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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속 이물질 사고 난 ‘뒤’가 다르네

손해 무릅쓰고 적극 알려 소비자 보호하는 회사 있는가 하면
끝내 쉬쉬하면서 ‘소비자가 알아서 피하겠지’ 하는 회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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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1호 양지윤⁄ 2010.05.24 17:32:57

올해 들어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물질이 나온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오리온제과의 감자 스낵 ‘포카칩’, 쇠붙이가 나온 농심켈로그의 시리얼, 기준치를 넘은 세균이 검출된 해태제과의 초코바 ‘자유시간’과 오리온제과의 ‘마켓오 초코바크런치’, 이마트의 생쥐 튀김가루 등 그 동안 크게 보도된 것만 여섯 건이다. 이제 대형 업체의 과자도 마음 놓고 먹기 힘들어졌다. 이렇게 여러 업체에서 사고가 나고 있지만, 업체별 대응은 제각각이다.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관련 사실을 널리 알려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도 막상 사건이 터지면 꼭꼭 숨기는 업체도 있다. 일반 소비재 제품과는 달리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에서 이 같은 사고가 터진 뒤에 쉬쉬하는 태도는 특히 위험하다. 건강 또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기업의 단기이익 뒤로 미루는 무책임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물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업체의 장래 명암도 달라질 수 있다. 대형 사고가 터지더라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는 기업은 오히려 신뢰도를 높일 수 있지만, 문제가 터져도 소비자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채 쉬쉬하는 업체는 ‘소비자를 속이는 업체’라는 오명을 계속 달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물질 사고가 난 뒤 제대로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업체의 신뢰도를 높인 경우로는 국민 스낵 ‘농심 새우깡’이 꼽힌다. 2008년에 노래방용 새우깡에서 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되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 했다. ‘새우깡 파동’은 대기업 제품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당시 문제의 새우깡을 생산한 농심의 중국 청도 공장을 조사한 식약청이 “생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만한 제조·공정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농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 뒤 농심은 2008년부터 ‘식품안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작년까지 28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120억 원을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농심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2시간 안에 담당 직원이 소비자를 찾아가 상담과 해결 과정을 맡아서 처리 한다. 2008년도에 도입된 ‘경영진 핫라인’도 계속 운영 중이다. 매일 오후 1~3시 두 시간 동안 대표이사 이하 농심 경영진이 돌아가며 직접 고객을 상담한다. 초기에는 전시성 이벤트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계속 운영 중이다. 전화를 건 소비자가 “여자 상담원 아닌 웬 늙은 아저씨가 전화를 받아 전화가 잘못 간 줄 알았다”고 한 이야기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농심의 손욱 전 회장이었다. ‘노래방 새우깡 이물 사건’으로 곤욕 치른 농심, 2시간 이내 대처 이동사무실 운영하고 간부진이 직접 소비자 상담전화 받아 “모범” 농심 고객상담팀 박성진 팀장은 “움직이는 사무실 및 경영진 핫라인을 운영하게 된 것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고객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들기 위해 전사적으로 개선활동을 단행한 결과”라며 “농심은 앞으로도 고객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장수식품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고객만족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심 관계자는 또 한번 긴장해야 했다. 농심의 보유 지분은 8%에 불과하지만 ‘농심’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농심켈로그의 시리얼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나왔기 때문이다. 농심켈로그는 농심과 미국 시리얼 업체 켈로그 사이에 합작 투자로 만들어진 회사지만, 농심은 유통의 극히 일부분만 담당하고 있는 별개의 회사다. 5월 18일 농심 홍보실로 문의 전화가 쇄도하자, 농심 직원들은 “그건 농심켈로그의 문제”라면서도 나름으로 성실하게 답변에 응했다. 그리고 농심켈로그는 곧이어 일간지 등에 사과 광고를 게재해 사건의 경위와 조치 내용을 알리는 자세를 보였다. 올해 ‘벌레 묻은 빼빼로’가 발견된 롯데제과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롯데는 빼빼로에 묻은 벌레가 유통 과정에서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대응전략을 짰다. 포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치해 벌레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포장지를 개발 중이라고 롯데 측은 밝혔다. 또한 제품 회전율이 높은 대형마트에 대한 관리와는 별도로 작은 동네슈퍼 등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영업팀이 나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바로 수거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00% 무결점 운영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업계가 노력해야 하는 건 자명한 이치”라며 “업체에서 생산하는 과자는 수십만 개이고, 그중 이물이 검출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도 이 작은 숫자를 줄이는 게 과자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해태제과도 지난 4월, 세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초코바 ‘자유시간’에 대해 “회수가 아직 덜 됐다”며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적극 알렸다. 식품 속 이물질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제조·유통 과정에서 금속탐지기·X레이 등 기기를 도입하는 노력과 함께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다. 해태 관계자는 “워낙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어서 회수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관련 내용을 명확히 밝혔다”며 “해태의 모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고 발생 뒤 대처’에서 높은 점수를 따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고급 과자류 ‘마켓오’ 브랜드의 초코바에서 기준치를 넘는 세균이 나오고, 감자 스낵 ‘포카칩’에서는 쇠붙이가 나온 오리온제과의 대처는 ‘실망’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오리온제과는 작년을 ‘식품안전 경영의 해’로 선언하고, 작년 3월 중앙연구소 안에 식품안전센터까지 설립했다. 식품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조치였다. 이어 품질관리 시스템인 OPIS(Orion Product Information System)를 도입했다. OPIS는 생산공장의 개인·분임조별·공장별·생산본부 등에서 발생하는 식품 안전과 관련된 사항들을 모으는 시스템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각 공장별·생산팀별로 자료를 데이터로 만들고 네트워킹을 통해 식품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제과는 ‘식품안전 경영의 해’ 선언해놓고도 막상 ‘쇠붙이 포카칩’ 사고 나자 홈페이지에 알리지도,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식약청에서 다 했는데…” 핑계 그러나 대외적인 이런 홍보와는 달리, 최근 ‘쇠붙이가 들어간 포카칩’ 사건 뒤 오리온제과의 대처 태도는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사건 발생 뒤 오리온제과는 관련 내용에 대한 보도자료나 인터넷을 통한 통보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한 식약청의 태도도 이상했다. 식약청은 ‘포카칩’ 사고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으며, 그 이유를 “조사가 완료된 시점이 저녁 늦은 시간이라 보도자료를 내지 못 했다”고 밝혔다. 저녁 늦은 시간에 조사가 끝났다면 그 다음날 관련 자료를 알리면 되는데, 그 다음날에도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식약청은 자체 홈페이지의 하부 메뉴 중 한 곳에만 포카칩 사고 관련 내용을 알렸으며, 문제가 된 포카칩을 생산한 충북 청주의 구청 홈페이지에만 관련 사실을 알리도록 통보했다. 전 국민이 먹는 과자에서 쇠붙이가 나왔다는 사실을, 식약청의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지는 일부 관계자들, 그리고 공장 소재지 주민에게만 알린 꼴이다. 오리온제과의 대처는 더 가관이었다. 자사 홈페이지는 관련 내용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언론기관에도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사 관계자는 “식약청 홈페이지에 회수 사실이 공표돼 있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식약청이 보도자료를 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쇠붙이 스낵’의 발생을 알리는 책임은 오로지 식약청에만 있으며 제조·유통 회사에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한 대답이었다. 회사의 일시적인 이미지 손상이라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위해 사고, 그리고 회사 제품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관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다른 업체의 태도와 비교해본다면 오리온제과의 태도는 ‘소탐대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인 의무는 없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업체가 적극 나서서 위험을 알린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며 “특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더 큰 책임감으로 소비자의 불신감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대학교 신동화 명예교수는 “수십만 대의 차량이 운행되다 보면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듯이, 어떤 면에서 식품 이물질 문제는 불가항력적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식품 이물질 사고가 나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업체와 행정당국이 노력해 만들고 있으며, 이런 태도를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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