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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기록’ 수십장 모아 새로운 현실 만든다

근대 건물 속에서 현대인 모습 찾는 작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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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2호 김대희⁄ 2010.05.31 16:32:04

우리는 어린 시절이나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고 찾기 위해 사진을 본다. 사진은 당시의 기록을 담은 소중한 자료다. 또한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사진은 현실을 담은 마술세계와도 같다. 현실 그대로를 담지만 그 속에서 많은 마술(?)을 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작업실에서 만난 난다 작가는 도시 사람들의 일상을 주제로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 재치 있는 이야기를 화면에 담는 작업을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촬영하는 게 아닌 그 모습을 직접 재현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실사와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해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은 한 곳에서 사진 여러 장을 찍어 하나로 조합하는 방식이다. 그 속에는 수십 명의 인물이 다양한 자세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작가 자신이다. 언제나 검은색 선글라스와 함께 하는 난다에게는 이제 트레이드마크가 됐을 정도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모델)을 촬영했다. 하지만 점점 불편해지고 표현하고자 하는 게 도시 사람들이고 나 또한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접 모델로 나서니 몸이 힘들더라. 부끄럽기도 하고….”라며 웃음을 보였다. 현대인의 도시 일상을 촬영하지만 근대에서 그 의미를 찾기도 한다. 그 시대의 동향과 유행에 맞춰 당시 모습을 작업에 반영한다. 그녀는 “공원이나 관광지에서 사물을 찍거나 기념촬영을 하는 등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이 재밌다. 그 모습을 나름대로 똑같이 따라서 재구성한다. 기법보다는 주제에 더 충실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고 이야기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물-풍경을 사진 찍는 사람들 모습이 재미있어” 난다는 기록으로 남겨지는 사진의 한계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보통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는데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얘기하고 싶었다. 도시의 일상은 문화인으로서 가보고 즐겨야 하는 것들, 보여줘야 하고 보여주기 위한 행동들이다. 우리가 왜 이런 걸 하고 언제부터 했나 봤더니 근대부터였다. 하지만 달라진 건 크게 없었고 근대에서 찾아보자는 생각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사진은 누구나가 다루고, 좋은 기계도 많다. 내 작업과는 다르지만 역시 사진의 가장 큰 장점은 기록이다. 사진은 생각하는 사람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즐거움을 느낀다면 된다”고 덧붙였다.

난다는 촬영을 위한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주제에 맞는 장소를 검색하고, 찾아가고, 다양한 동작 및 자세도 연구해 연출한다. 또한 사진 속 소품도 직접 장만한다. 구매하기도, 빌리기도, 만들기도 한다. 이는 마치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난다의 작업은 한 컷 한 컷을 촬영한 개별 작품에 각기 다른 시공간이 합쳐진다는 점이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접한 난다는 중학교 2학년 때 사진반으로도 활동하면서 사진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산업미술(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구두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여기서도 카메라는 그녀와 함께했다. 카메라로 다른 브랜드 구두를 촬영하고 디자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진에 갈증을 느끼면서 사진 스튜디오로 이직했다. 여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다양한 일을 했다. 당시에는 취미삼아 사진을 찍었지만 이때 재미와 함께 실력이 더욱 늘면서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작가라는 것과 사진을 찍는다는 것 등 막연하게 원했던 부분이 이제는 구체적이 됐다. 본격적인 사진은 주변의 모든 것을 찍으면서 시작됐다. 아침밥을 먹고 서울 시내로 나와 거리를 찍었다. 특히 서울의 근대 건축물을 찍었다.” 최근 소공동 양복점 거리를 살리기 위한 ‘소공동 프로젝트’와 다가오는 6.25(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 6.25’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6.25 프로젝트를 위해 DMZ(비무장지대) 촬영을 하고 있다. 군부대 근처라 제한이 많다. 최근 천안함 사태가 있었고 북한과의 관계가 심각해진 것 등과 관련해 느끼는 작업이 될 것 같다. 기존과는 다른 느낌의 작업이 나올 예정이다.” 어찌 보면 기존 작업이 주는 난다 특유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이제는 벗어나 보고자 한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2009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쿤스트독에서 설치작업도 했다. 변화를 위한 시도였다. 현실의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아 디지털 기술로 재구성해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내는 난다는 자신을 ‘사진을 업으로 하기보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사진작업과 함께 설치와 영상 작업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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