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작가가 바라보는 신체의 욕망 ‘Liminal Body’ 전
인간의 신체를 각각의 매체적 특성으로 표현해 확장된 영역을 보여주는 ‘Liminal Body’전이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12월 3일부터 2010년 1월 8일까지 열린다. 신체의 이중성을 뜻하는 신체의 경계에 주목하며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인간과 동물, 생물과 무생물, 이성과 본능 사이의 경계에서 재조직된 몸은 명명될 수 없는 과정 중인 주체를 보여준다.
이은정은 작업에서 인간의 피부와 돼지의 피부를 서로 교접해 몸의 생물학적인 경계를 해체한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와 돼지를 촬영한 사진을 오려 바느질로 꿰맨 다음 이를 이종교배시킨다. 인간이 터부시하는 돼지의 피부는 그의 작품에서 인간인지 동물인지의 경계가 애매한 모습이다. 이런 피부들로 구성된 몸에는 머리와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접된 피부가 그 자체의 형상을 통해 머리와 내장기관으로 둔갑하는 모습이다. 작가가 제작한 신종 개체들은 신체의 유기적 질서를 위반하며 신체가 터부시해온 살로서의 감각을 일깨운다. 이자연의 작업에서 신체의 등장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에서부터 비롯한다. 신체는 개인의 은밀한 무의식이 펼쳐지는 꿈속에서조차 변형, 전이된 형상으로 등장한다. 조각 작품에서 신체는 인간과 동물과의 경계가 애매하게 뒤섞인 모습이다. ‘불명(不明)’ 연작에서 신체는 개, 고양이, 새 등 동물의 몸과 교묘하게 결합된 혼종의 형상을 지닌다. 인간의 머리를 가진 혼종의 동물은 완전하지 않기에 불안한 심상을 주며 내면의 사유에 접근케 한다.
사타는 사진 작업에서 몸을 타자의 몸이나 사물 등과 결합시켜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초현실적 신체를 보여줘 왔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이미지를 조작하는 방식을 통해 변화무상한 모습으로 신체를 변용한다. 몸을 기이한 풍경으로 제안하던 그의 작품은 근작에서 공간 속에서의 모티브와 관계하며 환경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몸은 중력과 상관없이 기울어진 채 서 있기도 하고 수면의 경계에서 초연히 머물기도 한다.
윤지선의 작업은 몸의 부위 중 특히, 얼굴과 관련하여 다의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사진 찍어 오려낸 다음 반복적인 재봉질을 통해 가변적인 얼굴 풍경을 제시한다. 바늘은 얼굴을 꿰뚫고 지나가나 형형색색의 실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되면서 얼굴에는 파괴와 생성의 과정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작가의 재봉틀에 감긴 실타래는 자아뿐만 아니라 타자로 뻗어나가는 무한한 핏줄로 볼 수 있다. 갤러리 스케이프 02)747~4675 작가의 삶 자체에 관한 이야기 ‘여행과 관광’ 전
여행 혹은 관광은 장소에 대한 인간의 기억과 연관되어 있고 때로 여행은 자신이 존재하는 물리적인 한계 혹은 정신적인 탈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쿤스트독 갤러리에서 12월 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여행과 관광’전은 여행 혹은 관광이라는 것을 탄생과 소멸의 상징으로 단순화시키고자 한 것은 아니다. 전시에 참여한 유미옥, 이보라, 이재욱 세 명의 작가들은 매체적인 동질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회화, 미디어, 사진을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통의 정서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현대미술의 해체적인 지향성(삶의 활동성) 때문이다.
유미옥의 회화작품들은 평면에 형상을 창조하고 그런 형상들에 대응하는 의미를 개념화시킨다는 면에서 좀 더 고전적인 정서에 가까이 다가가 있고, 이보라의 미디어 작품은 개인적 경험을 진리의 상황이라는 일반성에 관한 언급과 연결하려는 경향 때문에 미디어를 이용하지만 텍스트적인 차원의 문화에 대한 해석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재욱의 사진작품들은 작가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형상을 해체시켜 개념화시킨다는 면에서 좀 더 포스트모던적인 상황에 대한 언급과 이미지적인 접근에 가까이 있다. 이에 세명 작가들의 물리적인 공통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세 명의 작가들을 정서적으로 연결해주는 고리는 시간의 틀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운명 혹은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는 시간성의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운명과 시간은 삶을 관찰하는 타자의 시선(관광)일 수도 있고 온전히 삶을 경험하는 주체의 입장(여행)에서 생각될 수도 있다. 여행과 관광은 기억의 시선에 의해 기록으로 남는 것이고 기억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마음에 추억으로 각인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을 마치 하나의 기념비처럼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작품에 반응해 그들 삶을 반성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삶 자체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왜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현대미술의 윤리적 관점을 새로운 차원에서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미(예술작품)가 의미를 생산하는 순환적 성격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삶의 상상력이 확대되고 우리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의식화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쿤스트독 갤러리 02)722~8897 다섯 작가의 각기 다른 기법과 개성 ‘펜타그램’ 전
동양화 여성작가 5명이 참여한 다섯 꼭짓점의 별모양을 의미하는 ‘펜타그램(Pentagram)’전이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 12월 16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열린다.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는 지난 수년간 이 다섯 명 작가들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보고 이번에 초대하면서 하나의 전시로 꾸몄다.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출중한 작가들로 개개인이 스타가 될 가능성이 큰 작가들로 이번 전시는 다섯 작가가 모여 만드는 하나의 커다란 별을 연상케 한다. 남현주는 채색화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며 자신의 실존을 되짚어 보는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작품을 해오고 있고 서수영은 영원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로 왕조의 이미지에 영원불변하는 금분을 활용하고 있다. 박서림은 자기정체성을 멧돼지 또는 여러 동물과 동일시해 수묵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구모경은 일상풍경을 수묵으로 기록하며 현재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영미는 강렬한 색채로 쫓기거나 압박받는 존재, 멸종되어가는 동물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작업한다. 이 다섯 작가는 한국화의 틀 안에서 각각 다른 기법과 개성을 심화시키는 진지한 작업을 성실히 수행해오고 있는데 패기 있는 멋진 작업들로 전시장이 충만해진다. 2010년의 새해벽두를 맞아 아트포럼뉴게이트가 제시하는 한국화의 새로운 변용에 주목하며 이번 전시 참여작가들의 참신한 작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트포럼뉴게이트 02)517~9013 정보영 개인전 ‘공간, 숭고의 경계’
근 10여 년간 빛과 어둠, 사물을 매개로 어떤 장소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론을 펼쳐온 정보영 개인전 ‘공간, 숭고의 경계’가 갤러리 인에서 11월 25일부터 12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공간사유의 연장선으로써 보다 심층적 접근을 추구한다. 텅 빈 건물엔 오로지 벽과 창뿐이다. 실내에는 은은하면서 힘 있는 빛이 드리운다. 무미건조한 화면엔 의자나 가구, 촛불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정보영은 이렇게 일상 안에 숨겨진 장소를 그려낸다. 작가는 1997년 첫 개인전 이후로 줄곧 한 장소의 여러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근 10년간 공간에 대한 회화적 사유 실험해왔다. 작가의 화면엔 몇 가지의 사물과 창, 벽, 빛만 존재할 뿐이다. 빛은 사물들의 형와 색을 드러내며 공간으로 융합시키는 주요한 소재다. 그러나 작가는 빛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어둠에 더욱 집중한다. 어둠의 겹겹을 자세히 관찰해 밀도 있는 어둠의 단계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여기에 몇몇 의자나 촛불 등을 등장시켜 공간감을 더욱 집중시킨다. 그렇게 작가는 대상물 내지는 사물 자체를 다루기보다 이것들을 이용해 공간에 접근한다. 실상 우리가 보는 건 사물들이지 공간은 결코 아니다. 굳이 공간을 본다고 한다면, 보이는 것들을 둘러싸는 무엇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정보영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의 상위에 위치시켜 일상 속 낯선 느낌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루한 일상 속 공간의 다채로운 면면을 들춰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보다 더 심화된 정보영의 공간사유로 주변의 소소한 일상의 하나의 사건, 혹은 사연으로 탈바꿈시키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회화의 힘을 느낄 기회가 된다. 갤러리 인 02)732~4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