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엔 꽃·물·단풍을 즐기러 산에 가지만 아무것도 없는 추운 겨울날 왜 산에 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등산의 진짜 재미를 모르는 사람이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지는 겨울 등산은 ‘마약 같은’ 재미를 준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인기 등산로 입구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이유다. 짜릿한 겨울 등산을 즐기려면 봄·가을과는 다르게 장비나 날씨 등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뚝뚝 떨어지는 수은주와 등산로의 얼음 따위로 안전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이 짧아 해가 지면 금세 한밤중이 되므로 하산 시간을 잘 계산하는 요령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건강 때문에 산을 찾던 사람들도 산의 아름다움에 중독되면 주말마다 산에 가지 않으면 금단증상에까지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등산 인구가 늘다 보니 산악사고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산악사고 구조 건수를 보면 ▲2004년 3586건 ▲2005년 4186건 ▲2006년 5096건 ▲2008년 6492건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조된 사람 숫자도 ▲2004년 3889명 ▲2005년 4722명 ▲2006년 5019명 ▲2007년 5421명 ▲2008년 6870명으로 연평균 19.3%씩 증가했다. 이들 구조 사고의 절반(55.5%)이 주말에 일어나 주 5일 근무제의 영향을 크게 받음을 알 수 있다. 등산용품 제대로 갖춰야 안전한 산행 즐겨 험하지 않은 서울 근교의 산은 봄·여름·가을에는 아무 장비 없이 올라도 되지만, 겨울엔 그렇지 않다. 겨울 산에 함부로 오르는 사람에게 전문가들이 “죽고 싶으냐”고 혼을 내는 이유다. 등산 전문가도 아닌데 비싼 겨울 등산장비를 일괄 구입하자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겨울 등산장비를 해결할 수 있다. 대형마트나 상설매장, 백화점 행사장에 발품을 파는 게 요령이다. 같은 제품을 훨씬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의 필수 장비는 등산재킷·등산복(상하의)·등산양말·등산화·장갑·등산배낭 등이다. 여기에다 겨울에는 등산복 말고도 여벌의 옷과 보온팩·보온병, 갑작스런 폭설에 대비하여 등산화와 바지를 감싸주는 스패츠, 빙판 위나 눈 위를 걸을 때 사용하는 아이젠, 그리고 비상시에 사용할 호루라기와 손전등, 스틱 등이 필요하다. 일단 등산재킷은 내피와 함께 구입한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산행을 하다 보면 온몸에 땀이 흐른다. 이때는 재킷을 벗고 내피만 입은 채 산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 다시 재킷을 꺼내 입어 체온을 유지한다. 겨울에 땀 관리를 잘못하면 오한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등산화는 경등산화와 중등산화로 구분된다. 경등산화는 가볍고 높이가 발목까지여서 가벼운 산행에 적합하다. 중등산화는 발목 부분이 무겁고 경등산화보다 묵직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장거리 등산을 할 때 적합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둘 다 장만하여 행선지 산의 지형에 따라 골라 신으면 된다. 겨울철 등산배낭은 앞에서 언급한 장비들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용량이 큰 게 좋다. 당일치기 산행에는 30~50리터 크기의 배낭을 많이 갖고 다니지만, 작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50리터 이상의 배낭은 1박2일이나 장거리 산행을 할 때 적합하다. 고가 제품보다 부담 적은 기능성 제품 구입 장비는 등산용품 전문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게 판매자들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담을 받아 꼭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등산 의류는 흔히 ‘고어텍스’ 재질의 제품을 추천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고어텍스 기능을 충분히 맛볼 기회는 외국산보다는 적다고 입을 모은다. 값비싼 고어텍스보다 비교적 저렴한 ‘쿨맥스’ 같은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면 효과는 효과대로 보면서 지갑 부담은 크게 줄일 수 있다. 고어텍스는 바깥의 물기는 못 들어오게 막으면서 옷 안쪽의 땀 같은 습기는 밖으로 배출하는 게 특징이다. 고어텍스의 진가는 극한상황, 즉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높은 산에서 확실하게 발휘된다. 서울의 한 등산용품 판매자는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산에 올라갈 사람은 고어텍스 같은 전문가용 장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날씨가 나쁘면 산에 가지도 않는 사람이 무조건 좋다는 이유로 고어텍스를 구입하는 것은 낭비 요소도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그는 “고기능 등산복이 아니라도 등산하다 더우면 지퍼를 열면 되고, 추우면 재킷 하나 더 입으면 되는 수동식으로도 온도·습도 조절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등산 초보이면서도 장비만큼은 당장 에베레스트에 올라갈 사람처럼 준비한다”며 “잘못된 소비문화에 휩쓸리지 말고, 가벼운 주말 등산을 즐길 사람이라면 전문가 조언을 받아 딱 맞는 장비만큼만 사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급 등산복 구입을 말리는 전문가라도 등산화만큼은 형편이 허용하는한 최고급을 사라고 입을 모은다. 등산화는 등산 때 몸이 산과 닿는 통로이며, 등산화가 부실해 미끄러지거나 발목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눈길에서는 방수가 잘 되는지도 중요하다. 또한 등산화는 한 번 구입하면 적게는 2년부터 길게는 4~5년까지 신게 되므로 제대로 된 물건을 사야 한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면 낡았을 때 밑창을 새것으로 가는 등 수리·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등산용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신거나 입어본 뒤에 사야 한다. 두터운 등산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어야 정확한 크기를 알 수 있고, 등산재킷도 브랜드마다 크기가 약간씩 다르므로 입어보고 구입해야 한다. 또한 등산배낭은 용량을 ‘리터’로 표시하므로, 짊어져 보지 않으면 정확한 크기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만약 등산용품 전문매장의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인터넷 쇼핑몰보다는 등산용품 상설매장이나 대형마트 행사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30%~7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선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도 판매되고 있으므로, 검증된 쇼핑몰이라도 구매 후기를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 최종 구입은 온라인에서 하더라도 전문매장 등을 찾아가 제품을 눈으로 보고 입어보고 만져보고 하는 과정은 ‘잘못된 쇼핑’을 막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