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된 남성 환자가 5년 전부터 발생한 실신과 현기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그는 가슴이 치밀어 올라오는 듯 화끈거리면서 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을 호소하였다. 24시간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홀터 검사를 통하여, 환자의 심장 박동이 정지되는 소견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림1>의 A는 이 환자를 검사하여 2분 동안 연속으로 기록된 심전도인데, 평균맥박 수가 40회 정도로 느리며, 맥박이 정지되는 소견이 여러 차례 관찰됨을 볼 수 있다. <그림1>의 B는 이렇게 맥박이 정지될 때의 심전도를 확대한 것인데, 심방의 전기 전파를 나타내는 작은 P파(↑)가 없으면서 8.3초 동안 심장이 정지되는 소견을 볼 수 있고, 이때 환자는 평소에 불편해하던 현기증을 호소하였다.
위의 환자는 심장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동결절의 이상인 동기능부전(洞機能不全)으로 진단받았으며, 근본적인 치료를 위하여 심장박동기 시술을 받았다(그림2). 심장 발전소의 기능장애로 발생하는 질환 심장에도 주기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심장이 박동하도록 하는 발전소가 있다 이를 동결절(洞結節)이라 한다. 정상적으로는 1분당 약 60~80회 전기가 발생되고 특수한 전기전달조직을 따라 좌·우 심실로 전파되어 심장이 박동하게 된다.
심장의 전기 발전소인 이 동결절에 기능장애가 일어나는 증상을 동기능부전이라 한다. 동기능부전은 심박동이 분당 40회 이하로 매우 느린 동서맥(sinus bradycardia)이나, 심박동이 일시적으로 없어지는 동정지(sinus pause 혹은 sinus arrest)가 반복되는 상태를 말하고, 증상이 동반될 경우 동기능부전증후군(sick sinus syndrome)이라 부른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 임상적으로는 심장박동기를 삽입해야 하는 서맥성 부정맥 중 가장 흔한 부정맥이다. 원인으로는 심장의 전기 발전기에 해당하는 동결절의 노화에 따른 퇴행성 섬유화 변성, 허혈, 전해질 불균형, 자율신경계 긴장도 변화 등에 의해 초래된다. 동기능부전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심전도 소견은 지속적이고 심한 동서맥, 동정지, 동방차단(sinoatrial block), 빈맥과 서맥의 반복성 발작(tachy-bradycardia) 등이 있다. 서맥성 부정맥에서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실신은 매우 특징적인 증상으로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신 외에도, 정신을 잃을 것같이 느끼는 전실신으로부터, 만성적이면서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중추신경계의 혈류 부족에 의한 어지러움, 지각장애, 피로감,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증상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진단 - 환자의 부정맥 발작이 지속적이거나 자주 반복되는 경우에는 심전도 검사를 통하여 쉽게 진단할 수 있으나, 일시적인 경우에는 일반 심전도만으로는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환자 증상의 원인이 되는 서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앞에서 기술한 환자는 심전도를 24시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홀터 검사에서 부정맥을 확진한 경우이다. 빈맥서맥증후군은 다양한 형태의 빈맥과 서맥이 교대하는 특징을 보인다. 빈맥서맥증후군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빈맥은 심방세동이다. 빈맥이 멈추면 빈맥에 의해 억제된 동결절과 잠재성 심박동 조율 기능이 자동적으로 즉각 회복되지 못하여 동정지가 뒤따르게 된다(그림3).
치료 - 증상을 동반하는 동기능부전의 치료는 심장박동기의 삽입시술이다. 이 경우 증상이 동반된 서맥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심박동 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하루 중에도 큰 변화를 보여 정상인에서도 수면 중에는 심박동 수가 분당 30~35회 정도로 늦어질 수 있으며, 접합부율동, 2.5초 정도 되는 동정지, 동방전도차단, 1도 또는 2도 방실전도차단 등 다양한 형태의 서맥성 부정맥이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에 근거하여 심장박동기 치료 지침은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서맥에서는 심장박동기를 삽입하지 않는다. 즉, 분당 30회 정도의 서맥, 3초 미만의 동정지나 1-2형의 방실전도차단, 특히 2형의 일종인 Wenckebach형 방실전도차단은 정상인에서도 관찰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심장박동기를 삽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서 심한 서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수면무호흡증이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에도 다양한 정도의 동정지를 보일 수 있어 낮에 2.8초, 밤에 잠잘 때 약 4.0초의 증상이 없는 동정지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심박동이 느리다고 모든 환자에게 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것은 아니다. 심장 전기 발전소의 이상인 동부전증후군이나 전기전달조직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40년 전만 해도 치료를 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1970년대에 수은전지로 만든 주먹 크기의 심장박동기가 이제는 손목시계 크기로 작아지고(그림4), 배터리의 수명도 전에는 2~3년밖에 되지 않던 것들이 10년 가까이 길어짐으로써 심장 전기의 이상으로 인한 질병은 정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합병증을 줄이며,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하고, 박동기의 크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