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는 박경림의 자화상(?)
박경림의 뮤지컬 데뷔는 캐스팅 때부터 화제가 됐다. 그러나 관심보다는 우려가 더 많다. 방송 데뷔 때부터 지적돼온 그녀의 쉰듯한 목소리 때문이다. “과연 저런 목소리로 무대 위에서 대사 전달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굳이 돈 내고 박경림의 노래를 들어야 되나?” 하는 좋지 않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박경림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러나 우려와 달리 그녀는 너무 당찼다. 12월 1일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기자간담회에서 박경림은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없느냐”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목소리가 콤플렉스라뇨? 콤플렉스라는 건 스스로가 인식할 때부터 콤플렉스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제 목소리를 콤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편하거나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오히려 남들이 갖지 못한 이 목소리가 마음에 드는 걸요. 제 목소리에 대해 선입견이 많은 줄도 알지만, 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할 때 더 많은 감동을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곧 공연에서 확인하실 테지만, 이래봬도 음정은 정확한 솜씨거든요.”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관람한 이 뮤지컬에 푹 빠져 미국에서만 열다섯 번을 관람했다는 박경림은 2007년 국내 초연 당시 협력 프로듀서로 나서며 <헤어스프레이>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박경림이 <헤어스프레이>에 빠진 이유는 뭘까? 과연 어떤 매력이 <헤어스프레이>에 숨어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박경림은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래요’란 말은 자식이 삐뚤어질 때 엄마들이 흔히 하는 변명이다. 이 말에는 한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도 담겨 있다”면서 “하물며 트레이시는 볼티모어라는 한 주를 바꾼 사람이다. <헤어스프레이>는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헤어스프레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박경림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신이 난 모습이었다. 최악의 조건을 딛고 최고가 됐다는 점에서 트레이시와 박경림은 많이 닮았다. 박경림은 쉰 목소리, 사각턱 등의 결점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박경림에게도 고민은 있다. 자신감에 찬 그녀이지만 이내 “나이는 못 속인다. 아이를 낳고 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20살, 24살의 어린 배우들과 같은 배역을 두고 연기하기도 만만치 않다.
“연습 초반에는 힘든 티를 안 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같은 춤을 춰도 얘네들(권소현·김영민)은 잘 추는데 저는 힘들어서 매트에 드러눕게 되더라고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보니 힘에 부치는 거죠. 그래도 체력 조절을 위해 배즙이랑 홍삼을 꼭 챙겨먹고 있습니다(웃음).”
“남편이 공연 보는 날엔 키스 신 줄이기로”
<헤어스프레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지만, 유독 많은 키스 신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유부녀 박경림과 꽃미남 배우 정동화(링크 역)의 키스 신은 기대(?)를 모은다. 젊은 꽃미남과의 키스 신 때문인지 박경림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러분, (정)동화 씨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웃음). 세 명의 트레이시가 동화 씨의 기를 많이 빼앗고 있기 때문이죠. 2007년 초연 때는 트레이시와 링크의 키스 신이 네 번이었는데, 이번에는 엔딩 신에 한 번을 더 넣어서 모두 다섯 번의 키스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신의 키스 신을 ‘훈남’ 남편에게만은 보여주기를 꺼리는 모습도 보인다. “내일 공연(2일)과 토요일(5일) 공연에 남편이 오기로 해서 키스신을 두 번씩 빼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남편이 출장을 가면 매회 두 번씩 더 늘려 모두 일곱 번의 키스를 할 작정이다. 특히 엔딩 신 때 키스를 남발하기로 동화 씨와도 이미 합의를 봤다”고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리뷰] “<헤어스프레이> 보면서 근심 날려버려!”
못생기고 뚱뚱하고 땅딸막한 10대 소녀 트레이시. 이처럼 저주받은 외모를 가진 그녀이지만, 어디에서 오는 자신감일까? 늘 방긋방긋 자신감 200%다. 스타가 꿈인 트레이시는 우연한 기회에 <코니 콜린스 쇼>의 신입 단원 오디션에 붙고 단번에 유명해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외모지상주의’ ‘백인우월주의’로 가득 차 있는 당시의 방송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위운동에 뛰어든다. 그리고 편견에 차 있는 많은 사람의 생각을 깨우치고 당당히 ‘미스 헤어스프레이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한다. 더불어 첫눈에 반한 링크와의 사랑도 당당하게 이뤄낸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파스텔 톤의 무대와 의상, 부풀려서 솜사탕같이 달콤한 트레이시의 헤어스타일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이다. 또한 트위스트ㆍ스윙ㆍ자이브ㆍ라인댄스 등 신나는 복고풍 댄스는 관객의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