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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의 미디어아트 읽기 - 비디오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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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편집팀⁄ 2010.06.21 15:35:38

진선희 (독립큐레이터) 다다(DaDa)의 반근대적 행위예술이 플럭서스(Fluxus)를 통한 실험정신으로 이어졌다면 개념적으로 예술에서 다다의 ‘예술행위’라는 불씨를 화두로 쟁점화 시킨 사건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라고 할 수 있다. 폴록의 전통적인 캔버스 위에 ‘드로잉(drawing)’ 즉 ‘그리다’라는 행위가 ‘드리핑(dripping)’ 즉 ‘뿌리다’라는 개념으로 이전되면서 오직 예술가의 감성과 직관이 행위로서 고스란히 옮겨진 화폭 위의 작품은 행위의 결과물로 탄생한다. 이는 예술행위가 주제보다 상위개념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사건 이였으며 앞으로 예술의 관점이 완성된 결과물에서 창작의 과정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관점은 예술계에 다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벤트적인 해프닝(Happening)이나 행위예술이 예술의 본질적인 재현성에 있어 형식적으로 구체화됨으로써 예술가들에게 신체적 행위에 대한 창작욕을 일깨웠다. 이러한 예술적 흐름에서 1960년대를 기점으로 비구상적인 형식을 바탕으로 내용이나 소재가 즉흥적이며 자유로운 특성을 가진 퍼포먼스는 대중과의 소통에 비중을 두고 예술매체 간의 경계를 허물며 영역을 넓혀갔다. 퍼포먼스는 독립된 통합매체로서의 장르 개념을 발전시키며 국제적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는데 이 시기 비디오는 행위예술 작업에서 아주 유용한 매체였다. 기본적으로 기록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으나 점차 설치적 요소를 가미해 전자 이미지의 차용,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적절히 이용한 전송과 실시간적인 생동감 그리고 여과 없는 사실성들로 관중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화, 음악, 연극 또는 무용은 물론 공간적 요소까지 아우르며 비디오 퍼포먼스는 곧 모든 매체를 총괄하는 종합 예술로 앞장선다.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방식은 크게 개인적인 스튜디오 작업을 위주로 하는 부류와 해프닝 적인 라이브 퍼포먼스형식을 지향하는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작가의 주관적이고 사생활적인 행위를 녹화해 관객에게 보여주거나 말을 걸면서 관객과의 간접소통을 통한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들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비토 아콘치(Vito Acconci), 브루스 나우만(Bruce Nowman) 그리고 전에 언급한 댄 그래험(Dan Graham)등이 있다. 아콘치의 1974년 관음증적인 ‘명령 퍼포먼스(Command Performance, 1974)’ 작업을 보면 좁은 방에 관객들은 의자에 앉아있고 그 앞에는 바닥에 누워있는 야콘치를 보여주는 모니터들이 위를 향해 놓여 있다. 모니터 속에 아콘치는 ‘나를 가져봐, 내 사랑’과 같은 문구를 반복하며 관객을 유혹한다. 관객은 그 유혹을 응시한다. 그러나 관객 뒤에 놓여있는 다른 모니터들은 역으로 관람자가 모니터 속 아콘치를 관찰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뒤에 위치한 모니터들은 모든 관객들을 일순간 관음증자들로 탈바꿈시킨다. 예술가가 퍼포먼스를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의 주체는 관음증에 걸린 관객들이다. 후자인 라이브 퍼포먼스는 전자보다 일회적이며 즉흥적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초창기의 백남준이 샬럿 무어맨(Charlotte Moorman)과 찍은 TV 브라(TV Bra, 1968)와 무어맨이 상의를 탈의한 백남준 등을 첼로대신으로 연주한 섹스트로니크(Sextronique 1967) 등이 있다(이 사건으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TV, 첼로, 비디오테이프를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TV, Cello and Videotape. TV Cello premiere, 1971)’에서 무어맨이 켜는 첼로는 무어맨의 현 연주모습이 똑같이 녹화 되어있는 3단 모니터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실물과 이미지화된 현 상황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라이브 퍼포먼스는 향후 멀티미디어 형식을 이용해 상호작용(인터랙티브)적인 작업들로 발전한다. 뉴욕의 예술창작그룹 우스터(The Wooster Group)는 소리와 영상 그리고 연극에 가까운 행위들을 영상화시키며 다양한 매체의 이미지들을 생생하게 혼합한다. 이는 실시간으로 조합된 모니터 영상이 송신기술을 통해 동시 산발적으로 여러 장소에 방출되며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조화된 독특한 예술형태를 구축한다. 또한 21세기 이후 이러한 복합 매체 퍼포먼스는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빛, 소리 그리고 혼합 매체 영상들과의 접합으로 이어져 점차 예술적 감성보다 상업적인 대규모 스펙터클한 무대공연 예술로 발전한다. 이는 행위예술의 근원인 실험예술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며 기 드보르(Guy Debord)가 경고했던 주체 없는 스펙터클 사회의 도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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