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 (독립큐레이터) 비디오아트 작품의 시대적 분류적 관찰에 앞서 우선 비디오가 기존의 매체와 구분되는 특징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강력한 TV 대중매체 문화의 반작용과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매력이 예술가들을 유혹했지만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비디오 영상과 저렴한 가격의 작업환경과 기동성 그리고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즉각적인 유용성을 가진 비디오 매체의 장점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비디오는 예술창작적인 재료로 주목받기에는 영화와 TV 등 타 매체보다 초창기 그 예술성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반면 우리는 영화를 일컬어 제7의 예술이라고 칭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발명 이후 지금까지 영화의 상영성은 연극에 대등한 오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영화만을 위한 상영관과 특수 스크린은 나날이 발전하며 매해 막대한 자본이 유입된다. 한편 비디오는 어떠한가? 비디오의 위상과 영향력은 역시 TV매체 보다 못하다. 초창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중매체로 다양한 이야기 요소를 소유한 TV콘텐츠는 케이블 통신망으로 그 영역을 광역적으로 확장하며 비디오라는 매체를 하나의 기록장치 기계로 전락시켰다. 물론 TV매체는 방송통신으로 성격이 다르다 해도 그럼 영상예술에 있어 영화와 비디오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랭크 포퍼는 그의 책에서 영화와 비디오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또 관람자의 환경 조건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비디오의 이미지 합성은 영화의 투사를 넘어 TV에 의해 형성된 지각구조들을 확장시킴으로써 TV커뮤니케이션 언어를 재정의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차이를 좀 더 세분화해서 비디오 영상의 특징을 지어보자. 우선 비디오 영상의 녹화와 재생이 실시간 적이며 다른 장소와 다른 이미지와의 혼합이 동시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동시적 시간개념은 비디오 아트의 기본적 매체 특성이며 예술가들은 즉각적인 성격을 이용, 기존의 이미지를 현재로 불러내 현행화시킨다. 실제 예술가들이 집중적으로 비디오 이미지를 창조적 재료로 사용하는 이유는 재생 이미지의 시간차를 통한 반복과 현재시점과의 이미지 충돌은 새로운 영상의 영역적 창출이며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전자광선을 통한 추상적 이미지를 방출한다. 이건 비단 이미지 안에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영상적 재생 반복과 실시간 상영을 병합해 다시 설치와 병렬화되는 시공간적 구성요소를 창조하는 예술미학적 접근은 비디오 아트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수많은 비디오 모니터의 병렬과 복합적 설치는 시간의 격차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 거대한 입체적 스펙터클을 구성한다. 이것은 단지 2차 평면의 투사적인 영화스크린에서 동적 영상이 해체되고 분할되어서 비디오조각 또는 비디오 설치라는 새로운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듯한 환경을 조성한다. 시간은 추상적인 사유의 개념이며 이미지는 이것을 형상화한다. 모니터들에 나타난 과거와 현재 이미지들은 예술가에 의해 재창조되고 편집되어 현재화되어서 이미지를 방출하며 관객은 유동적인 각자의 움직임을 통해 개인의 주관적인 시간 개념으로 이미지를 읽어나간다. 이것이 비디오 영상의 시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