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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아바도의 루체른 하기 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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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6호 편집팀⁄ 2009.11.30 15:14:40

2009년 8월에 저자는 예술의전당 후원회원들과 함께 백건우 마에스트로가 이끄는 디나르(Dinard, 프랑스 브르타뉴 주에 있는 작은 도시) 페스티벌, 아바도(Abbado, 1933년생)가 감독하는 루체른(Lucerne, 스위스 루체른 주의 州都) 페스티벌, 그리고 브레겐츠(Bregenz,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르크 주의 州都)의 수상 오페라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금년의 디나르 하기 페스티벌은 폴란드의 작곡가 펜데레츠키(Penderecki, 1933년생)가 지휘를 맡았으며, 자신이 작곡하고 백건우 선생에게 헌정한 피아노 협주곡(부활, 제2편곡)을 백건우 선생이 연주하는 뜻 깊은 야외 콘서트였다. 아바도는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인기 있는 지휘자의 한 사람이다. 카라얀(Karajan, 1908~1989)과 번스타인(Bernstein, 1918~1990)이 서거한 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휘자를 뽑는다면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1942년생), 주빈 메타(Zubin Mehta, 1936년생)와 아바도를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베르린필을 23년 동안이나 감독하고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립한 아바도의 업적은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환상적인 루체른 페스티벌 루체른 페스티벌은 1938년에 시작되었는데, 첫 공연은 토스카니니(Toscanini, 1867~1957)가 지휘했다. 그 당시 토스카니니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에 독일이나 이태리에서는 지휘를 할 수 없었으나, 중립국가인 스위스의 루체른에서는 지휘가 가능했던 것이다. 1938년에 창립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1993년에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으며, 그 후 이 페스티발은 객원 오케스트라로 유지되고 있었다.

아바도는 위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1982년부터 맡아왔던 베르린필의 음악감독을 사임하고, 2002년에 오늘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립했다. 이에 앞서 그는 유럽 유스 오케스트라(1978)와 지금의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의 전신인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1986)를 창립하였으며, 젊은 음악인의 양성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아바도는 카라얀으로부터 베르린필은 인계받기 전에는 라 스칼라 오페라단(1968~1986), 비엔나 국립 오페라단(1981~1991),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1979~1987),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1982~1986)를 지휘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도 그는 수많은 음반과 DVD를 녹화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리고 2000년에 아바도는 위장의 3분의 2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체중이 감소하였으나, 이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루체른 페스티벌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축제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우리 일행은 8월 12일에 루체른 페스티벌의 초야공연을 보았다. 이 콘서트는 프로코피예프(Prokofiev, 1891~1953)의 피아노 콘체르토 3번으로 시작되었으며, 피아니스트는 중국의 유자왕(Yuja-Wang, 王羽佳)이었다. 그는 1987년생의 젊은 피아니스트이지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게리치(Martha Argerich, 1941년생)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를 인솔한 음악 해설가 장일범 씨에 의하면, 유자왕은 최고 수준의 연주를 보여주었으며, 빠른 속도와 포르테 연주에는 젊은 천재답게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으나, 느린 피아니시모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평을 하였다. 말러의 심포니 4악장 그러나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말러(Mahler, 1860~1911)의 심포니 1번이었다. 나는 아바도의 루체른 페스티벌 공연을 처음으로 보았지만, 그들의 말러 심포니 3번·5번·6번 등 DVD를 여러 편 보았기 때문에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아바도가 건강한 모습으로 열정에 넘쳐 지휘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위암을 완전히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루체른 페스티벌에는 유럽의 멋쟁이들은 다 모이는 듯하였다. 화려한 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남녀들이 콘서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샴페인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모습은 몹시 우아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클래식 팬은 아닌 듯하였다. 말러 심포니 1번의 1악장이 끝나자 박수가 나왔는데, 아바도가 손을 번쩍 들면서 박수를 자제하라는 해프닝도 보였다. 즉,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이기 위해 나온 관객들도 있었던 것 같다. ‘거인(Titan)’이란 제목이 붙은 말러의 심포니 제1번은 1884년부터 1888년 사이에 교향시로 작곡되었다. 말러는 베를리오즈(Berlioz, 1803~1869)의 환상교향곡과 리스트(Liszt, 1811~1886)의 파우스트 교향곡 같은 설명이 붙은 표제음악(program music)으로 시작되었으나, 1899년에 교향곡(Symphony in D major)으로 완성된 것이다.

‘영원한 봄’이라는 제목이 붙은 1악장은 새 소리가 들리고 꽃이 피어나는 대자연의 봄의 탄생을 축복하는 음악처럼 들렸다. 제2악장은 무곡(Landler)으로서 경쾌한 음악이었다. 제3악장은 동물들이 사냥꾼의 장례식을 묘사하는 장송곡이 주제인데,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노래 프레레 자크(Frere Jacques)의 멜로디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4악장은 “폭풍이 들이닥치듯 동요하고 정열적”으로 연주하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말러는 “나에게 심포니는 우주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생각하며 124명의 세계 최고 수준의 단원들이 뿜어내는 4악장을 들으니, 나는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할 때 이런 소리가 들렸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선율의 에너지는 영원히 팽창해 나가고 있는 우주의 에너지를 실감하게 하는 듯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루체른 콘서트홀 다음날에는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었다. 1977년에 아바도에 의해 창립된 이 오케스트라는 약 50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었는데, 단원들은 대부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이 매년 여름에 모이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핵심 멤버가 된다. 이들은 여름에는 루체른 페스티벌에 참여하지만, 연중으로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금년에는 영국의 현대 작곡가 겸 지휘자의 조지 벤저민(George Benjamin)이 지휘를 맡았는데, 자신이 작곡한 ‘A Mind of Winter’를 지휘했다. 그 외에도 바그너(Wagner, 1813~1883)의 지그프리드의 목가와 요르단 비드만이 2009년에 작곡한 오보에 콘체르토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하인츠 홀리거(Heinz Holliger, 1939년생)가 초연하였다. 이 모두가 한국에서는 들어보기 어려운 곡들이다. 루체른 페스티벌은 1998년에 건립된 루체른의 문화컨벤션센터(Culture & Congress Center, KKL)에서 열린다. 이 건물은 루체른 호숫가에 있는데,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건물이 뛰어난 주위의 경관과 어우러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좀 더 오래 머무르면서 다양한 음악을 체험할 수 없었음을 아쉬워하며, 브리겐츠의 수상 오페라 아이다를 보기 위해 이 아름다운 공연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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