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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 말장난과 엉뚱한 시비, 좋아요”

화려한 화면과 새로운 이야기로 유쾌한 에너지 전하는 김동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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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6호 김대희⁄ 2010.04.20 09:28:57

우리가 실제 사는 현실의 모습이나 상상의 세계 또는 꿈꾸던 세상, 아니 생각지도 못한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곳이 바로 예술의 세계일 것이다. 그 중 미술은 다양한 감성과 수많은 생각,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이 흐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에서 이야기를 걸기도 하고 작품 속으로 이끌어들여 함께 대화하고 느끼고자 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작업을 보이는 김동현 작가가 초대하는 공간은 ‘몬스터 공원(Monster Park)’이다. 이름만으로는 왠지 괴기스럽고 무서운 괴물이 우글거리는 곳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곳에는 어릴 적 만화에서나 봤던 캐릭터나 장난감 로봇 같은 정겨운 모습이 가득하다. 특히 다양한 모습의 몬스터가 서로 융합해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키는 하나의 거대한 로봇으로 구성되면서 유쾌하고 활기가 넘친다. 여기에 엉뚱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2001년 비구상 회화로 터치가 많고 겹치는 작업을 해온 김 작가는 콜라주 작업도 하며 3년간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은 채 작업에만 몰두했다. 2006년 2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7년 중반부터 2008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그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2009년에도 꾸준히 활동했지만 오히려 작업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가져와 후회되는 시간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외부의 시선에 마음을 썼던 자신이 부질없었다”며 김 작가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힘든 자극이 있을 때 더 힘을 내고 이겨나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이를 계기로 올해는 작업에 더 집중하고 몰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실 김 작가의 작업 구상은 과학과도 큰 연관이 있다. 이는 화가가 되기 전 과학자가 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는 왜 타인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나’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어떤 사건 때문에 내가 그 아픔을 겪었고 그 경험이 작품에 반영됐다. 서로가 어떤 고리로 이어져 있으니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온 우주는 하나로 이어진 연결고리가 있다는 결론에 다가서게 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인간의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미화해 표현한 것이다. 어찌 보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담고 있지만 밝고 화사한 색채가 이를 감싸주는 듯하다. “처음엔 색보다 연결성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 하지만 점차 색감을 넣고 싶은 충동이 있었고 그런 감정과 느낌에 따라 어떤 계획도 없이 넣고 싶은대로 넣었다. 앞으로도 감정에 충실하겠지만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 색감을 넣고 싶다.”

김 작가의 최근 전시계획서를 보면 마치 과학을 연구하는 듯한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자기조직화-Autopoiesis literally means “auto (self)-creation” (from the Greek: auto - αυτ- for self- and poiesis - πο-ησι- for creation or production) 생체 조직, 시간적 지속성과 공간적 확장성을 띠며 저절로 확장되는 것. 자기 생산적 체계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한 그 조직은 불변이고 동시에 그 구조는 변할 수 있는 체계들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9월 예정된 개인전에 쓰일 제목이 바로 <‘오토포이’ 박사의 연구실 H=mw²>다. “H=mw²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공식인 E=mc²를 시각적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응용한 새 공식이다. H는 Human(사람)이며 m은 man(남자), w는 woman(여자)이다. 인간의 가치에 대해 연구해온 오토포이 박사는 한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을 m과 w로 상징화 시켰으며 제곱은 여성성이라는 존재가 일반적이거나 단순하지 않고 너무나 심층적이며 다채롭고 신비로운 의미임을 담고 있다.” 오토포이 박사는 김 작가가 만들어낸 몬스터 공원 속 새로운 첫 캐릭터다. 어찌 보면 몬스터 공원을 안내하는 작가의 대변인인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김 작가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내용보다도 작품 자체의 화려한 색감 등으로 일반적인 팝아트로만 보일수도 있다는 문제다. “그림 자체는 감상하기 쉽고 재밌지만 내용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예술가라면 보편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가진 철학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를 더 쉽게 풀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숙제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가질 개인전은 보다 쉽게 꾸미기 위해 준비했다. 생명체들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진화하고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다 이해시킬 수 없지만 보는 이들에게 새로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원하는 새로움이란 바로 호기심에 따른 궁금증 유발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고 그로부터 대화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나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고상한 도도새 219호’ ‘땅콩 시세를 알고 싶은 화성인’ 등 작품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김 작가는 “보는 이들에게 유머러스한 감정을 주고, 즐겁게 웃고 즐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릴 적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유치한 말장난 같은 장난기 어린 질문도 기대한다. 또한 억지 웃음보다 자연스런 웃음, 제목만으로도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을 유도하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로 진출하고 싶다는 김 작가의 작품은 보는 재미와 함께 찾는 재미도 준다. 그 주인공은 바로 ‘홀마’(홀로 고독하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메시지를 전하는 악마)다. 2008년 중반 이후부터 작가의 작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작은악마다. 작품에 새겨 넣는 작가의 사인보다 더 늦게 그려 넣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 작가는 “시각예술가라면 웃음 유발로 문화적 코드를 이끌어 가야 한다”며 “작품 속 내용은 결국 이러한 웃음을 이끌기 위한 것이다. 관람객과 대화도 하면서 장난치듯 생동감 넘치는 장난기 많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그는 4월 3~25일 갤러리 진선 윈도우전 선정 작가로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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