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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별들, ‘2010 백야축제’서 빛을 뿜다!

2010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축제, 한국 음악인 대거 초청
정명훈·백건우·신갑순·임주희 등 지휘·연주·공연 기립박수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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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1-182호 편집팀⁄ 2010.08.09 16:45:53

글·이종구(이종구심장크리닉 원장) 필자는 금년 6월, 예술의전당 후원회 그리고 한강포럼 회원들과 함께 러시아 서북부의 발트해 연안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백야축제에 다녀왔다. 특히 금년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연주가 있고, 한국의 자랑스러운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의 연주도 있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시 찾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신갑순 선생의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가 공연하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이오란타(Iolanta)>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림스키-코르사코프(Rimsky Korsakov) 대극장에서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작은 사설 오페라단이 러시아어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를 세계 제일의 음악원 가운데 하나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림스키-코르사코프 대극장에서 하는 역사적인 공연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여행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8일에는 한국의 10세 영재 임주희 양이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의 지휘로 마린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여 이 백야의 축제에서는 한국의 별들이 기라성처럼 빛났다. 6월 11일 새로 건립된 마린스키 심포니홀에서 서울시향이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로 드뷔시·라벨·메시앙 등의 프랑스 음악을 연주하여 대성공을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작곡가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여류 작곡가 전은숙 씨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연주되어 한국 작곡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성공하였다. 이 연주에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관람하여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서울시향을 극찬했으며, 모스크바에서도 연주를 하면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 6월 15일 마에스트로 백건우의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이 콘서트는 1832년에 건립된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아의 대극장에서 연주되었는데, 이 공연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의 주 연주장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1802년에 알렉산더 3세에 의해 창립된,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이다. 러시아 혁명 후 이 오케스트라는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로 개명되어 1938년부터 1988년까지 예브게니 므라빈스키(Evgenii Mravinskii)가 지휘를 하였으며, 1988년부터는 마린스키 극장을 지휘하던 유리 테미르카노프(Yuri Temirkanov)가 상임 지휘자가 되었다.

이번 콘서트는 또 한 명의 유명한 러시아 지휘자인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Alexander Dmitriev, 1935년생)가 지휘를 맡았다. 이 콘서트는 쇼팽의 탄생 200주년을 기리기 위한 특별 공연으로서, 마에스트로 백건우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모두 연주하였다. 이 역사적인 연주장을 꽉 채운 청중은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를 보내면서 백건우의 음악을 극찬하였다. 6월 17일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의 <이오란타(Iolanta)> 공연이 있었다. <이오란타>는 1892년에 초연된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오페라이며, 리브레토(대본)는 동생인 모데스트(Modest)가 썼다. 이 오페라는 맹인으로 태어난 부르고뉴의 공주가 진정한 사랑으로 눈을 뜨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우리의 <심청전>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의 신갑순 선생이 제작한 이 오페라는 10명의 한국 오페라 가수가 러시아의 합창단 및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였다. 지휘는 서울시 유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박태영 씨가 맡았는데, 조총련계의 한국 교포로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그는 한국말보다는 러시아말을 더 잘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주역 소프라노 김인혜(이오란타 역), 테너 정연수(보데몬 역), 74세의 바리톤(의사 역)을 위시해 모든 가수들의 가창력은 정말 대단했다.

무대 장치는 모두 서울에서 공수되었는데, 이 무대 장치들은 모두가 패브릭(천)으로 만들어져 여기까지 옮겨올 수가 있었다. 패브릭으로 무대 장치를 꾸민다는 발상은 매우 경제적이면서, 영상 무대와 더불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날 만석이 된 림스키-코르사코프 극장,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의 도시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음악원에서 공연을 하여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광경을 보고 우리 일행은 모두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은 1862년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안톤 루빈시테인(Anton Rubinshtein)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1871년에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교수가 되었다. 러시아 혁명 후에 이 음악원은 레닌그라드 음악원이 되었다가, 다시 예전의 이름을 되찾았다. 그리고 1944년에는 이 음악원에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이름이 추가되었다. 이 음악원의 졸업생 중에는 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프로코피에프·쇼스타코비치 같은 작곡가, 게오르크 발란신과 같은 안무가, 밀스타인과 하이페츠 같은 바이올리니스트, 유리 테르미카노프와 게르기예프 같은 지휘자, 그리고 안나 네트레브코 같은 소프라노 등 세계 최고 반열에 선 음악인들이 있다. 이렇게 화려한 역사와 최고의 음악인들을 배출한 음악원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음악대학은 모스크바 음악원이다. 이 음악원은 1866년에 안톤 루빈시테인의 동생인 니콜라이 루빈시테인과 트루베츠키 왕자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학교가 시작될 때 차이콥스키가 교수로 임명되었으나, 그는 1878년에 작곡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임하였다. 그러나 1940년에 차이콥스키의 이름이 추가되었다. 이 음악원도 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그들 중에는 아람 하차투리안과 알프레드 슈니트케 같은 작곡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한국의 임동혁 같은 피아니스트, 유리 바슈메트(비올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첼리스트),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이 있다. 6월 18일 또 한 명의 한국인 신동 임주희 양의 놀라운 피아노 연주. 이 연주회는 2007년에 개관된 마린스키 콘서트홀에서 열렸는데, 2000년에 탄생한 소녀 임주희 양은 드미트리 카발렙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였다. 이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음악의 황제로 부상하고 있는 게르기예프가 지휘하였으며, 이 10세의 한국 천재 소녀가 이들과 당당하게 연주하는 모습은 필자의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카발렙스키는 1904년에 탄생하여 1987년에 타계한 러시아의 작곡가이며, 특히 소년들을 위한 음악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1952년에 초연된 이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어린이를 위한 음악은 아니었으며, 고도로 난해한 피아노 곡이었다. 특히 3악장(presto)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최고의 음량을 발산하며 연주하는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는 극도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공연이 끝난 후에 우리 일행은 무대 뒤로 들어가 게르기예프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서울에서 단 한 번 만나본 필자를 반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몹시 사교적이기도 하지만 이 음악축제에 전 세계의 팬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임주희 양과 그의 부모님과도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또 한 명의 신동이 나왔다는 현실을 실감하였다. 마린스키 콘서트홀에서는 2006년 11월에 마린스키 심포니와 게르기예프가 개관 갈라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날 당시 대통령이자 게르기예프의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참석한 가운데 랑랑·막심벤게로프(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바딤레핀(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등 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이 협연하면서 코르사코프·쇼스타코비치·차이콥스키·스트라빈스키 등의 화려한 러시아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리하여 마린스키 극장과 백야 별의 축제는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였다. 이 콘서트홀은 2007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는데, 말러 심포니 전곡으로 시즌을 시작하여,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러시아 음악에만 집착하지 않고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는 후문이다.

이 극장은 프랑스의 자비에 파브르가 설계하였다. 그리고 음향은 일본의 야스히다 도요타가 설계하였는데, 그는 일본의 산토리 콘서트홀,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중국의 선양 문화센터, 덴마크의 라디오 콘서트홀 등 세계의 유명 콘서트홀의 음향을 책임진 사람이다. 그리하여 러시아의 게르기예프는 마린스키 극장을 세계 최고의 공연 시설로 만들고 있으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음악의 황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10년 ‘백야의 별’ 축제에 이렇게 많은 한국의 음악인들이 초청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축제에 초청을 받은 외국 오케스트라는 서울시향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뿐이며, 마에스트로 백건우와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의 <이오란타> 공연, 그리고 영재 임주희의 피아노 연주는 러시아의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음악인들에게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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