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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재치와 유머로 풀다

고무의 팽창과 압축 통해 독특한 작품 만드는 장성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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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6호 김대희⁄ 2010.06.28 15:38:45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애써 보여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잠시의 스침과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는 느낌. 그것이 설렘이든 질투든 화든 서로를 읽을 수 있는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이 바로 우리가 진실 되는 순간이며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이는 예술 작품과 작가 그리고 관객 사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서울 동교동 대안공간 도어에서 만난 장성훈 작가는 “열심히 하는 건 기본으로 솔직한 작품이 돼야 한다. 여기에는 노력과 정성이 깃든 시간이 중요하다. 진실이 담긴 작품은 깊이 있고 솔직한 작업으로 표현되고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짓 없는 진실을 담은 작품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꿈, 희망, 아픔, 슬픔 등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나타내는 장 작가의 작품은 누가 봐도 흥미를 끌 만큼 독특한 작업이다. 얼큰이(얼굴이 큰 사람)와 같이 팽창한 얼굴에 몸은 마치 고무처럼 죽 늘어져 재밌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꿈, 고민 등을 안고 산다. 얼굴을 팽창시키면 모두가 비슷하게 보이며 팽창은 하나의 꿈과도 같다. 이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시작됐다. 순수한 마음의 아이들은 당장 눈앞에 놓인 것을 원했다. 난 어떤 꿈을 갖고 있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나의 팽창된 얼굴에 어린아이의 몸을 합쳤다. 욕망과 함께 큰 꿈만을 쫓는 사람들을 나타냈다.” 팽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장 작가가 선택한 재료는 바로 고무풍선이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풍선 공장이 없었다. 이에 중국까지 직접 풍선 공장을 찾아가 풍선 만드는 과정까지 경험하고 돌아왔다. 먼저 실제 사람의 머리를 캐스팅해 고무풍선으로 만들고 그 안에 FRP(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를 붓고 경화제를 넣어 고체화시킨다. 이처럼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고무풍선을 벗겨 내면 마치 풍선처럼 보이지만 단단한 플라스틱 작품이 완성된다.

반대로 육체는 어린아이의 육체를 부분적으로 캐스팅해 압축시켜 낯선 육체를 만든다. 즉 어린아이의 육체와 팽창된 머리를 결합해 친숙하면서도 낯선 새로운 인간의 종을 탄생시킨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작품의 머릿속에 표현됐다. 겉보기에는 특이하고 재밌지만 그 안에 내용을 알면 슬프기도 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바람, 희망, 꿈, 욕망 등의 비시각적 풍만함을 표현한 팽창된 머릿속에 작은 소품을 설치해 그들의 이야기를 연출했다.” 2008년 첫 개인전 당시 장 작가는 현대인을 주제로 작업했지만 최근 가졌던 2번째 개인전은 좀 더 구체적인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힘든 시절 많은 도움을 준 자신의 가족을 다뤘다. 작품의 팽창된 얼굴은 모두 그의 가족이다. 작품 중에는 특히 아버지의 모습이 많았다. 그는 “가족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가족 한명 한명과 얘기(인터뷰)를 나눴다. 그들의 생각과 비밀 그리고 이야기를 들었고 이런 이야기들이 작품으로 나오게 됐다. 그 중 아버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더 좋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더 가까워지고 아버지가 더 좋아졌다. 나도 남자라, 아버지가 될 나이가 됐기 때문인가….”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전시의 제목도 ‘낯선 가족’이었다. 가족을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본 작품으로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하는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했다. 보기에는 재밌지만 어렵고 심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소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 등을 작품으로 표현하기에 관람자들은 어쩌면 슬프지만 기쁨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하면서도 편안한 대상이다. 그렇기에 소홀해지기 쉽다. 장 작가의 ‘낯선 가족’은 바로 이런 점을 상기시킨다. 관람자는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금 자신의 모습을 느끼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다. 때론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작품이 대신 얘기하기에 시원함과 개운함 그리고 치유의 느낌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구체적인 주제를 잡을 예정이라는 장 작가는 “내 주위 예술을 하는 작가들의 얼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교도소에 있는 죄수들의 얼굴 등을 모델로 작업하고 싶다. 그들 또한 비밀이 있고 꿈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고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장 작가는 실제 존재하는 명품을 팽창시킨 작업으로 또 다른 낯설음도 이야기한다. “할 수만 있다면 자동차도 팽창시키고 싶다. 서민의 자동차. 예를 들면 티코와 같은 자동차다. 브랜드를 떠나서 인간의 욕망을 말하고 싶다. 더 큰 자동차를 소유하고픈, 카메라, 컴퓨터, 명품가방 등 인간의 부족한 점을 사물로 채우려 하는 문제를 담는다.” 앞으로 여러 가지 매체나 소재를 통해 어떻게 더 쉽고 구체적으로 와 닿을 수 있도록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장 작가는 주위에 소재는 너무 많지만 그 모델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씨드 갤러리에서 6월 24일부터 7월 16일까지 ‘낯선 가족-아버지’라는 제목으로 3번째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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