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 ‘징그럽게도’ 추위가 오래 간다는 한탄이 많았지만, 그래도 봄꽃은 피고야 말았다. 진해 군항제 등 남녘의 꽃 축제들에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걱정이고, 여의도 벚꽃 축제가 시작됐는데도 꽃망울조차 맺히지 않았다는 한탄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꽃망울들은 터져 나오고 있다. 꽃놀이 현장에는 사람과 차가 몰리게 마련이다. 좋은 자리에서 한 잔 걸치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꽃놀이 현장에는 먹을거리도 푸짐하게 펼쳐진다. 인파야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 그것도 미어터진다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차량공해’는 피해야 꽃놀이가 그나마 덜 피곤할 수 있고, 달콤한 ‘봄술’도 맘놓고 한 잔 할 수 있을 것 같다. 옛 사람이 즐기던 풍취에는 근처에도 못 미치겠지만, 사람이 덜한 시각에 전철을 이용하여 깔끔하게 꽃놀이를 다녀올 수 있다면 그나마 현명한 사람이라 하겠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은 전철로 다녀올 수 있는 봄꽃 여행 명소 10곳을 추천했다. 중앙선 전철 원덕역-양평역: 양평 개군면 산수유마을로 가요.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산수유나무 군락지가 있다. 매년 4월 첫 주면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이 마을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다. 축제는 이미 4월 2~4일 열렸지만, 추위가 워낙 기승을 부린 탓에 아직도 도전해볼 만하다. 산수유마을은 중앙선 원덕역에서 양평의 볼랫길을 따라 걸으면 약 30분, 양평역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걸린다.
과천선(4호선 전철) 대공원역: 서울대공원 벚꽃길 걸어요. 서울대공원 벚꽃길은 대표적인 봄꽃 명소다. 과천선(4호선) 대공원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다 보면 서울대공원 벚꽃을 만날 수 있다. 벚꽃길 중간에 자리잡은 현대미술관·과천과학관·서울동물원 등, 서울랜드는 연령별·취향별로 다른 쉼터를 제공한다. 경부선(1호선 전철) 금천구청역-독산역: 금천구 벚꽃 십리길 납시오! 금천구청역에서 독산역을 지나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약 3.1km 구간에 나이 어린 벚꽃들이 앙증맞게 핀다. 최근에 조성된 벚꽃길이니 아름드리 나무는 없지만, 키 작은 벚나무들이 피워내는 서민적인 풍모가 나름 즐길 만하다. 1호선 철길 담벼락 앞 도로 양쪽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금천구청역이나 독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벚꽃길과 연결된다.
경부선(1호선 전철) 수원역: 수원 화성과 함께 벚꽃 구경도 해요. 경부선 수원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면 팔달산 중턱에 있는 경기도청에 도착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수원엔 조선 정조대왕이 건설한 화성(華城)이 있어 고전적 풍취가 물씬 풍기는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 일산선(3호선 전철) 정발산역: 일산호수공원 한 바퀴 돌고, 꽃 전시관도 들르고… 호수공원의 총 둘레는 약 4.7km. 공원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일산호수공원은 봄부터 꽃 잔치가 계속 펼쳐진다. 4월 23일부터 5월 9일까지 고양시가 주최하는 국제 꽃 전시회도 열린다. 일산선(3호선) 정발산역에서 걸어서 5분이면 공원에 도착한다. 코레일은 이 밖에도 ▲금정역(1호선-4호선) 벚꽃길 ▲오산대역(1호선) 물향기수목원 ▲중앙역(4호선) 안산호수공원 ▲인천역(1호선) 자유공원 ▲송내역(1호선) 인천대공원 등 다섯 명소도 봄꽃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라고 소개했다. 박춘선 코레일 광역철도본부장은 “수도권 전철역 주변에는 봄꽃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가 많다”며 “전철을 이용한 봄꽃여행은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살리는 일석이조 여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