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지원은 북에서 남으로 보낸 공작원입니다. 그러나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 사건이 실패로 돌아가자 배신 혐의를 받고 북으로부터 버림받죠. 6년 뒤 한규(국정원 요원)를 만나게 되는데, 다시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명을 걸고 한규와 함께 생활하는 캐릭터입니다. 송강호와 함께 작업한 느낌은 어땠나요? 촬영 중간에 송강호 선배와 만날 기회가 많아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처음엔 되게 무서웠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요. 감독님과 송 선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짐승 같은’ 배우란 말을 했어요.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했고요. 저는 배우들과 많이 부딪혀야 불꽃이 튀면서 영화가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송강호 선배는 정말 최고의 배우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배웠구요. 송강호·김윤석 씨(영화 <전우치>)와 회식을 자주 했다고 들었습니다. 두 선배 배우들의 회식 자리 특징이 있다면요. 두 선배 모두 상대방에게 술을 먹이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의형제> 촬영 초반에는 일주일에 7일 정도 술을 마셨는데, 다음날 촬영이 있으니까 많이 마시지는 않고 가볍게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가끔 이태원에서 송강호 선배와 술을 마시고 있으면 김윤석 선배가 오고, 김윤석 선배와 술을 마시고 있으면 송강호 선배가 오고, 그렇게 셋이 자주 만났어요. 영화배우 하지원과 친분이 두터운데, ‘지원’이라는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원’이라는 이름은 제게 많이 익숙해요. 그래서 특별히 이름에 대해 하지원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어요. 하지원 선배 말고도 엄지원 씨, 그리고 사촌형 이름도 지원(강지원)이네요. 저희 집안이 ‘원’자 돌림이거든요. 올해 군 입대 계획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의형제>가 입대 전 마지막 영화입니까? 현역이 아니라 공익입니다(웃음). 지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의형제> 말고 다른 계획이 있어요. <전우치> 때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입니다. 전우치에서 지원으로 옮겨가는 데 힘들진 않았나요? <전우치> 촬영이 끝나고 1~2주 정도 후에 <의형제> 촬영에 들어갔어요.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지만, 시나리오는 그 전에 받아 <전우치>를 촬영하면서 <의형제> 준비도 조금씩 했어요. 그렇다고 <전우치>에 소홀한 건 아니고요. 많이 준비하진 못했지만, 감독님이 도와주셨죠. 그래도 캐릭터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어요. 지원은 생각보다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으니까요. 2중·3중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는 친구라서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송강호·김윤석과 연기했는데, 어떤 차이를 느꼈습니까?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두 분이 있는 촬영장에 들어가면 제가 편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마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해 봐, 내가 받아줄게’하는 느낌을 줬지요. 누가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나요? (웃음) 정말 모르겠어요. 송강호 선배의 장점 중 한 가지를 빼앗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걸 갖고 싶습니까? 동물적인 무시무시한 직감입니다. <영화는 영화다>로 인정받은 장훈 감독에게 기대치가 높았을 것 같은데요. <전우치>를 찍을 때 <의형제>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당시는 장훈 감독님의 작품(<영화는 영화다>)을 못 봤을 때죠. 시나리오가 나쁘진 않았지만,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서적인 부분이 아쉽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수정본을 받을 때까지 시간도 모자랐고 사실 몸이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거절하자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장훈 감독님의 확고함이 좋았고, 믿음도 갔어요. 제가 망설이고 있으니까, 감독님이 ‘그냥 저 믿고 하시죠’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반응해 그냥 ‘네’ 하고 답해버렸어요. 지금은 너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묘한 믿음을 던져준 찰나를 제가 잘 캐치한 것 같아요. 말도 많아지고 많이 남성스러워진 것 같은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원래 말은 못했어요(웃음). 그래도 옛날보단 많이 늘었다고 해요. 특별히 성향이 남성적이 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 부탁드립니다. <의형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는 영화입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봐주시면 좋겠어요. 송강호 선배의 멋진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