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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찬 증세로 갑자기 쓰러진 젊은 농부

승모판막(심장판막) 부전증과 호흡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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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편집팀⁄ 2010.06.21 15:51:05

장병철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원장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는 건장한 35세 농부가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찬 증상이 발생하였다. 인근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심장 속의 판막에 이상이 발생하여 급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고 필자에게 수술을 받으러 왔다. 평생 병이라고는 앓은 적이 없는 젊은 농부에게는 기가 막히는 노릇이었으며, 가족들도 매우 당황하였다. 진찰한 결과 심장에 피가 새는 심잡음이 들렸으며, 심장 초음파검사를 했더니 심장 속의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여닫이 문인 승모판막의 건삭이라는 낙하산 줄 같은 힘줄이 끊어지면서 혈액이 역류하는 판막부전증으로 진단되었다. 이 농부는 판막성형수술(재건술)을 받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심장판막이란 어떤 것인가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평생 펌프 일을 한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1분에 약 70회 박동하며, 한 시간에 약 4200번, 하루에 약 10만 번 박동한다. 한 달이면 약 300만 번 박동하며, 연간 4200만 번 펌프 일을 한다. 따라서 평생 약 30억 회 이상 박동을 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이처럼 심장이 원활하게 혈액을 펌핑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심장 내에는 한 방향으로 피가 흐르도록 하는 여닫이 문인 심장판막이 있다. 이것 역시 평생 30억 번 가량 열리고 닫히는 역할을 한다. 온몸에서 심장으로 피가 들어오면 우선 우심방으로 들어온다. 이 혈액은 우심실로 들어가고, 심장이 펌프 일을 하면 폐동맥을 통하여 허파로 피가 들어가, 숨을 들이마실 때 들어간 산소를 공급받고 이산화탄소가 제거된다. 허파에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된 혈액은 다시 심장의 좌심방을 거쳐 좌심실로 들어간 다음, 심장이 수축하면서 온몸으로 분출된다. 즉, 심장 내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삼첨판막이, 그리고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승모판막이 있다. 그리고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에는 폐동맥판막이,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는 대동맥판막이 있어서 한 방향으로만 혈액이 지나도록 되어 있다. 4개의 심장판막 중 특별히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은 우산살과 같은 힘줄이 부착되어 있어, 심장이 펌프 일을 할 때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폐동맥판막이나 대동맥판막은 3개의 반달 모양의 판막소엽이 서로 맞닫게 되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을 한다.

승모판막부전증의 원인 심장판막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질병 중의 하나가 승모판막부전증이다. 판막역류증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판막의 기능인 열리고 닫히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혈액이 뒤로 새는 현상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혈압이 높은 사람들 가운데 좌심실이 커지면서 위의 환자와 같이 심장판막에 부착된 우산살 같은 가는 힘줄이 늘어나거나 끊어지기 때문이다. 혈압을 지탱해야 하는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은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거나 여러 원인으로 심장이 확장되는 경우 힘줄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게 된다. 다음으로 흔한 원인은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혈액 속에 균이 들어가 심장에 균들이 붙으면서 염증을 일으켜 승모판막에 부착된 약한 건삭이 끊어지는 것이다. 그 외에 류머티즘열, 심근경색 후에 오는 허혈성 심근증 또는 확장성 심근증 등이 있다. 승모판막부전증의 증상 만약 심장 속에서 여닫이 문 역할을 하는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여 피가 반대 방향으로 역류하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좌측 심장에 있는 대동맥판막이나 승모판막에 문제가 생겨 피가 새는(역류되는) 경우 폐가 부어 숨이 찬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위의 환자와 같이 갑자기 승모판막에 부착된 힘줄이 끊어지면 심한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하고, 잠을 잘 때 누우면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진다. 그러나 이 힘줄이 천천히 늘어나면서 역류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 본인은 호흡곤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예도 흔하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건강검진 때나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 심장에 잡음이 들려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느끼지 못하고 체력이 약하여 남들처럼 심한 운동이나 등산을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승모판막부전증의 치료 위의 환자와 같은 급성 승모판막부전증은 초기에 폐가 붓는 증상이 있을 때 혈압을 내리고 폐의 부종을 없애는 약물치료로 호흡곤란 증상은 금방 호전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근래 승모판막부전증의 수술법이 매우 발전하여 거의 대부분의 환자는 성형수술(재건수술)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으며, 수술 위험도 1% 미만일 정도로 수술 결과는 매우 좋다. 특히 최근에는 4~6cm 정도 피부를 절개하여 수술하는 최소절개수술법도 개발되었으며, 다빈치 로봇을 사용하여 3~4cm 절개하는 성형수술도 가능하다. 성형수술은 끊어지거나 늘어난 승모판막 건삭(힘줄)을 자르고 다시 봉합한 다음 재발되지 않도록 판막 둘레를 줄이는 판막성형수술이다. 또한 근래에는 고어텍스 봉합사(가는 실)로 건삭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 10년 동안 재발하는 예도 20~30% 보고되고 있으나, 병이 발생한 초기에 수술하면 재발하는 경우는 적다. 승모판막부전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 또는 염증으로 흉터가 많이 남아 판막이 심하게 변형된 경우에는 인공판막으로 대치하는 수술도 가능하다. 승모판막부전증은 약물치료를 잘하면 증상이 매우 좋아져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판막부전증을 오래 방치하면, 좌심실 기능이 나빠지고 수술 후에도 심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장애가 남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심장 전문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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