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준희 연세의료원 심장혈관병원 교수 사전에서는 ‘통증(痛症, pain)’을 ‘아픈 증세’라고 규정하면서, 실제적이거나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관련되거나 또는 그러한 손상으로 유래된 불쾌한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이라고 기술(記述)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우리 몸의 각 부분에 마치 경고등처럼 통각(痛覺)을 수용하고 감지하는 신경로(神經路)가 있어서, 통증의 원인이 발생하면 이 신경로를 통해 통각이 뇌로 전달되어 우리가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불이 났을 때 울리는 경고음처럼 우리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경고의 표시이다. 즉, 통증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서 신체의 안이나 밖에서 일어나는 이상을 전달하는 경고반응이며, 몸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으니 주의하고 치료하라는 권고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릎에 통증이 있다면, 무릎 부위에 이상이 있으니 조심하고 치료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 몸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다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몸에 암이 있다고 치자. 암의 초기에는 대개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건강검진 등을 통해 병소(病巢)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빨리(조기에) 찾아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골격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근골격계에 통증이 있다면 어떤 부위든지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다만, 어깨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어깨에만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목이나 손목에 이상이 있어도 어깨에 통증이 올 수 있고, 심지어는 심근경색이 있는 경우에도 통증이 신경로를 따라 방사(放射)되어 어깨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증을 무조건 가라앉히려는 시도는 정작 원인질환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통증이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원인을 알아내고 나서 통증을 제압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이 난에서는 장기(심장·신장 등)의 질환이나 전신적 질환(암 등) 그리고 정형외과적 질환(사고로 뼈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을 제외하고, 특히 머리·목·어깨·등·허리·무릎·발목 등에 생기는 통증, 즉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신체 디자인과 근골격계 통증의 상관관계 여기에서 통증을 거론하는 중요한 이유는 신체 디자인과 통증 사이에는 불가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통증, 즉 앞에서 설명한 장기 질환, 전신 질환, 교통 정형외과적 질환 등의 통증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통증은 신체 디자인의 이상에서 연유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가 개인 운동, 즉 등산·걷기·달리기 등에서 부상을 당하는 주요 원인도 몸의 좌우·상하·앞뒤의 균형이 맞지 않는 신체 디자인의 이상 때문에 몸의 균형이 어긋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 세월이 가면서 근육·인대 등이 약화되는데, 사람마다 생활습관에 따라 강하게 사용하는 부위가 편중되어 이것이 몸의 불균형을 일으켜 통증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신체의 디자인을 올바르게 유지·개선하는 일이, 또한 그 올바른 신체 디자인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신체의 일부가 강하다고 자랑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균형 있는 신체를 가꾸고 유지하는 일이 육체 및 정신 건강에 밑받침이 된다.
통증은 그 진행 시기와 정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급성 통증 대부분은 조직의 손상, 즉 피부의 화상, 근육의 파열, 뼈의 손상 등으로 일어나며, 갑자기 나타나서 빠르게 진행되는 통증을 말한다. 만성 통증 급하거나 심하지도 않으면서 쉽게 낫지도 않는 통증이다. 급성 통증에서 손상 부위가 좋아졌는데도 계속되는 경우, 또는 퇴행성 질환, 류머티즘성 질환, 암 질환 등에서 오랜 기간 치유가 안 되고 지속되는 통증이 만성 통증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의 1/3이 일생에 한 번 만성 통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약 5000만 명이 불구의 길로 가고 있다. 통증은 그 통증만 급하게 치유해서 끝날 성질의 증상이 아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알아낸 후 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해야 통증을 잡을 수 있다.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곧 손상된 부위를 나타내는 경우가 아닌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통증유발점(pain trigger point) 어깨나 등에 통증이 있을 때 흔히 “근육이 뭉쳐 있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아픈 부분을 만져보면 작은 멍울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누르면 통증이 오는 압통을 경험한 일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의학적(대체의학에서 주로 쓰는 용어)으로 ‘통증유발점’이라고 한다. 이 멍울은 근육조직 내에 있는 마디로서 딱딱한 밴드처럼 느껴진다. 크기는 작은 땅콩에서부터 바늘머리만큼 작은 것까지 다양하다. 이 멍울은 주로 어깨나 등에 많이 생기는데, 허벅지에 생기는 경우는 그 크기가 커서 엄지손가락 만한 것도 잇다. 어깨가 아파서 전신 마사지를 받으러 간 사람에게 마사지사가 “여기 느껴지죠? 근육이 뭉쳤는데, 이곳을 지압으로 풀어줘야 됩니다” 하면서 본인에게도 느껴지는 멍울 같은 부분을 누르고 문지르고 한다. 그때에는 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나중에는 그 부위가 더욱 아팠던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을 통증유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이 통증유발점의 발생기전(發生機轉)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주위 근육의 단축 손상이나 배열 이상으로 인하여 그 기능이나 구조가 나빠졌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해 주로 피부 가까이에 있는 근육조직에 생기는 덩어리로서, 이곳은 자연히 혈류가 차단되고 내압이 높아지면서 누르면 통증이 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개는 그 주위에 여러 개의 통증유발점이 생기는데, 통증유발점이 있는 부위가 곧 손상을 받은 부위가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즉, 근육과 신경은 모두 연계되어 있어, 통증유발점은 어깨 위에서 만져지는데도 정작 근육의 이상은 목 쪽에 있는 경우 등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방사통과 연관통 통증은 원인 부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손목에 이상이 있을 때 신경을 따라서 어깨까지 아픈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통증을 방사통(방사성 통증)이라고 한다. 이 방사통을 주의해야 하는 까닭은 방사통이 있는 부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슴 위쪽과 어깨에 통증이 있어 진통제를 먹고 지내다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더니 심근경색으로 밝혀진 경우도 많이 본다. 이와 같이 실제 이상 부위의 통증이 신경을 따라 다른 부위에까지 전달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편두통으로 수개월 동안 고생하던 어느 50대 여성은, 진통제를 먹어도 그때뿐이었고, 날이 갈수록 두통이 심해지자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뇌에 종양이 있는 건 아닐까. 혈압이 높아도 머리가 무척 아프다는데…. 그래서 급한 대로 동네 병원에도 찾아가보고 MRI 촬영도 해보았으나, 이렇다 할 이상을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게다가 뇌에 생긴 아주 작은 종양은 MRI 검사로도 찾을 수 없다고 의사는 설명하였다. 걱정이 된 그 환자는 혈압을 재 달라며 필자에게 찾아와서는 심장내과 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매달렸다. 혈압을 재보니 130/90으로 측정되어, 고혈압 때문에 생긴 편두통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필자는 그 환자의 목을 진단하다가 근육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목의 근육을 운동처방으로 치료한 결과, 약 일주일 만에 통증은 사라졌다. 물론 두통이 있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해당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방사성 통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