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윤식 그때 두 사람이 논박하는 틈을 타서 가톨릭 신자인 정진욱 의원이 질문에 나섰다. “진화론에서 얘기하는 여러 내용 중에 가장 의심이 되는 사항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예컨대, 파충류에서 포유류가 생겨났다는 소위 대진화라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주장이 아닌가 합니다. 아시다시피, 파충류와 포유류는 온도 조절, 번식, 생존 메커니즘, 식습관, 골격 구조 등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려면 냉혈동물에서 온혈동물로 바뀌고, 알을 낳다가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일 수 있는 유선이 만들어지고, 횡격막이 있는 호흡기관으로 변하고, 비늘이 털로 바뀌어야 하는 등의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충류가 덩치가 큰 코끼리, 목이 기다란 기린, 날아다니는 박쥐, 물속에 사는 고래 등 헤아릴 수도 없는 다양한 포유류로 진화되었다는 주장인데요. 포유류는 기본적으로 신경계·순환계·호흡계·소화계·배설계 등이 일체적·종합적·시스템적으로 작동해야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진화 메커니즘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예컨대 포유류의 젖샘이 진화적 미완성 단계여서 정상적으로 가동이 안 되었을 때는 과연 어떻게 새끼에게 먹이를 줄 수 있었을까요? 혹 파충류에서 수많은 포유류로 진화되어가는 중간 과정에 있는 ‘애매한 동물’, 즉 파충류도 아니고 포유류도 아닌 전이동물의 화석이 학문적 자료로서 유의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발견되고 있는지요?” 이 질문에 양백승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되어가는 전이화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1억 2000만 년 전 호주에 살았던 ‘테이놀로포스’는 알을 낳는 포유류입니다. 이 동물은 한 개의 구멍으로 소변·대변·생식을 해결하고, 배 위의 조각에서 땀을 흘리듯 우유를 분비하여 새끼를 키웠습니다. 이는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생존 메커니즘’을 시사해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유류의 젖샘이 생기기 전인 미완성 진화 단계에서는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곤충들을 잡아 먹여 새끼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양백승이 답변을 마치자, 계속해서 질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눌촌 거사가 더 이상의 논박을 제지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이기하에게 발표 기회를 넘겨주었다. 우주만물 창조론의 세 갈래 이기하는 개신교 신자로서 당연히 기독교의 하나님이 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그는 양백승의 빅뱅 이론에 의한 우주탄생론이나 진화론에 입각한 인간 기원의 주장에 대해 따지고 싶은 내용이 무척이나 많은 듯했다. “흔히 창조론에서 얘기하는 창조의 대상에는 우주만물을 의미하는 ‘세상’, 그리고 ‘인간’이 해당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동안 제기된 창조론의 유형을 보면, 우주만물과 인간을 동시에 대상으로 하는 ‘순수창조론’과 ‘지적 설계론’, 그리고 인간의 기원에 보다 초점을 두는 ‘유신론적 진화론’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먼저, 순수창조론이란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기독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확실한 믿음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이미 과학으로 밝혀진 지구 나이를 인정하는 ‘오랜 지구 창조’와 6000년 전에 우주와 인간이 한꺼번에 만들어졌다는 ‘젊은 지구 창조’라는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지구 창조 중에도 다시 ‘간격 창조’와 ‘날 시대 창조’라는 두 가지 주장이 병립하고 있습니다. 간격 창조란 창세기 1장 1,2절과 6일 간 창조 사이에 오랜 시간 간격을 설정하여, 1단계에는 지구 화석생물을, 2단계에는 현재생물을 창조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날 시대 창조란 성경에 나타난 창조의 6일을 문자적 날짜가 아닌 각기 오랜 시대로 간주하는 견해로서, 창세기 1장 1,2절에는 생물 없는 우주를, 6일 간 창조 기간에는 6차례에 걸쳐 오랜 시간 동안 생물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젊은 지구 창조라는 것은 불과 6000년 전에 우주만물과 인간이 동시에 창조되어, 당연히 인간과 공룡이 함께 살았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특히 젊은 지구 창조는 거기에 관련된 사실관계를 과학적 이론과 객관적 논거로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는 이른바 ‘창조과학’을 주창하고 있지요. 다음은 유신론적 진화론인데, 이는 우주와 지구의 나이 또는 지구화석 같은 과학적 발견과 부합되는 기독교 하나님의 창조론을 주장하는 견해입니다. 이러한 유신론적 진화론에서도 ‘점진적 창조’와 ‘과정 창조 또는 연속 창조’ 등의 두 가지 주장이 있지요. 먼저, 점진적 창조란 하나님에 의해 최초의 ‘종(種)’이 창조되었고, 이후 이들로부터 새로운 종이 진화되었거나, 아니면 추가적인 종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과정 창조 또는 연속 창조란 하나님에 의해 최초의 단세포 동물 또는 종이 창조된 후 점차 진화되었고, 이렇게 새로운 종으로 진화되는 과정에서 올바르게 진화되도록 하나님이 연속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는 주장입니다. 기독교 중 가톨릭에서는 이러한 유신론적 진화론을 기꺼이 수용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인간의 영혼은 진화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려주는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지적 설계론인데, 이는 ‘우주의 원리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인류의 존재를 가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인류 원리’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어떤 지적 설계자’가 지구상에 수많은 생명과 인간이 존재할 수 있도록 우주를 정교하게 디자인하여 만든 후 계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즉, 그동안 우주에 대해 밝혀진 현대과학적 이해는 창조자 신의 아이디어와 잘 부합되기에, 당연히 어떤 지적 설계자가 존재해야 함을 극명하게 말해준다는 겁니다. 다만, 지적 설계론에서 말하는 지적 설계자란 반드시 기독교의 하나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조론 중에서도 창조과학에 의해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젊은 지구 창조’야 말로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라 믿고 있습니다.” 창조과학을 굳게 믿는 이기하가 다른 창조론과 비교해가며 자신의 주장을 열정적으로 피력했다. 이번에는 아까부터 벼르던 양백승을 포함하여 몇몇 사람이 번쩍 손을 들고는 대동소이한 질문에 나섰다. “창조과학에서는 인간과 공룡이 함께 살았다고 주장하는데요, 공룡이 6500만 년 전 백악기 말에 멸종되었다는 것은 동위원소 연대 측정으로 명확히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까?” 이기하는 뜸을 들이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진화론에서는 모든 것을 화석에 근거하여 논리를 펴고 있지요. 그래서 말씀인데요. 미국 텍사스에 있는 글렌로즈 펄럭시 강에서 공룡의 발자국과 인간의 발자국이 동시에 찍힌 화석이 발견된 사실을 혹시 아시는지요? 단지 그뿐이 아닙니다. 12세기 초에 지어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왕궁 건축물에는 공룡이 새겨진 ‘무늬 돌’이 보입니다. 화석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전혀 없었던 그 시대에 어떻게 공룡의 모습을 그려낼 수가 있었겠습니까?” 증거를 앞세운 예상 밖의 답변이 나오자, 인간과 공룡의 공생론에 의구심을 품었던 사람들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