한낱 기생이라 무시하던 송도 명기 황진이를 꺾으려다 자신을 유혹하는 미색에 취해 말 위에서 떨어져 도리어 망신만 당한다. -화담(花潭)과의 사랑-도학이 드높다던 선비 화담 서경덕을 무너뜨리려 찾아간 황진이는 그곳에서 감히 범하지 못할 높은 깨달음의 경지를 만나 무릎을 꿇고 제자가 되기를 청한다. 그리고 화담의 지란지교 가르침에 오랜 세월 부여잡아온 무익(無益)했던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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