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광 (아프리카 미술관 관장·갤러리 통큰 대표)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그 과정을 아프리카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바마의 삶은 혼돈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케냐를 방문하면서 오바마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을 홀로 내버려 둔 아버지와의 화해는 물론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한 것, 그것은 오바마의 희망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느끼지 못한 삶의 의미를 아프리카에서 발견했다. 편견이라는 싸움의 주체가 결국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과거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고, 그가 추구할 변화를 믿기에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는 방황 속에서도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는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과 변화의 내용을 다룬다. 그가 흘린 눈물이 보통 사람들의 눈물이었고, 그것이 우리의 눈물이 되어 우리의 희망과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1부 - 아버지로부터의 꿈
1. 정체성의 혼돈 - ‘Berry’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싶었던 ‘Barack’ 흑인과 백인 사이를 줄타기하듯이, 오바마의 어린 시절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아산 닝의 그림에서 검은 얼굴에 희끗희끗 보이는 흰색은 그런 오바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버려진 병뚜껑으로 만든 양쪽 가슴의 훈장은 흑인 혼혈아로 태어나 겪어야만 하는 운명의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버락(Barack)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베리(Berry)를 채워 넣었다. 그러나 지워진 것은 글자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 정체성도 함께 지워져 버렸던 것이다. 2. 정체성의 인식 -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현실 그리고 화해 어린 시절 오바마의 꿈은 아버지에 대한 환상에서 시작된다. 목동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가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자신의 조국 케냐로 돌아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한 것처럼 오바마는 아버지의 꿈에 자신을 일치시켜 나갔다. 11살 때 한 번 만난 아버지는 아산 닝의 그림에서처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목자로,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는 예술가로 각인되어 있었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케냐를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을 홀로 내버려 둔 아버지의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국가와 가족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이 아버지의 삶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오바마는 아버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화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과의 화해도 이루었다. 그렇게 오바마는 아버지의 땅, 케냐에서 화해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다.
3. 정체성의 확장 -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향하는 화해 오바마의 현실은 차별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흑인은 백인으로부터, 여자는 남자로부터, 그리고 현재는 과거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아부샤리아의 그림에서처럼, 사람들은 누군가를 절망에 빠뜨릴 수 있는 자신만의 괴물을 기르고 있었다.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차별의 유산은 마음을 넘어 현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차별의 유산 속에 갇힌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화해를 역설했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융합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부샤리아의 그림에서처럼 수천 년 전의 문양이 신문 활자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색채가 형태와 함께 화합을 이루고, 채워져 있는 오른쪽의 공간이 비어 있는 왼쪽과 균형을 이루는 데서 하나 됨의 의미가 빛난다고 하였다. 오바마는 그렇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면서 자신과 다른 세계, 자신을 밀어내려는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자신을 만들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