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들>은 대한민국의 20대부터 60대까지를 아우르는 대표 여배우 6명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패션지 <보그>의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각기 다른 나이와 성격·개성을 가진 여배우들은 불꽃 튀는 전쟁에 들어간다. 그 전쟁이 때론 고요하게 때론 과격하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이 영화가 기존 영화와 다른 이유는 윤여정·이미숙·고현정·최지우·김민희·김옥빈 등 출연 여배우들이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사실 시놉시스 수준의 시나리오였다. 배우들이 이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 자체가 영화의 시작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들로서 그들의 내공을 믿었다. <여배우들>은 클래식보다 재즈 같은 영화이다. 각자 내공을 충돌시키며 조화시켜 나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재용 감독은 시놉시스 수준인 시나리오만 던져주고 배우들이 각자의 실제 성격을 캐릭터 안에 녹여내기를 요구했다. 카메라는 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했다. 때문에 극 중 배우들이 나누는 표정과 대화는 실제에서도 그럴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이·성형·이혼처럼 궁금하지만 상처여서 ‘쉬쉬’하던 이야기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여배우들에 대한 편견과 환상을 깨는 흥미로운 대사와 장면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웃다 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영화 속에서 큰 웃음을 준 이미숙은 “촬영 분량이 40시간이 넘었다는데 편집을 잘해준 감독에게 고맙고, 우리가 하고 싶던 얘길 대신해줘서 감사하다”며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언제 저런 얘길 했나 싶어서 때론 흥분되기도 했다. 영화를 볼 때 배우도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고현정과 최지우의 갈등 구조는 <여배우들>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기는 견인차 구실을 한다. 솔직한 성격으로 정평이 난 ‘미실’ 고현정과 한류 스타 ‘지우 히메’ 최지우의 격돌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2월 10일 개봉. 최지우 “나만 손해 볼까봐 출연 망설여” <여배우들>은 배우가 아닌 ‘인간’ 최지우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이제껏 여성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인식돼온 그녀는 영화 속에서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한류 스타로 나온다. 혼자 있을 때는 뾰로통한 모습이다가도, ‘오바상’(아줌마) 팬들의 사인 부탁에 금세 웃으면서 이미지 관리를 한다. 또한 선후배와 함께 분장하며 웃고 떠들기보다는 혼자 느긋하게 경락 마사지를 받고 싶어하는 솔직한 모습이 담겼다. 특히 고현정과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최지우 입에서 어떻게 저런 단어가?”라고 할 정도로 심한 욕설도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했다. 여배우로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여배우들>의 출연 배우 가운데는 특히 최지우를 섭외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11월 30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윤여정은 “<여배우들>은 섭외가 힘든 영화였다. 하겠다는 사람보다 안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특히 (최)지우가 소심해서 출연을 많이 망설였다”고 밝히며 “이렇게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대견해했다. 최지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야 하는데, 솔직히 (김)민희를 제외하고 친분 있는 사람이 없어 자연스러운 연기에서 나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고 출연을 망설인 이유를 고백했다. “그래도 이런 나를 선배들이 끌어주고 후배들이 받쳐줘서 무난하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현정 “지우 양과 싸우는 신 걱정 많았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소탈해서 탈인 현정은 얌체 행동을 하는 지우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정은 다른 선후배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면서도 지우에게만은 가시 돋친 말을 서슴없이 던진다. 여러 번 마음이 상한 지우는 폭발하고, 급기야 분장실에서 현정과 욕설을 퍼부으며 싸움을 벌인다.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영화 보기 전에는 걱정했는데, 영화의 삼분의 일 정도가 지나니까 촬영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우리만 알 수 있는 일들이 떠올라 뭉클하기도 했다. 지우 양과 싸우는 신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이 영화가 여러분에게 큰 선물이 되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나니 더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 <여배우들>의 탄생은 고현정과 윤여정의 입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사석에서 <여배우들>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낸 이 감독에게 “재밌다. 만들어라. 꼭 출연하겠다”고 힘을 실어준 바람잡이(?)이기 때문이다. 일말의 책임감이 발동한 걸까? 영화 속에서 자신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사람이 고현정이다. “이혼 후에 술 마셨어” “넌 라이벌이 누구야? 난 (이)영애 언니 누르고 싶어” 등 거침없는 대사가 모두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역시 고현정!”이란 감탄사를 이끌어낸다.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 다만 실제 내 옷을 입고 출연했고, 자신을 영화에 반영하려 노력했다. 어쩌다 보니 여배우를 대표하는 것처럼 나왔는데, 다른 배우들에게 누가 안 됐으면 한다.” 영화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무는 윤여정은 “너무 담배 피우는 모습이 많이 노출돼 걱정했더니 감독이 ‘담배 많이 피우면 피부가 이렇게(윤여정처럼 나쁘게) 된다’는 CF 섭외가 들어올지 또 아느냐고 용기를 줬다”며 웃었다. 특히 그녀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이혼에 관한 진실을 폭로해 화제가 됐다. 자신이 찬 게 아니라 결벽증 때문에 전 남편에게 차였다는 사실을….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패션지 <보그>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여섯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홀로 받는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한 그녀들 사이에는 예정된 기 싸움이 벌어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스튜디오를 감싼다. 화보를 찍을 때도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게 시차를 둔다는 패션계의 불문율을 깬 이 최초의 시도는 시작부터 불씨를 안고 있었다. 의상 선택에서부터 시작된 신경전은 급기야 현정의 도발에 지우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불상사로 이어진다. 여정은 자신이 대타로 섭외된 것 아닌지 찜찜하고, 민희는 화보 촬영이 즐겁지만, 옥빈은 어디까지가 선생님이고 어디부터가 언니인지 선배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촬영 소품인 보석이 오지 않아 시작된 하염없는 기다림, 스태프들은 애가 타고 여배우들은 점점 예민해지는데…. 과연 이들은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