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장판막 수술의 올바른 방법을 놓고 대한흉부외과학회·대한심장학회와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 사이에 논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전혀 새로우면서도 간단한 치료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송명근 교수와 학회 사이의 논란이 ‘외과 수술의 안전성’을 둘러싼 것인 반면, 이번에 서울아산병원 박승정 교수 팀에 의해 개발된 치료법은 환자의 가슴을 완전히 열어젖히는 방법이 아니라 혈관을 통해 간단히 풍선 형태의 장비를 몸 안에 집어넣어 간단하게 치료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산하 심장병원 박승정 병원장과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 팀은 5월 28일 강 모(남, 79세) 씨 등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3명에 대해 그물망(스텐트)을 이용한 시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환자에 대한 수술은 4월 27일 이뤄졌으며, 환자들은 고령 등의 이유로 통상적인 개심수술(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이었다. 박 교수 팀이 시술한 방법은, 가슴을 연 뒤 문제가 생긴 심장판막을 인공판막 등으로 바꿔치기(치환)하는 기존의 큰 수술 방법과는 달리, 대퇴부의 혈관을 통해 그물망(스텐트)을 고장 난 판막 부위까지 도달시키고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풍선을 집어넣은 뒤 부풀려 새 인공판막을 고정시키는 방식이다(그림 참조).
혈관을 따라 들어간 새 인공 심장판막이 심장대동맥 안에서 부풀려지면서 기존의 고장 난 판막을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새 심장판막으로 기능하는 방식으로서,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간단하고 심장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는 새 치료법이라고 박 교수 팀은 밝혔다. 수술시간 1시간, 3일 만에 회복 “간단” 실제로 기존 외과수술적 심장수술법이 준비 기간도 오래 걸리고, 또 가슴을 열어젖히기 때문에 회복에도 장시간이 소요되는 데 비해, 박 교수 팀의 그물망 수술법은 시작부터 끝까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환자의 입원 기간도 평균 3일 가량으로 극히 짧았다.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나 운동장애 등의 부작용도 전혀 없었고, 시술 뒤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 결과에서도 대동맥판막 협착(줄어들어 혈액의 통과를 막는 상태)이 완전히 사라지고 증상도 빠르게 호전됐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박 교수 팀이 시술한 환자 4명 중 3명은 합병증 발생 없이 성공적으로 시술을 마쳤으며, 나머지 1명은 혈관을 따라 집어넣은 그물망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현장에서 즉시 외과 수술로 전환해 치료를 마쳤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현재 환자 4명은 모두 양호한 임상경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 팀의 시술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국내 처음으로 시행된 것이다. 박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심장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번에 스텐트 시술이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고령 환자들도 좀 더 안전하게 심장 판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보다 먼저 심장판막질환에 그물망 삽입 치료술을 시작한 미국·유럽의 결과를 보면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에서도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어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