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조교수 목욕탕 같은 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리 종아리 부분이나 무릎 아래 다리 안쪽에 푸른 혈관이 구굴구불 튀어나와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피부 밑의 혈관이 확장되어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 varicose vein)라고 한다(사진1).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피부 밑에 있는 정맥이 늘어나고 구불구불해지는 증상을 말하는데,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튀어나오거나, 푸른색 혈관이 거미줄이나 그물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붉은색의 작은 혈관이 피부에 비쳐 보이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직경이 작은 혈관은 거미모양정맥 혹은 망상정맥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모두 하지정맥류의 개념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하지정맥류의 원인과 증상
사람이 서 있을 때 다리에서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는 중력을 이기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다리의 정맥 안에는 피의 흐름의 역류를 막는 판막이 있다. 이 판막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 하거나 정맥혈관의 벽이 약해지면 혈관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체질적·유전적 원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환경적인 원인으로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생긴다. 특히 여성은 임신으로 복강 내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하지정맥 내 압력이 증가되어 발생한다. 이 외에도, 체중과다, 운동부족, 피임약·호르몬제의 복용 등도 정맥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자체의 문제가 아닌 다른 질환에 의해 2차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심부정맥이 혈전으로 막혀 정맥혈류의 순환이 되지 않거나, 임신이나 복강 내 질환으로 정맥이 눌리는 경우, 또는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연결되는 혈관 기형이 있거나, 압력이 높은 동맥이 정맥을 압박해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우선 외관상 좋지 않은 미용상의 문제를 가져오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증상과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 다리가 무겁거나 둔해지는 느낌, 종아리 통증, 피로감 혹은 다리가 붓거나 화끈거리는 열감이 느껴지기도 하며, 이러한 증상은 주로 오래 서 있을 때 심해진다. 특히 저녁 혹은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가 심하게 진행되면 피부염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에 색소가 침착해서 피부의 색깔이 검붉게 변하기도 한다. 심하면 다리가 부어오르고, 피부가 헐어 상처가 나는 궤양이 생기며, 피부가 단단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정맥 내에 피가 엉겨 막히는 혈전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을 감별한 뒤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정맥류의 진단 하지정맥류는 육안검사와 간단한 진찰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초음파검사나 정맥류 컴퓨터 촬영, 경우에 따라서는 정맥혈관촬영으로 문제가 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또한 2차성 정맥류가 아닌가도 확인해야 한다.
정맥류 진단에서 가장 유용하고 중요한 검사는 초음파검사와 정맥류 컴퓨터 촬영(사진2)이다. 초음파검사는 비교적 간단하고, 정맥 내의 혈액 역류 및 기능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단 방법이다. 정맥류 컴퓨터 촬영은 조영제를 주사하고 방사선을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제공하여 정맥류의 모양과 분포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 하지정맥류의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피부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어 있는가를 따져 결정하게 된다. (1)보존적 치료 하지정맥류가 심하지 않고 특히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우선, 오래 서 있는 것을 피하고, 다리를 꼬거나 책상다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야 다리의 혈액 순환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특별히 제작된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등 보존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으나, 다리 정맥의 혈액 순환을 도와주어 정맥류에 의한 증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 (2)혈관경화요법 혈관경화요법은 직경이 매우 가는 주사기로 혈관을 굳히는 약물을 정맥 안에 주입하여 혈관을 막아버리는 방법이다. 경화요법은 약물에 의해 혈관 내에 염증을 유발하여 혈관이 오그라들어 막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정맥류의 분포가 부분적이고 심하지 않은 경우에 시도할 수 있다. 흉터가 남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직경이 굵은 정맥류나 정맥 역류가 동반된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재발하는 단점이 있다. (3)수술적 치료 고전적인 정맥류 수술은 1~2cm 정도 피부를 절개하여 정맥류의 원인이 되는 혈관과 정맥류가 발생한 혈관을 절제해내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 방법은 정맥류가 발생한 혈관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고 재발률이 10% 이하여서 수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나, 다른 방법에 비해 절개한 부위에 흉터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여 수술하는 미세절제수술(보행적 정맥류 제거술)을 시행하는데, 이 경우 수술 흉터를 줄일 수 있다. (4)혈관 내 레이저 치료
혈관 내 레이저 치료는 주사바늘로 광섬유를 정맥 속에 넣고 레이저 광선을 쏘아 혈관내막을 태워 정맥류가 막히도록 치료하는 방법이다(사진3). 주사관을 이용해서 가는 광섬유를 넣으므로,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시간도 짧은데다, 수술 후 회복도 빨라 조기에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맥류는 만성질환인데, 인구의 약 10~20% 이상이 크고 작은 여러 형태의 정맥류를 가지고 있어 과거에는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맥 내 판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 서서히 진행하는 경과를 보이며, 다리 피로감과 같은 증상과 피부염 같은 합병증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보존적 치료에서부터 경화요법과 미세절제수술, 레이저 수술과 같이 상처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들이 도입되어 미용적인 문제로 많이 치료하기도 한다. 치료가 간편하고 그 결과도 매우 호전되었으므로, 정맥류에 의한 증상이 있거나 합병증이 생겼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혈관외과 전문병원에서는 위에 열거한 모든 치료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