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 (독립큐레이터) 초기 게릴라 비디오 아트는 반 TV적 성향을 가지고 대중매체의 일방적인 정치적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서 출발했으나 이러한 특수적이고 사회적 이벤트는 TV매체와 대치되는 개념적 성격에도 대중매체와 급속도로 융화했다. 물론 풍자와 해학은 상대적인 매체에서 출발해 그 반동적 개념 안에서 기생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독자적으로 독립된 장르를 개척한 것과는 다르게 게릴라 비디오의 이벤트적인 성향은 게릴라의 특수적인 현장감과 역동적 카메라 기법을 통해 기존 TV의 오락성과 다르게 네트워크 방송매체에 흡수됐다. 한 예로 게릴라 영상 작업을 하던 존 엘퍼드는 나중에 NBC TV뉴스의 프로듀서가 됐다. 오늘날 게릴라 비디오 아트는 지속적이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게릴라라는 독특한 방식은 퍼포먼스나 거리예술 또는 민중예술에서 그리고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슈를 도모하는 목적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 2006년 6월 이탈리아의 플로렌스를 시작으로 지난해 3회째 영국 더블린에서 국제 게릴라 비디오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그들은 환경 또는 사회적인 문제나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특히 도시 경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소통되지 않는 대화와 단절에 대한 경각심에 대해 도시 구석구석에 영상 프로젝트를 비춘다. 물론 전시기간은 하루나 이틀뿐이다. 아직 게릴라 비디오 아트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게릴라의 단발적이고 역동적 특성은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건조하지만 극적인 사실성도 예술성을 띄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정치·사회적인 이슈나 환경 그리고 문화적인 문제를 예술로서 보다 감성적으로 대중에게 호소 될 수 있었다. 앞서 프랭크 포퍼의 비디오 아트 분류 형식 중에서 설치와 게릴라 형식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게릴라와 퍼포먼스는 비디오 설치와는 다르게 비디오의 기록성에서 출발한다. 초창기 비디오 예술가들이 비디오에 관심을 크게 가졌던 부분은 일회적인 예술성 퍼포먼스를 기록해두고 전시하는 데 있다. 근본적으로 현대 회화 예술에서 행위를 처음으로 예술사에 편입시킨 사건은 다름 아닌 화가 잭슨 폴록이다. 그의 광기에 가까운 붓의 흩뿌림과 물감을 들이붓는 행위는 평면적 캔버스 안에서도 관객에게 역동적인 힘과 작가의 혼돈된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카타르시스적인 요소를 함축하고 있었다. 이후 젊은 작가들은 예술에 있어 행위적인 요소를 탐구하고 실험하기에 이른다. 요셉 보이스, 이브클라인,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60년대 예술가들은 해프닝과 쇼 이벤트를 예술적 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촬영해 전시하는 소위 퍼포먼스 아트를 발생시킨다. 물론 초기에 비디오는 기록을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비디오 아트가 예술적인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록이 아닌 작가의 창작적 개념이 비디오라는 특수한 매체적 성격과 일치되고 이를 통해 영상으로 발현되는 예술작품이 적극적인 의미에서 비디오 아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