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 인기는 국내에서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다. 아바타(Avatar)는 분신(分身)·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최근 인터넷 채팅, 쇼핑몰, 온라인 게임 등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 육체로 사용되며 상업적으로도 이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림 속 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가진 작가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대신한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그린 것이다. 젊은 작가 아트놈(Artnom·본명: 강현하)의 작품 속에는 자신이 등장한다. 때문에 그 캐릭터 이름 또한 아트놈이다. 사실 작가를 직접 본다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작품 속 캐릭터가 바로 작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아트하는 놈’이란 이름, 쉽잖아요?” 아트놈은 2003년부터 인터넷상에서 전시하며 활동한 작가다. 이제는 필명이 돼 버린 아트놈이라는 이름은 인터넷상에서 활동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다. “본명이 여성스러워서 이 이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위한 이유도 있다. 이름 그대로 단순히 ‘아트 하는 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당시 컴퓨터 작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전시를 하다가 주된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느끼고 ‘나만의 캐릭터, 아니 나 자신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모습의 아트놈이 탄생됐다고 한다. 작품 속 캐릭터가 작가 자신이다 보니 캐릭터 작업을 하는 데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는 하나의 캐릭터로 보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브랜드적인 의미 또는 그 이상의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아트놈은 “사실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전시할 때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었다”며 “반면 순수 미술을 하고자 페인팅 작업을 하면서부터는 일반 대중보다는 미술계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트놈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큰 캐릭터 속 작은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아트놈은 “많은 이야기를 배경이 아닌 캐릭터 속에 풀어 놓은 것”이라며 “미술은 보이는 예술이기 때문에 의미도 내포하지만 시각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트놈은 최소한 보는 이에게 “이게 아트놈이다”라는 인식을 주는 캐릭터를 심어둔 채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운다. 또한 얼굴의 이목구비 등에 변화를 줘 조금씩이라도 다른 모습을 그리려 한다. “따라 그리는 건 쉽지만 자기 패턴으로 그리는 건 어렵다” 아트놈은 작가가 되기 전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했었는데 캐릭터 개발 전문회사로 지금의 작업에 큰 도움과 영향을 준 소중한 경험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따라 그리는 건 쉽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를 그리는 건 쉽지 않다. 자기만의 캐릭터로 작업하는 작가가 많지 않은 것이 한 예다. 똑같이 그리는 건 쉽지만 자기만의 패턴으로 그리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아트놈의 관심사는 ‘민화’다. 최근 작품들만 봐도 민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전공이 한국화다보니 민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 작품과 접목시키고 싶었고 현재 이를 진행 중”이라며 “민화는 당시 대중적이면서 바라고 소망하는 모든 걸 담고 있기에 내가 하는 작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즐거움 없이 작업한다면 작가 아냐” 최근 현대미술은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이 많다. 아트놈의 작품은 누가 봐도 재밌고 즐거운 작품이다. 설령 만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다가서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림 그리는 일을 천생으로 여기는 아트놈은 즐거움 없이 작업한다면 작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는 2차적인 문제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마음과 즐거움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인 부분을 따라간다면 유행을 따라가는 작가뿐이 안 된다”며 “결국 작가로서 오래 버티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트놈의 작품에 즐거움과 행복이 담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긍정적인 마음에 있다. 가야 할 길과 아이디어 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아트놈은 “그런 걱정들에 겁을 먹으면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며 “항상 긍정적인 마음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각에 제약을 두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화적 요소를 접목시킨 작업에 한창인 아트놈은 “나만의 색으로 새롭게 민화를 재구성하는 중으로 작업을 풀어헤쳐 놓았는데 아직 모자라단 생각이 있다. 작업의 마무리를 제대로 짓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