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형 가천의대길병원 안과 교수 두 달 전, 56세 이민희(가명) 씨는 갑자기 시작된 시력 상실과 눈 통증으로 가천의대길병원 안과를 방문하였다. 눈의 검은자위인 각막에 심한 세균성 궤양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어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항생제 치료 등을 통해 경과가 호전되어 1주일 후 퇴원할 수 있었지만, 각막에 흉터로 생긴 혼탁으로 예전만큼 시력이 나오지 않았다. 각막궤양의 원인으로 심한 건성안이 확인되었고, 평소에 입이 마르고 관절통 증세도 있어 검사한 결과 류머티즘 질환의 일종인 쇼그렌증후군이 발견되었다. 내과와 협진 치료하여 상태가 호전되었다. 눈의 피로나 시력 탓으로 여겨 치료시기 놓치기도 요즘 눈물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가천의대길병원 안과학교실에서 최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눈물 질환인 건성안(눈마름증후군)의 유병률은 인천 지역 50세 이상 성인에게서 26.2%로 조사돼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성안은 조기 진단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매우 낮다. 대한안과학회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눈물 부족 또는 과다 증상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 또는 ‘시력 저하’를 주된 원인으로 여겨 치료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건성안은 눈물 부족이 원인으로 알려져 인공눈물 등으로 부족한 눈물을 채우는 데 급급했지만, 최근에는 눈물층의 삼투압 상승과 안구 표면의 염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알려지면서 치료 방법 또한 바뀌고 있다.
기존의 눈물 양 조절만으로는 증상의 심각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물의 ‘양’이 아닌 ‘질’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눈물의 양이 충분히 있어도 눈물 자체의 질이 떨어지면 건성안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건성안의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에서 심한 불편을 호소하게 된다. 백내장 환자보다도 일상생활의 불편도가 높고, 특히 외출할 때나 책 또는 신문을 보거나 손으로 어떤 작업을 할 때 더 심한 불편을 호소한다. 건성안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쇼그렌증후군 등의 전신질환과 동반돼 발생한 건성안 환자에게서 합병증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지속적인 결막 자극으로 유두결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빛에 매우 민감해질 수 있으며, 안구충혈이나 통증으로 눈을 잘 뜰 수 없고, 일상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발생한다. 면역력 떨어지면서 염증에 실명까지 유발 또한 눈의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 감염에 취약하게 되어 각막염·결막염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제때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각막혼탁을 유발해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야기한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눈이 건조해져 점점 통증이 생기거나 이물감이 심하다면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건성안의 주요 원인으로 나이와 성별을 드는데,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눈물샘의 기능이 감소되어 눈물의 분비량이 줄고 눈물 성분의 변화로 눈물막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하여 건성안을 유발한다. 보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5세 이상 인구의 15~33.7%가 건성안을 앓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건성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으며, 심한 건조증 또한 여자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들에게 증가 추세를 보여, 호르몬이 건성안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건성안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환경적인 요인도 생각할 수 있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눈물 증발이 많이 되면서 건성안이 심해진다. 요즘처럼 대기 중 수분이 적거나, 실내에서 난방을 위해 히터·온풍기 등으로 온도를 높일 경우, 여름철에 에어컨·선풍기 등으로 건조한 바람을 쐬는 경우, 연기가 많거나 공기 오염이 심한 경우 건성안이 심해진다.
또한 최근에 젊은 사람들이 컴퓨터나 PMP(개인용 영상 단말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건성안의 환자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 영상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눈 증상과 근골격계 증상을 통칭하여 VDT(visual display terminal)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건성안은 VDT 증후군의 주된 증상이며, 이는 주로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눈깜박임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겨 눈물의 증발이 증가하여 눈 표면을 건조하게 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또 콘택트렌즈 사용도 건성안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소프트 콘택트렌즈 사용자에서 건성안이 증가하며, 라식 등의 굴절 수술 후에도 건성안이 생길 수 있으나, 수술 후 약 1년 정도 지나면 대개 수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전신질환 중에서 건성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쇼그렌증후군이다. 쇼그렌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에 주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건성안과 입마름증을 일으킨다. 대부분 여자에게서, 특히 40~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류머티즘 관절염·루푸스(전신 홍반성 낭창) 등의 여러 결체조직 질환에서 건성안이 잘 생기며,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건성안이 잘 생긴다. 따라서 건성안 증세가 있는 사람 중에 입마름 증상이나 관절통·안구돌출 등의 증세가 동반된다면 이런 전신질환에 대한 검사가 꼭 필요하다. 적절한 수분 공급과 영양보조식품 섭취로 예방 전신적으로 사용하는 약 중에 눈물 분비를 감소시키는 약물들이 있다. 항히스타민·항우울제 등이 가장 흔하고 이뇨제, 일부 고혈압약, 파킨슨씨병 약물, 레티노이드 등 피부과 약물, 기타 정신과 약물 등이 눈물 분비를 감소시켜 건성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건성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조한 환경을 피한다. 특히 건조하기 쉬운 동절기나 사무실에서는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의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실내 온도가 과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적절한 난방을 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사용자는 모니터를 자신의 눈보다 아래쪽에 위치하도록 하고, 조명은 직접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설치한다. 작업 중 휴식을 짧게 자주 갖고, 근거리 작업 도중에도 중간중간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여주는 것이 눈물 순환에 도움이 된다. 적절한 수분 공급과 균형 잡힌 식사는 눈물의 성분 변화를 막는 데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오메가-3나 감마리놀렌산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생선류나 견과류·종자유 등의 섭취를 늘리고, 필요한 경우 영양보조식품을 적절히 보충해줌으로써 건성안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눈꺼풀염은 건성안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므로, 평소에 눈꺼풀 위생을 철저히 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눈꺼풀 위생은, 5~10도 정도의 따뜻한 물수건으로 온찜질을 하고, 베이비 샴푸를 희석하여 속눈썹이 난 부분에 약간 힘을 주어 누르면서 문지르고, 다시 따뜻한 물로 세척함으로써 마이봄샘의 내용물을 배출시키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성인 열 명 중 세 명이 앓고 있는 건성안은 환경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기에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자칫 만성화되고 심해져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눈에 건조감이 있을 때뿐 아니라, 눈물이 고이거나 흐르는 느낌이 있을 때, 아프거나 침침할 때 모두 건성안이 의심되는 증상이니, 꼭 병원을 방문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