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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보면 엄마에게 전화하게 될 것”

드라마 <세상에서…> 연극 무대 올리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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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5호 이우인⁄ 2010.04.12 14:42:55

1996년에 MBC 창사특집 드라마로 방영됐던 TV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3> 다섯 번째 작품으로 4월 23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공연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어머니와 아내·며느리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한 여자의 일생과 가족의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치매에 걸려 걸핏하면 머리채를 휘어잡는 시어머니, 집안일에 무관심하고 무뚝뚝한 남편, 바쁜 일상 때문에 대화조차 나누기 힘든 딸, 대입에 실패하고 방황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아낌없이 모두 내어준 어머니가 자궁암 선고를 받고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완성한다. 원작 드라마는 <거짓말>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 등 사람 냄새 나는 작품으로 ‘명품 드라마 작가’ 타이틀을 단 노희경 작가가 썼다. 이 드라마는 1996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과 작가상을, 1997년 한국방송대상 드라마 부문에서 상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소설로, 지난 3월에는 대본집으로도 발간되며 15년 동안 사랑받은 노 작가의 대표작이다. 연출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스타 PD’ 이재규가 맡는다. 이 작품은 이 PD의 첫 연극이기도 하다. 엄마 인희 역은 TV 연기자로 더 알려진 정애리와 송옥숙이 더블 캐스팅됐으며, 의사 남편 정 박사는 연극배우 최정우와 최일화가 맡는다. 치매 노인인 시어머니 역할은 연극배우 이용이가, 정 박사의 후배이자 인희와 자매처럼 지내는 윤 박사는 연극배우 이영숙이, 평생 인희의 속만 썩이는 망나니 동생 근덕은 ‘명품 조연’ 박철민과 연극 배우 전배수가 맡는다. 이 외에도, 이지현(근덕 처 역), 박윤서(딸 연수 역), 이현응(아들 정수 역)이 무대에 오른다. 첫 공연에 앞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기자간담회가 4월 7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열렸다. 노희경 작가는 원작자로서 이 자리에 참석해 솔직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입담으로 연극의 성공을 빌었다. -자신의 드라마가 연극 무대에서 재탄생되는 데 대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처음엔 두려웠어요. 그렇지만 이재규 감독님이 워낙 파워풀한 분이어서 안심하게 됐죠. 지금은 마냥 관객이 된 것 같아요. 시골에 있는 가족들의 자리가 벌써 예약돼 있답니다(웃음).” -4부작의 긴 작품이 1시간 반짜리 연극으로 압축되는데, 원작자로서 어떻게 참여했나요? “대본을 압축하는 작업은 이재규 감독님이 했어요. 물론 대본을 감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이미 무대는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아는 척하면서 나서면 짜증도 날 테고요. 대본도 보고 싶지만, 절대로 안 봤어요.” -캐스팅은 만족하십니까? “나문희 선생님이 인희를 연기할 때는 질퍽하면서도 소녀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그런데 송옥숙 씨의 인희는 귀여우면서도 파워풀할 것 같고, 정애리 씨는 엄마지만 여자 같은 매력이 있어서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상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지금 이 자리에 원작자로 앉아 있지만,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내 작품을 하면서도 한 발 빼고 볼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즐겁고요.”

-연극은 평소에 자주 보시나요? “사실, 연극이나 영화 관람을 안 하는 편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감기에 걸리거든요. 그래서 백화점에도 안 가요. 배우·연출가의 관계 때문에 가는 시사회만 해도 웬만한 건 다 보는 셈이에요.” -가장 최근에 본 작품은 뭔가요? “최근에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연극열전3> 네 번째 작품)를 봤는데, 배종옥 씨의 연기가 너무 좋으면서도 비로소 내 작품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니까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더군요. 물론 제 작품이 연극화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몇 번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모두 비상업적인 연극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과는 달랐죠.” -‘명품 드라마 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데요,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부담을 가진다고 안 쓸 것도 아니고, 뭐 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니까 크게 신경 쓰진 않습니다. 단지 욕처럼 들릴 땐 싫긴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제가 이 드라마를 쓴 때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2년 뒤였습니다. 정말 많이 울었죠. 나문희 선생님이 극본을 보더니 ‘이렇게 사람을 울려도 되느냐’고 하셨는데, 저는 ‘나흘이나 울었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울어야죠’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날 슬프게 하려고 돌아가신 게 아닌데 왜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여 길을 가다가도 울고 그랬을까 싶더군요. 그리고 얼마 뒤에 아버지까지 돌아가셨어요. 이 드라마가 TV에서 방영될 때 아버지가 정말 힘들어하셨어요. 다행히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니까 가시는구나’하면서 감사하기도 했고요. 이 작품은 효도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는 가족들이 모여 있습니다. 누구는 화를 내면서 소통을 하고, 누구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소통을 하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소통은 하고 있어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모두 엄마한테 전화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는 사탕을 좋아해서 제가 사탕을 사 드리곤 했습니다. 밥 먹을 때 아버지가 나타나면 밥 안 먹고 식탁에서 일어나는 자식도 많은데, 저도 잘 일어났거든요. 나중에는 아버지가 오셔도 같이 밥도 먹고 텔레비전도 같이 보고 그랬어요. 여러분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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