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 (독립큐레이터) 이전에 살펴본 프랭크 포퍼(Frank Popper)는 ‘비디오 설치’ ‘비디오 게릴라(guerilla video)’ ‘비디오 퍼포먼스’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전자 예술속의 비디오’ 작업을 네 가지 비디오 아트의 주류로 보았다. 우선 첫 번째로 ‘비디오 설치’는 작게는 TV모니터 하나부터 넓게 보면 조각이나 건축 또는 환경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모니터 안의 구성 이미지가 외부 공간의 사물과 어우러지면서 공간적 영역을 확장하며 때로는 관람객의 행위나 참여를 유도하고, 결국엔 작품이 관객에게 예술가의 창조적 공간 안에서 경험되는 지각방식을 통해 해석-탐험되는 방식이다. 설치라는 복합성을 지닌 매체로서 주로 다른 매체들과 접목되어 필름, 오디오 시스템, 사진, 슬라이드, 회화 그리고 사물 같은 오브제를 이용해 관객에게 모든 감성적 또는 감각적 요소에 호소한다. 규모나 형식의 다양함에 있어 제약받지 않고 오히려 예술가에게 무한한 창작적 기폭제 역할을 한다. 1970년대 비디오 아트 초창기에는 비디오 설치 개념보다는 조앤 조나스 같이 비디오 퍼포먼스 기록과 그에 사용된 오브제들을 이용한 전시 작품들이 주류였다. 그러나 비디오 설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80년대 퍼포먼스에서 비디오 조각을 대규모화시킨 백남준에 의해서다. 초창기 비디오 아트에서 그의 작품들은 선구적이며 비디오 아티스트들에게 지침서적인 작업영역을 개척해놓았다. 1968년 샬럿 무어맨과 작업한 비디오 퍼포먼스 ‘TV브라’에서 ‘TV첼로’ 조각을 만들었고 이어 ‘비디오 로봇’들을 제작하고 유명한 ‘TV부다’를 선보였다. 검은 모니터 안 하나의 수평 광선 줄을 관조하며 마주보고 앉아 명상에 잠겨있는 부처는 TV 매체의 오락성과 상업성에 빠져 있는 우매한 대중에게 인간의 내면적 성찰에 대한 환기로 다가선다. 모니터 하나와 부다 형상 하나로 이 설치 예술은 인류문화에게 있어 과연 TV는 이 시대의 무엇이며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통사적인 아우라(영기)를 내뿜는다. 그리고 74년에 제작한 ‘TV정원’은 여기저기 수풀 사이로 전파 광선을 뿜어내며 산재되어 있는 TV 모니터들을 보여준다. TV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그리고 같이 호흡하는 생생한 유기체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모니터와 수풀 사이로 나있는 오솔길을 거니며 인공적인 조각과 건축을 넘어 자연적인 휴식을 제공하는 정원으로 하나의 숨 쉬는 총체적인 거대한 환경으로 다가선다. 이는 관객이 오솔길을 거니며 체험하는 환경에 대한 감성적 경험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참여적인 예술이 다다 이후 실험적으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백남준의 테크놀로지를 통한 환경적인 작품 시도는 미디어 예술에 있어 큰 획을 긋는다. 왜냐하면 향후 현세기까지 이러한 참여적인 뉴미디어 예술작품은 끝없이 진보되는 테크놀로지와 맞물려 기계적 작품과 소통하는 개념의 즉흥적이고 직접적인 인터액티브(쌍방향) 작품으로 꾸준히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TV라는 대중매체의 통속성을 비판하며 시작된 비디오 아트는 백남준에 의해 이미지적으로 변형되고 새롭게 각색되었으며, 물질적으로 모니터라는 환경을 해체하고 재구성되며 예술적인 창작 매체로 떠올랐다. 백남준의 비디오들은 단순한 녹화 메커니즘을 넘어 독특한 색상을 창작하며 특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로봇 같이 개성적인 개체가 될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의 일부분으로 구성되는 공간을 창출하는 창작적인 살아있는 매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