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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사진으로 사람들 마음 편안하게 해주고파”

렌즈에 자연 담아내는 황성남 중앙대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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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김금영⁄ 2010.06.21 15:59:05

따가운 햇살이 이마에 땀을 송골송골 맺히게 하는 어느 여름날 오후,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 걸려 있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 사진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전시 이름 또한 ‘바람이 부르는 곳’이어서 선선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선선함을 가져다주는 이 사진을 찍은 작가는 다름 아닌 의사 선생님이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 앞에서는 순수하게 사진 작업을 펼치는 사진작가이다. 의사이면서 사진작가이기도 한 중앙대 용산병원 신경외과 황성남 교수는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전시하는 첫 번째 개인 사진전을 인사동 가이아 갤러리에서 9일부터 열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사진 전시회를 열 때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인화하는 사진을 보고 자란 황 교수는 1960년대 중학교 시절에 벌써 두꺼운 종이에 바늘구멍을 뚫어가며 직접 만든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사진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만든 카메라로 찍었던 작품들은 모두 희미하고 흔들렸지만, 직접 만든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기에 마음은 날아갈 듯 기뻤다”며, 황 교수는 카메라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사진에 대한 관심은 대학생 시절에도 이어져 대학교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지만, 의과대학 공부에 지쳐 사진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사라지면서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고 한다. 중학교 때 직접 ‘구멍 카메라’ 만들어 사진 찍고 의사 생활하다 한강에 반해 다시 사진 찍기 시작 그렇게 잊힐 뻔 했던 사진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이 바로 한강이다. 매일 한강을 보면서 출퇴근하던 황 교수는 태양과 하늘, 구름과 안개가 강물과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고, 그런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사진에 대한 열정은 다시 되살아났고,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황 교수는 자연, 특히 그중에서 ‘나무’를 중심으로 찍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나무는 어찌 보면 흔한 소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마음을 담아 찍느냐에 따라 사진에 담기는 영혼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 또한 달라진다고 황 교수는 말한다. 그는“나무를 단순히 식물로만 여기고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은 정말 나무의 겉모습만 담게 된다. 하지만 나무를 함께 교감하는 존재로 여기고 사진을 찍으면 나무는 사진 속에서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는 내가 느꼈던 그 교감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이 찍은 자연 풍경, 특히 같은 원소를 인간과 공유하고 같은 공기로 숨 쉬고, 같은 공간에서 생각하는 생명체인 나무를 통해 사람들이 한숨 돌리며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황 교수의 사진 속 자연 풍경은 아무런 풍파 없이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워 보인다.

독특하게도 황 교수의 작품 중에는 컬러보다는 흑백 사진이 많다. 컬러 사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겐 황 교수의 흑백 사진이 새롭게, 또는 낯설게 다가온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현재와 달리, 1960년대만 해도 컬러 사진이 흔하지 않아, 처음으로 컬러 사진을 봤을 땐 감동을 느꼈다. 지금은 반대로 주위에 컬러 사진이 넘쳐나고 있어, 오히려 흑백 사진에서 희소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흑백 사진을 볼 때는 이것이 원래 무슨 색일까 하며 색을 상상할 수 있는 깊은 맛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흑백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화려한 컬러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황 교수가 찍은 흑백 사진은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자극적인 컬러사진 유행하는 세상에서 ‘달라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나무의 모습을 흑백으로 담는 ‘낡은 사진 찍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번 전시의 제목 또한 독특해 보인다. 황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을 주체로 내세우고, 자유로운 바람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들을 폭넓게 보여주고자 전시명을 ‘바람이 부르는 소리’로 정했다고 한다. 그는 “만약 전시명을 ‘바람이 부르는 곳을 찾아서, 또는 향해서’라고 정했다면, 그건 바람이 부르는 곳을 찾아가고 향해 가는 나, 즉 인간이 주체가 된다. 따라서 자연을 주체로 내세우고자 ‘바람이 부르는 소리’로 전시명을 정했다. 그리고 바람은 산과 들판·바다·하늘 등 자연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람이 갈 수 있는 모든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하면서, 전시명 하나에도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보여줬다. 디지털 시대에서도 황 교수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보다는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도 신중해진다고 황 교수는 말한다. “필름 보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는 필름 한 장 한 장에 사진이 담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 것이나 찍기보다는 정말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황 교수는 필름 카메라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뒤에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하긴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뒤에 인화를 기다리는 기대감이 있다. 나는 이 기대감을 포기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연은 인간처럼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인간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주기만 한다. 그런 자연의 모습은 예전에 읽었던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번 ‘바람이 부르는 소리’전시에서도 그런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모습이 떠오른다. 황 교수는 “욕심 없이 인간에게 오로지 주기만 하는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쉽고 단순한 사진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즐기면서 계속 찍어 나갈 것”이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황 교수의 카메라에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것들이 담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황 교수의 이번 사진 전시는 인사동 갤러리 가이아 3층에서 29일까지 1주일 연장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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