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해서 슬픈 스릴러 강민호(설경구 분)는 과학수사대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이자 경찰대학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법의학 박사다. 그러나 민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사회적 명성이나 부가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딸과 함께 살 생각에 부풀어 있는 부성애가 강한 아빠다. 그러던 어느 날 금강에서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그것도 끔찍하게 여섯 조각으로 잘린 여성의 시체. 민호는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자신의 마지막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시체 부검에 정성을 기울인다. 한편, 신참 형사인 민서영(한혜진 분)은 이번 사건으로 경찰대학 시절 은사였던 민호를 만나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민호의 도움과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추리력·행동력을 발휘해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 분)를 용의자로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성호가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순순히 범행을 인정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부검을 깔끔하게 마치고 공항에서 들뜬 마음으로 딸을 기다리던 민호는 딸이 성호의 공범에게 납치돼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성호로부터 “나를 용의자에서 빼내주면 딸은 살려주겠다”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는다. 딸을 살리기 위해 민호는 성호의 범행 단서를 없애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서영이 주도하는 수사팀은 사건 해결에 애를 먹는다. 그리고 서영은 자꾸만 수사를 미루는 민호를 의심하고 사건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된다. “성호는 어째서 민호의 딸을 납치했을까?” “민호와 성호는 어떤 관계일까?” “과연 민호는 딸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꼭꼭 숨긴 채 ‘잔인해서 슬픈 영화’라는 감독의 말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용서는 없다>는 ‘처절한 비극’에 놓인 강민호와 ‘서글픈 용의주도’ 살인범 이성호가 던지는 ‘복수’와 ‘용서’의 영원히 풀릴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대한 이야기다. 스릴러 장르에서 복수와 용서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이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호소로써 용서를 말하지만, 감성적인 호소인 복수에 더욱 자극을 받는다. 또 복수와 용서가 얽히고설킨 상황이라면 더욱 어느 편에도 들 수 없는 혼란의 세계에 빠진다. 이런 아이러니가 극대화된 대립 관계에서 오는 사건과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김형준 감독).” 김 감독의 말처럼 관객은 성호와 민호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선과 악의 구별, 인간의 본성,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 용서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 한혜진의 스크린 데뷔 점수는?
한편, <용서는 없다>는 한혜진의 스크린 데뷔 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로 데뷔한 그녀는 이 작품으로 뒤늦게 영화배우로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극 중 한혜진은 ‘열혈 여형사’ 민서영으로 분해 설경구·류승범과 호흡을 맞췄다. 그렇다면 자신의 첫 영화에 대한 자평은 어떨까?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첫 스크린 연기 점수에 대해 너무도 형편없는 ‘100점 만점에 50점’을 줬다. 한혜진은 지난 12월 2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용서는 없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첫 스크린 연기 점수를 매겨 달라는 주문을 받고 “스스로에게 인색한 편이고 내 연기에 허점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50점밖에 주고 싶지 않다”고 겸손을 보였다. 그러나 김형준 감독은 “민서영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비중도 높고, 강민호를 이해하고 그 인물과 더불어 사건의 실마리를 끌어가는 역할이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혜진 씨는 너무나도 잘 소화했다. 영화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영화를 많이 한 것처럼 감정 몰입도 잘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작업이 처음인 그녀는 영화와 드라마 작업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드라마보다 영화는 시간적 여유를 많이 준다. 그런 환경은 처음이어서 어색했다. 드라마에서는 한 컷 찍고 다시 한 번 찍고 싶다고 말하기도 전에 카메라가 옮겨질 때가 많다. 나 스스로 타고난 연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니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혜진은 “<용서는 없다>를 보면서 용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다. 용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거다”라면서 “내 길을 방해하는 운전자를 용서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내 기사에 악플(악성 댓글)이 달렸을 때도 용서하기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용서는 참 힘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