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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광의 아프리카 미술과 친해지기

살라 아마르 - ‘수단의 평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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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5호 편집팀⁄ 2010.04.12 14:50:15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 관장·갤러리통큰 대표) 아마르(1964~)는 어떤 작가인가? 살라 아마르(Salah Amaar)는 아프리카가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 세상에 빛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춤을 추는 듯한 인물들과 장식적인 기호들, 그리고 상상력에서 흘러나오는 모노톤의 색상은 인간의 소망을 감추고 있는 비밀스러운 암호와도 같다. 그런 암호를 풀어내면서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데아를 ‘조화(Harmony)’에서 찾으려는 아마르. 그래서 그는 아프리카의 문화적 상상(想象)으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시인일 수도 있고, 또 아프리카의 종교적 심성(心性)으로 인간의 끄트머리를 알게 하는 철학자일 수도 있다. 아마르는 왜 다르푸르를 그리는가? 수단(Sudan)의 다르푸르(Darfur)는 죽음이 삶을 대신하는 절망의 고도(孤島)와도 같다. 인종과 종교의 갈등이라는 진부한 이름 뒤에서 악취를 풍기는 세력 다툼이 강대국들의 속물적인 이해관계와 맞물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마구 죽어가고 있다. 자연조차도 이곳에 관용의 눈길을 던져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말로 이곳에 평화의 빛을 쏘아 줄 수는 없을까? 1937년 스페인 내란 중 파시스트들은 게르니카(Guernica)를 무차별 폭격하여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짓밟아버렸다. 이런 현실에 분노한 피카소는 게르니카의 참상을 그림으로 고발했다. 폭력과 절망에 뒤틀린 인물들의 형상과 무채색, 공포와 혼란을 상징하는 면들의 분할과 무표정. 그런데 이런 비극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증오와 원한이 한껏 부풀려지는 파국의 현장이. 2003년에 다시 시작된 다르푸르 사태는 게르니카의 학살보다도 더한 비극을 담고 있다. 아마르는 이런 참혹함을 피카소와는 사뭇 다르게 표현한다. 분노보다는 절망감이 커서일까? 아니면 적대감을 누그러뜨릴 화해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은 것일까?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공포와 분노를 평화와 희망으로 그려내면서 수천 년 전 수단 사람들이 건설했던 누비아 문명에서 피안의 세계와 접속하고 있다.

아마르가 꿈꾸는 다르푸르의 평화 아마르는 여느 수단 작가들처럼 누비아(Nubia) 사람들이 세웠던 피라미드에 대해서 강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틈만 나면 수단의 북부 지역을 여행했고, 무덤 속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다. 누비아 문명의 문양이나 상징적 기호, 그리고 역동적인 인물들은 그의 그림에 응용되면서 삶의 에너지가 되어 자연스럽게 다르푸르의 평화를 갈망하게 되었다. 아마르는 종종 화면을 크고 작게 분할하여 모자이크 효과를 낸다. 마치 조각 천으로 패치워크(patchwork)한 퀼트(quilt) 같이 보이는데, 이것은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분열된 수단의 현실을 표현하는 것으로, 아마르는 평화로웠던 과거의 시간을 현재에 담아냄으로써 단절된 공간을 조화의 세계로 그려내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어렵지만, 동화적 형태나 색채, 그리고 고대문명의 상징적 기호들은 신비감을 더해주어 반 추상으로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사실적 형체를 버리고 표현적 요소로서의 형태와 색채를 추구함으로써 그의 그림에서는 칸딘스키(W. Kandinsky)의 모습도 감지된다. 아마르의 그림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사람들, 색채의 강약, 다양한 문양들은 ‘하모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현실은 가지각색을 드러내고, 꿈은 다른 모양이지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다. 그래서 아마르는 일정한 주제를 강조하기보다는 평화에 대한 소망을 담론으로 풀어내고 있다. 불안한 일상을 요구하는 수단을 떠나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활동하는 아마르는 누구보다도 다르푸르의 평화를 그리워하는 작가다. 아마르의 작품 ‘평화를 위한 향연’은 누비아 시대의 영광 혹은 평화로운 일상이 오늘이라는 시간 안에 다시 드러나기를 바라는 한편의 서사시이다. 자연도 포기한 것 같은 황량한 다르푸르에 단비가 내리고, 이교도를 향한 총과 칼이 갈라진 땅속으로 내려앉아 그 위에서 모든 사람이 춤을 추는 꿈의 모습이다. 비는 빛이 되고 소리가 되어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은 오늘도 숨을 죽인 채 평화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 1956년 영국과 이집트의 통치로부터 독립한 신생국 수단은 남북을 분리 지배하던 영국 식민정책의 후유증으로 남북 간의 심각한 대립을 겪으며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내전이 종식될 무렵인 2003년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토지 소유권을 놓고 토착 흑인 반군 세력들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랍계 유목민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내전은 또 다른 양상으로 비화한다. 민간인 학살과 부녀자 강간 등 반인륜적 범죄의 자행, 굶주림 및 질병으로 국제인권단체들의 발표에 의하면 다르푸르 지역에서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약 250만 명이 구호품 지원조차도 받지 못하는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아마르의 전시 경력 2001 Sharjah International Art Biennale, UAE 2000 National Museum of Kenya, Nairobi, Kenya 1998 Tulifanya Art Gallery, Kampala, Uganda 1997 Hilton Hotel Khartoum Sudan by UNICEF 1996 Cairo Triennale for graphic works, Eg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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