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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음악이 된다”

어디든 작업실…자유롭고 독창적인 작가 변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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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2호 김대희⁄ 2010.03.22 16:03:37

미술과 음악은 예술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음악은 이미 대중적인 예술로 어디서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지만 미술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음악에도 많은 장르가 있으며 그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이처럼 같아 보이지만 다른 두 장르는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림과 음악은 눈과 귀를 통해 마음으로 감상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인사동 가가갤러리에서 만난 변우식 작가는 그 이력이 무척 특이하다. 대한민국 비보이(브레이크댄스) 1세대이자 12년간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이에 음악가에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섬을 알리는 첫 개인전을 열었다. “미술을 하게 된 계기는 어떤 우연도 아니다. 음악을 하면서도 미술을 좋아했고 갑자기 미술을 하고 싶어 그리게 됐다.” 강원도 춘천에 연고를 둔 변 작가는 중학교 1학년부터 비보이를 했는데 당시 국내에 비보이라는 장르가 없던 터라 배울 곳이 없어 주한미군방송인 AFKN(American Forces Korea Network, 지금은 AFN)을 보며 연습했다고 한다. “그 시절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도 했다. 이후 기타를 배우면서 고등학교 때는 밴드까지 만들 정도로 음악에 빠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창작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변 작가는 침체된 국내 음악계에 갈증을 느끼던 2006년에 미술 감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 중 한 전시가 변 작가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전시회의 작가는 1980년대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미국 출생의 ‘장 미셸 바스키아’. 갤러리 입구부터 알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고 그는 회상했다. “전시를 보며 나도 내 이야기를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엔 음악을 그림으로 그리고자 했지만 결국 음악이 아니라 마음을 그리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변 작가는 딜런 토머스(영국), 앨런 긴즈버그(미국), 에드거 앨런 포(미국) 3명의 시인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들의 시를 작품으로 표현할 만큼 좋아했다고 한다. 변 작가는 음악을 오래 하면서 다른 문화 장르와의 교류가 많았다. 또한 자유로운 장르다 보니 생각도 자유로워 어찌 보면 미술가로서의 변신이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변 작가의 작품을 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독창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재미있으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자유로운 그림 그 자체다. 의도하고 그리는 게 하나도 없이 자신의 감정, 즉 마음 가는 대로 의식에 충실해 표현하기에 작업은 섬세하기도, 때론 거칠기도 하다. 인간적임을 중요시한다는 변 작가의 작품은 서양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동양적 감성이 스며나온다. “작품 속 얼굴은 어떤 요소들이 모여 얼굴 형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냥 사람 얼굴이 아니다. 그 요소는 사랑, 평화, 종교, 존중 등과 함께 자연적인 것을 위주로 표현했다.” 또한 소설가 이외수 씨와 마광수 교수와도 친분이 두텁다는 변 작가는 “주위에 뛰어나면서 독특한 분들이 있다 보니 나도 독특한 색감과 그림을 그리게 된 게 아닌가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변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특이한 작업 스타일과 어느 곳이든 작업실이 된다는 점이다. 작업 도구를 항상 챙겨 다니기에 버스를 기다리다, 식사를 하다가, 잠을 자다가도 바로 떠오르는 감정을 그려낸다. 이렇듯 일상 속 작업이기에 대형 호수의 큰 작품이 거의 없다. “중요한 건 작업실이 아니라 마음과 의식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품과 대화하면서 그때그때 작업하기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전시 제목으로 쓰인 ‘레드樂(악)당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또한 한 마디로 음악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림과 자유로운 작업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고 어디서든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과 미술에 경계를 두지 않는 변 작가는 앞으로 앨범의 표지를 장식하는 음반 커버 아트에도 도전하려 한다. “국내는 음반 커버 아트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참여함으로써 가수와 작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음악을 모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올해 가을에는 변 작가가 직접 프로듀싱 해준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다. 또한 그림과 시를 음악으로 표현한 음반도 낼 계획이다. 음악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음악이 되는 변 작가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그림을 통해 여러 사람과 소통을 이루고 싶다고 말하는 변 작가는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그림인 만큼 관람하는 분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좋다”며 “자유롭게 해석하고 재밌게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변 작가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가고자 앞으로 다른 문화 예술 장르와 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을 담아가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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