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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과 한판 승부> 아홉 번째 이야기

하루살이와 달팽이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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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2호 편집팀⁄ 2010.03.29 14:21:17

글·김윤식 잠시 생각에 잠기던 눌촌 거사가 입을 열었다. “허허, 그것 참!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구려. 이왕지사 얘기가 나왔으니, 먼저 우화 한 토막부터 소개하리다. 어느 날 어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우주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어요?’하고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갔지요. 그리고는 정원 한쪽의 그늘진 곳을 가리켰습니다. 아들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하루살이와 달팽이가 격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노라니, 그들이 나누는 담론의 주제는 ‘과연 세상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그 둘은 자신이 말하는 세상이 옳다고 한 치도 양보 없는 주장을 펴면서 얼굴을 붉히다가, 급기야는 욕설까지 퍼부어대며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살이는 ‘달팽이야! 너는 하루에 기껏 수십 미터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녀석이 어찌 이 넓은 세상을 안다고 그리도 잘난척이냐’하고 비아냥댔지요. 그러자 달팽이는 ‘하루살이야! 너야말로 겨우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주제에 어찌 이 기나긴 세월 속의 세상을 안다고 함부로 까불고 있느냐’라고 맞받아쳤지요. 이 광경을 지켜본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인간이 저 달팽이나 하루살이와 같다면, 우리 인간 세상을 헤아리기는 불가능하겠군요.’ 그러자 아버지는 ‘그런 정도로 비유해서는 이 세상을 너무 얕보는 거란다’ 하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아, 우리 인간의 처지는 달팽이나 하루살이의 위장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라고 보는 편이 훨씬 의미 있는 비유라 할 수 있지’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정녕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이 이 우주를 논하는 것은, 달팽이나 하루살이 위장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우리 인간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꼴이라 할 수 있지요. 옛말에 천하신기 불가위야(天下神器 不可爲也: 천하는 신비로운 그릇으로서 인간의 생각으로는 감히 알 수가 없느니라)라 했고, 그런가 하면 일미진중함십방(一微塵中含十方: 한 톨 먼지 안에도 우주가 있느니라)이라 했습니다. 그렇듯이, 우리 인간으로서는 이 우주를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우주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는 건지 결코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법계무진연기 중중무진(法界無盡緣起 重重無盡: 우주 만물은 하나와 일체가 서로 연유하여 중중무진의 관계를 맺고 있느니라)이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이는, 인간의 시각에서 볼 때, 우리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무궁한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눌촌 거사는 우화를 들어가며 인간이 우주의 기원과 정체에 대해 헤아린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함을 역설했다. 양백승, 진화론을 역설하다 빅뱅 이론을 믿는 양백승과 창조과학을 믿는 이기하는 눌촌 거사의 주장에 허탈해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듯 몹시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거사님,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도 우주가 안고 있는 오리무중의 수수께끼라 봐야 하는 건지요?” “그 역시 우리 인간이 가늠하기에는 실로 난감한 영역이라 봅니다. 다만, 우리 인간의 기원은 당연히 우주 탄생의 신비와 불가분의 연계 고리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물론, 혹자는 우주와 인간의 탄생을 반드시 ‘동일한 인과관계 축’으로 연관시키는 것을 부정하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이 지구의 주인공이 꼭 인간이 아닐 수도 있었고, 우주의 어느 다른 행성에 또 다른 고등 생물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거사님, 저희들은 지금까지 인간이 진화론에 의해 생겨났다는 정통 과학과 기독교의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종교 내지 창조과학 사이에서 많은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거사님께서는 과연 어느 주장이 옳다고 보시는지요?” “허허, 그것 참……. 이왕지사 우리가 그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나섰으니, 아까 빅뱅 이론과 창조과학을 주장한 이들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진화론과 창조론으로 갈려 있는 인간의 기원에 대한 이슈가 다시 일행에게 숙제로 돌아갔다. 눌촌 거사가 새로운 제안을 하자, 내내 못 다한 이야기 때문에 아쉬워하던 양백승과 이기하가 아주 잘됐다는 표정으로 서로 먼저 설명하겠다며 나섰다. 결국 눌촌 거사의 중재로 양백승이 먼저 일어나 인간의 기원에 대해 의견을 펼치기 시작했다. “저는 인간이 탄생하게 된 기원을 진화론을 통해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럼 먼저 진화론이 과연 무엇인지 그 요점을 살펴본 후, 인간의 기원을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화란 ‘어떤 한 개체의 모양이나 모습이 바뀌어 전혀 다른 형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단순한 개체의 변화는 성장이나 변태이지 진정한 진화는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생물에 변이가 일어나 부모와 같지 않은 새로운 개체가 나오고, 이 중에서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자연에 선택되어 그 특성이 유전되고 증식되면서 새로운 종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 바로 진화론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이 어떤 목적성이 없이 우연히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진화론의 세 가지 핵심적 특성으로는, ‘시간에 따른 종의 변이’, ‘자연선택이라는 적자생존 메커니즘’, ‘비목적성의 무작위적인 사건의 결과’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양백승이 열변을 토하느라 목이 타는지 물을 찾자, 일행 중 한 사람이 얼른 물통을 전해주었다. ‘꿀꺽’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단숨에 물을 들이킨 양백승은 깊게 고개 숙여 미안하다는 뜻을 표하고는 곧바로 강설을 이어갔다.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는 ‘지구의 지질시대(地質時代)에 나타나는 인류의 생성 시점’과 ‘인류가 탄생되는 진화 계통’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질학적인 시대 구분은 지구의 나이에 해당하는 약 45억 년 전부터 시작합니다. 지구가 탄생한 이후 생물 화석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5억 4300만 년 전까지를 ‘은생이언(隱生 Eon)’이라 하는데, 이 시대는 시생대(38억~25억 년 전)와 원생대(25억~5.43억 년 전)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이 중 원생대는 지구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대로서, 가장 오랜 갑질(甲質) 동물이 나타났지요. 한편, 은생이언의 원생대가 끝난 5억43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현생이언(現生 Eon)’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고생대·중생대·신생대가 속해 있습니다. 고생대(5.43억~2.48억 년 전)는 다시 캄브리아기부터 시작해 페름기까지 7단계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이 고생대에 최초의 어류, 최초의 육상식물, 최초의 양서류, 최초의 파충류, 그리고 수많은 곤충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중생대(2.48억~6500만 년 전) 또한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 등 3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중생대에는 공룡과 더불어 최초의 포유류와 조류가 출현합니다. 특히 백악기에는 공룡이 멸종하고 현화식물(顯花植物)이 나타나게 되지요. 신생대(6500만 년 전~현재)는 다시 제3기(6500만~180만 년 전)와 제4기(180만 년 전~현재)로 나뉘는데, 대부분 제3기로 구성되어 있지요. 특히 신생대가 시작되고부터 약 1000만 년에서 1500만 년 동안 초기 포유류 조상이 다양하게 진화하여 육상·하늘·바다로 급속히 퍼져 나갔습니다. 해박한 지식으로 진화론을 설파하는 양백승의 얼굴은 자못 상기되어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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