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준(화가·교수) 유교(儒敎) 덕목 중 하나인 군신유의와 붕우유신은 도교(仙)의 초기 경전인 도덕경에 나오는 도덕인의예지신(道德仁義禮智信)의 서열상으로는 4(義), 7(信)번째 덕목에 해당한다. 진리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道常無爲)고 한다.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진리(道)가 사라지자 덕(德)을 말하게 되었고 덕조차 지켜지지 않게 되므로 인(仁)을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말세가 되어 믿음(信)을 최후의 보루로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덕(道德)이 사라지고 인간들이 타락하므로 도덕적인 진리가 실현되는 인간 창조 직후의 사회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결국에는 신(神)들과 왕가(王家) 친구들의 관계 속에 “무조건 믿으라”는 믿음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경전들과 가르침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두고 성자는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리’라고 언급한 것이다. 회개(悔改)라는 바이블의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반성, 회개의 뜻과 돌아간다는 뜻이다. 돌아간다고 해석한다면 우리는 모든 종교와 미학의 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회개의 필요도 없어진다.
기존의 유교적 화법을 벗어나 순수한 직관 속에서 창의적으로 그린 그림이 곧 성화(聖畵)에 가까운 것이다. 진리(道)와 믿음(信), 화법(畵法)은 이러한 순서상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진리가 있다면 타락한 어른의 맘을 유지하면서 반성하고 믿으라는 강요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덕(德)은 만물을 사랑으로 길러낸다는 의미다. 군신(君臣) 간의 믿음과 의리를 상징하는 취미 화가들의 그림 형식들에 비하여 조선부터 이어온 전통 한국화의 맥은 덕(德)에 해당하는, 이웃을 위한 사랑이 담긴 그림 형식을 가지는 것이다. 예시된 작품은 우리가 유행가 노래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전설상의 비익조(比翼鳥)이며 10장생(長生)에 나오는 학(鶴)의 모양을 그리고 있는데 벼슬은 닭, 혹은 봉황의 그것을 연상하게 한다. 암컷과 수컷이 각각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상상의 새이며 ‘금실이 좋은 부부’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10장생은 사람들이 무병장수하며 오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이 들어간 사랑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